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적극 키운다고 하지만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에는 이전 정부보다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개발에 소홀하면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려도 그 과실은 해외 업체가 따먹는 구조가 계속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신재생에너지 핵심기술개발 예산은 2079억원이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2243억원보다 164억원(7.3%) 적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과 2016년에도 신재생에너지 R&D에 각각 2131억원, 2163억원을 투자했다. 작년은 2038억원에 그쳤지만 전반적으로 현 정부보다 신재생에너지 R&D에 적극적이었다. 정부는 최근 확정된 내년도 예산안에서 신재생에너지 핵심기술 개발 예산을 2154억원으로 늘렸지만 여전히 2014년보다는 적은 수준이다.

세부 항목별로 태양광 R&D 예산은 올해 618억원이다. 2014년 597억원보다 3.5%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태양광 설비가 58.1%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R&D 투자가 확실히 보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러다 보니 국내 신재생에너지 기술 수준은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처진다. 산업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선진국의 신재생에너지 기술 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한국은 85.8에 그쳤다. 2.3년 기술 격차가 났다. 풍력은 상황이 더 심각해 선진국 대비 기술 수준이 68.3에 그쳤다. 기술 격차는 4.9년이었다.

기술 격차는 주요 신재생에너지 설비 입찰 때 외국 기업들이 사업을 따가고 외국산 장비의 국내 시장 잠식을 키우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려면 대대적인 R&D 투자를 통해 기술 격차를 줄여야 하는데 정부는 설비 보급 확대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환경대학원 교수는 “신재생에너지 기술 경쟁력을 키우지 않으면 돈은 우리가 투자하고 이익은 외국 업체가 누리는 구조가 고착화될 것”이라며 “R&D 투자를 대폭 늘리는 것은 물론 해외의 신재생에너지 유망 기업 인수합병(M&A)도 적극 모색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