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후 최장기간 경기가 회복할 가능성이 높아진 듯하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경제재생담당상의 발언입니다. 일본인 특유의 조심스런 화법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최장기간 경기회복’을 선언한 셈입니다. 경기회복이냐 후퇴냐에 대한 최종 판정은 일본 내각부에서 1년~1년 반 뒤에 내놓게 됩니다만 잠정적으로 이달까지 일본의 경기회복세가 이어지면 최장기간 경기회복의 타이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내년 1월까지 경기회복세가 지속되면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장기간 호황의 기록도 새로 쓰게 됩니다. 여전히 일본 내에서 소비 관련 지표가 미약하고, 경기회복의 ‘온기’가 제대로 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없지는 않지만 거시경제 지표상으로 새로운 이정표를 쓰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12월 월례경제보고서에서 일본 정부는 국내 경기에 대해 “완만하게 회복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12개월 연속으로 ‘완만한 회복 중’이라는 긍정적 시각을 유지한 것입니다. 이달 경기확장이 확정될 경우, 2012년 12월 이후 73개월 연속으로 경기확장세가 이어집니다. 기존의 2차 대전 이후 최장기간 확장기였던 2002년 1월~2008년 2월의 73개월 연속 경기확장세(이자나미 경기(いざなみ景気))와 동률이 됩니다.
일본 언론들은 장기 경기개선이 이뤄진 배경으로 △2012년 말 이후 시행된 아베노믹스 효과 △글로벌 경기개선에 따른 수출과 설비투자 개선 △일본은행(BOJ)의 금융완화정책에 따른 엔화약세와 수출기업의 실적개선 △일본 내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고용환경 개선 △방일관광객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본의 장기 경기확대기는 1960년대 후반의 ‘이자나기 경기(57개월)’와 1980년의 버블경기(51개월), 2000년대 초반의 ‘이자나미 경기’ 등이 꼽히고 있습니다. ‘이자나기’ ‘이자나미’ 등 초장기 호황기에 대한 명칭은 ‘고사기’에 나오는 일본신화 속 신의 이름 등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지표상 장기호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앞으로 얼마나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지에 대해선 불안요소도 없지 않습니다. 일본 정부는 12월 월례보고서에서 공공투자 항목에 대한 평가를 기존의 ‘견조한 추이’에서 ‘약해지고 있다’고 하향 조정했습니다. 11월 기업물가에 대해서도 ‘완만하게 상승’에서 ‘상승 속도가 둔화됨’으로 톤을 낮췄습니다.
일본 내에선 내수경기가 아직 확실하게 살아나지 않았고, 실질임금이 오르지 않았으며, 소비가 크게 늘지 않는 점을 근거로 최근의 경기회복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없지는 않습니다. 이에 따라 최근의 경기 확장세를 ‘금융완화 의존경기’나 ‘미지근한 경기’로 부르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의 암울한 시기를 벗어나 경제 전반에 대한 시각과 분위기가 바뀐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앞으로 미래의 사가들이 최근의 일본 경기회복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어떤 이름을 붙일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