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을 강행했다. 대통령의 ‘속도 조절’ 지시도, 이해당사자인 경영계의 호소도, 국회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취약 근로자의 생계 보장을 위한 최저임금법 취지와 달리 고임금 근로자의 임금을 밀어올려 노동시장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열흘 뒤 '3大 노동쇼크'…허공에 뜬 '속도조절' 지시
고용부는 20일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열린 차관회의에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논의해 확정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오는 24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 산업현장은 시행령 개정과 함께 최저임금 10.9% 추가 인상, 근로시간 단축 계도기간 종료가 겹치면서 한꺼번에 ‘3대 노무리스크’에 맞닥뜨리게 됐다.

시행령은 월급제 근로자의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다툴 때 시급 환산을 위한 기준시간에 모든 유급휴일을 포함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지금까지 대법원은 근로자가 받은 임금 중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실제 근로한 시간(월 소정근로시간 174시간)으로 나눠서 위반 여부를 판단해왔다. 반면 고용부는 법정 주휴시간(일요일)은 물론 노사가 약정한 휴일(토요일)도 기준시간에 넣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연봉 5000만원 이상을 받아도 최저임금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

고용부는 근로시간 단축 계도기간 연장을 검토한다고 했지만 노동계 눈치를 보면서 발표를 미루고 있다. 고용부의 ‘마이웨이’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고용부를 찾아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너무 빠르냐”며 실태조사를 지시했고 18일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에서 “정부가 산업계의 애로사항을 제대로 들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영계가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하는 가운데 입법기관도 나섰다.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나라 경제가 망하든 말든, 대통령과 대법원이 뭐라고 하든 말든, 눈치도 없고 요령도 없는 고용부”라며 “근본도 없는 배짱으로 평지풍파 일으키지 말라”고 경고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문 대통령까지 최저임금 속도 조절을 말했는데, 고용부만 딴 얘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백승현 기자/최종석 노동전문위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