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의 '바통터치'…내년 KPGA '판' 바뀌나
“한국 일본 유럽 다 놓치고 싶지 않죠!”

올해 코리안투어 상금왕 박상현(35·동아제약)은 며칠 전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았다. 유럽프로골프(EPGA)투어 2019시즌 출전권이다. 초청 선수로 한국, 일본, 유럽 투어 등을 부지런히 오가며 쌓은 아시안 투어 상금이 어느새 56만6211달러(약 6억4000만원)로 불어나 상금 순위 2위가 됐다. 유럽투어 출전권은 상금랭킹 1위에게 주는데, 1위인 인도의 샤르마 슈반카르가 이미 투어 카드가 있는 덕분에 유럽행 티켓이 그의 몫으로 돌아왔다. 박상현은 “유럽 투어에서 뛰는 게 체력적인 면이나 이동거리 등에서 부담스러웠지만 디오픈 등 큰 초청 대회를 몇 번 경험해보니 욕심이 생겼다. 더 나이 들기 전에 큰 무대에서 실력을 검증받고 싶다”고 말했다.

대타로 ‘행운의 유럽투어 시드’를 받은 이는 또 있다. 지난달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A+라이프 효담 제주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신고한 박효원(31)이다. KPGA 대상 포인트 1위 이형준(26)이 병역과 자녀 양육 등을 이유로 유럽투어 출전권을 양보한 덕분에 생각지도 못했던 유럽 무대 데뷔 기회를 잡았다. 박효원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대회를 치르겠다”고 말했다. 이미 3개 대회에서 커트 통과했다는 게 좋은 징조다.

박상현과 박효원은 국내 남자 투어에서 흔치 않은 스타 선수다. 박상현은 화려한 버디 세리머니와 공격적인 경기 스타일로, 박효원은 줄버디를 잡아내는 고도의 집중력으로 팬들을 환호케 한다. 두 선수의 해외 진출이 코리안 투어의 손실로 보는 시각이 있는 배경이다.

다행인 것은 ‘바통터치’가 있다는 점이다. 유럽에서 뛰던 이수민(25)과 일본투어(JGTO)에서 활약하던 허인회(31)다. 둘 다 해외 투어에선 아쉬움을 남겼지만 국내 투어에선 두 선수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던 ‘빅스타’다. 2016년 유럽투어 선전인터내셔널을 제패해 유럽행 티켓을 따냈던 이수민은 아마추어 때인 2013년 군산CC오픈을 제패한 뒤 2년 뒤 프로 자격으로 같은 대회를 다시 제패한 진기록의 소유자다. 유럽투어 올 시즌 성적이 144위(레이스 투 두바이 포인트)에 머물면서 지난달 국내 투어 퀄리파잉 테스트를 치러 통과했다.

일본 투어를 주로 뛰던 허인회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 투어로 복귀할 뜻을 여러 차례 내비친 터였다. 올 시즌 일본 투어에서 16개 대회를 소화했지만 상금 순위가 112위에 그치면서 ‘유턴’을 결심했다. 미국프로골프(PGA) 2부 투어와 국내 투어를 오갔던 김비오(28)도 퀄리파잉 테스트를 16위로 통과해 내년 코리안 투어 출전권을 회복했다. 김비오는 코리안 투어 3승을 기록한 멀티챔프다.

박호윤 KPGA 사무국장은 “해외 투어에선 두드러진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국내 투어에선 언제든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는 강력한 우승 후보들”이라며 “내년 투어가 다채로워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남자 선수들의 해외시장 개척은 올해도 이어졌다. 국가대표 출신인 김성현(20)과 김영웅(20) 등 5명이 지난달 일본 투어 퀄리파잉 테스트를 통과해 JGTO 2019시즌 출전권을 따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