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8조원 규모의 전통시장 상품권 발행, 빚 상환능력이 없는 자영업자 채무 탕감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자영업 성장·혁신 종합대책’을 내놨다. 지난 8월 카드수수료·임대료 인하 등에 이은 문재인 정부의 네 번째 자영업자 대책이다.

과당 경쟁과 경기 침체 등이 초래한 자영업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올 들어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 등이 더해지면서 상당수 자영업자들이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지난 1분기 자영업자 평균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3% 줄었다. 반면 지난 상반기 금융회사들의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약 591조원으로 6개월 만에 41조원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적·제도적 지원으로 빈사 상태인 자영업자들에게 숨 쉴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그렇지만 정부가 ‘자영업 과잉’이라는 문제 근원을 해결하지 않고 지원과 보호만으로 기대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작년 기준으로 자영업이 우리나라 고용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4%로, 미국(6.3%), 일본(10.4%) 등 주요 국가들에 비해 월등하게 높다. ‘자영업 쏠림’의 가장 큰 원인은 중·장년층 일자리 부족이다. 통계청의 ‘2017 자영업 현황’에 따르면 자영업자 중 40대 이상이 84.8%였다. 새 일자리를 찾지 못한 중·장년층 상당수가 생계형 창업에 나선 탓이다. “중·장년층이 자영업에 내몰리지 않게 일자리를 늘리는 게 자영업 근본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렇게 하려면 일자리 근원인 기업들이 마음 놓고 사업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경직화된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각종 규제를 풀어 신(新)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사무직 보조 등 32개 직종만 가능한 파견법 규제만 완화해도 제조 분야 중소기업에서만 9만여 개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원격의료 허용 등 보건·의료 분야 규제개혁이 이뤄지면 최대 37만4000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자영업 난립을 막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시급한 대책이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