[책마을] 아파트 유목민 시대에 꿈꾸는 定住의 삶
퇴계 이황은 평생 자신의 철학을 담은 이상적인 집을 직접 짓고자 소망했다. 61세 때 다섯 번째 집인 도산서당을 손수 지었다. 정면 세 칸, 측면 한 칸의 소박한 규모였다. 도산서당은 흰옷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선비를 연상시킨다. 퇴계는 “이곳에는 작은 골짜기가 있고 앞으로는 강과 들이 굽어 보인다. 그 모습이 그윽하고 아름다우며 둘레가 멀고, 바위 기슭에는 초목이 빽빽하고도 또렷하다”고 소회를 적었다. 퇴계는 이곳에서 10년간 성리학을 발전시키며 수많은 제자를 길러냈다. 도산서당은 비록 작지만 주변의 여러 사물과 하나가 돼 그 공간이 무한히 넓은 세계로 확장됐다.

《집은 그리움이다》는 인간의 성장사와 함께하는 공간이란 관점에서 우리가 살고 싶은 집이란 무엇인지 찾아가 보는 책이다. 인문학자와 건축가인 두 저자는 집에 관한 인문학적인 성찰을 살펴보고 자기 삶의 철학을 담은 집을 은평한옥마을에 직접 지어본다. 땅을 사고 설계도를 그리는 등 건축 과정에서 겪은 다양한 일화를 소개한다.

저자는 집이란 단순한 주거공간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영혼을 따뜻하게 하는 곳이라고 주장한다. 집은 하부구조일 뿐 그 속에 채우는 삶과 함께 진정한 집이 건축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목민처럼 아파트를 전전하는 우리들은 집에 관한 추억을 잃었고 인간의 성장사도 여러 집에서 살았던 흔적을 모자이크하듯 구성할 수밖에 없다. 정주의 삶을 추구하는 독자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최효찬·김장권 지음, 인물과 사상사, 396쪽, 1만9000원)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