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일본 펀드의 수익률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엔화 강세가 일본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에 도쿄증시가 최근 잇따라 급락한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은 양호하지만 당분간 환율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엔화 강세에 日펀드 수익률 '뚝뚝'
21일 펀드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44개 일본 주식형 펀드의 최근 한 달간 수익률은 -7.22%였다. 전체 해외 주식형 펀드 중 가장 부진했다. 연초 이후 수익률도 -15.68%로 중국(-23.12%) 다음으로 낮았다. ‘KBSTAR일본TOPIX레버리지’ ‘KINDEX일본레버리지’ 등 상장지수펀드(ETF)는 한 달 만에 13% 이상 하락했다.

일본 펀드는 지난 10월 초까지만 해도 고공행진했다. 닛케이225지수가 10월2일 장중 24,448.07까지 오르면서 2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닛케이225는 이후 17.6% 급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보다 5.5%포인트 더 떨어졌다. 미·중 무역전쟁과 경기침체 우려로 글로벌 증시가 대부분 하락했지만 일본 증시의 하락률이 유독 컸다.

전문가들은 일본 증시의 약세 원인을 환율에서 찾고 있다. 안전자산인 엔화 수요가 높아지면서 달러·엔 환율은 지난 9월 이후 최저치(엔화 강세)인 111엔대까지 떨어졌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일본 증시는 다른 나라보다 환율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문제도 딜레마다. 일본은행(BOJ)이 지난 20일 단기 정책금리를 현행 수준인 -0.1%로 유지하기로 했지만 시장에서는 일본은행도 조만간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팽배하다. 미국과 금리차가 3%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지면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낮은 금리와 유동성 확대를 통한 ‘아베노믹스’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이다. 내년 4분기 2차 소비세율 인상이 단행되면 경제가 역성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 연구원은 “내년에는 정부지출이 일본 경제를 이끌 것”이라면서도 “당분간 엔화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일본 펀드에 대한 투자 판단은 미루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