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외주화 방지’를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경영계는 불명확한 법 규정으로 인한 처벌 남발 우려를 제기했다. 여야는 이 같은 전문가와 경영계의 의견을 반영해 21일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개정안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심사를 위한 공청회를 열어 경영계와 노동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공청회에서는 개정안이 즉각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의견과 개정안이 법률의 체계성과 실효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경영계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일각에서는 정부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는 사항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지적도 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자의적 법 집행과 법 해석상의 혼란을 야기할 내용과 위헌 소지가 있는 사항이 상당히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도급인의 안전 및 보건 조치를 규정한 63조의 위헌 가능성을 우려했다. 정 교수는 “이 조항은 너무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개념을 사용해 이를 준수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런 상태로 개정되면 위헌으로 판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경영계는 자의적 처벌 남발에 대한 우려를 적극 개진했다.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안전보건본부장은 “중대재해 발생 시 고용노동부 장관이 작업을 중지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규정이 매우 불명확해 행정기관의 자의적 처벌 남발이 우려되고 사업장 생산활동 중단 및 고용 악화 등이 나타날 수 있다”며 내용 삭제를 요구했다. 또 제조·수입자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인터넷에 공개토록 한 신설 117조 조항은 기업의 영업비밀 누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노동계는 조속한 국회 처리를 촉구했다. 최명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위험 업무 도급 금지, 원청의 책임과 처벌 강화, 화학물질 독성 정보에 대한 정부 관리와 영업비밀 사전심사제도 등도 개정안에 담아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졸속 입법’ 우려를 제기했다. 정 교수는 “정부 개정안은 법률로서의 전체적인 체계와 논리적 정합성,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 사상 및 안전관리 원리와 맞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여야는 이날 공청회에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처리가 지연된 원인을 놓고 책임 공방도 벌였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우원식 의원 등 일부 여당 의원이 방송에서 야당 때문에 산업안전보건법이 처리되지 않는 것처럼 말하고 다닌다”며 우 의원의 사과를 요구했다. 환노위 고용노동소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이자 한국당 의원도 “우 전 원내대표가 와서 사과하지 않으면 이 법이 또 표류하게 생겼다”고 거들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