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기부 새 트렌드는 '재능기부·착한 소비·직접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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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기업·단체모금 지고 1인·참여형 기부 뜬다
사랑의열매 모금액 작년보다 줄고 연탄 후원·보육원 성금도 '썰렁'
KOICA 봉사활동 지원자수, 올해 2670명 작년보다 40% 급증
기부플랫폼, IT 기반으로 진화…동전모금 대신 핀테크·SNS로
사랑의열매 모금액 작년보다 줄고 연탄 후원·보육원 성금도 '썰렁'
KOICA 봉사활동 지원자수, 올해 2670명 작년보다 40% 급증
기부플랫폼, IT 기반으로 진화…동전모금 대신 핀테크·SNS로
사랑의열매 연말 모금액이 2010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내년 초까지 성금을 받는 ‘희망 2019 나눔캠페인’ 모금액은 지난 19일 기준 1418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87%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희망 나눔캠페인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매년 말부터 다음해 초까지 진행하는 모금 행사다. 매년 10~15%가량 늘었지만 올해는 줄어들 것으로 모금회는 예상하고 있다.
거리 성금, 크리스마스실, 연탄 기부 등 전통적 기부행사에 시민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연탄 후원은 작년보다 43% 줄었다. 보육원, 장애인시설 등도 썰렁한 분위기다. 불황에 기부 심리가 위축된 데다 기부금 횡령사건까지 터지면서 사회복지단체를 통한 기부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대신 크라우드 펀딩, 재능기부 등 새로운 방식이 떠오르고 있다. 돈만 내고 끝내는 게 아니라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참여를 통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방법으로 기부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혼술·혼밥 이어 1인 기부 확산
조선업계 대기업 간부였던 홍모씨(62)는 최근 직장을 은퇴한 뒤 인도네시아 수라바야로 ‘재능기부’를 다녀왔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운영하는 ‘KOICA 자문단’ 프로그램에 참여해 수라바야대 교수와 학생들에게 대가 없이 조언해주고 조선 설계 기법, 조직관리 노하우 등을 전수했다. 홍씨는 “해외에 단순히 돈만 지원해주는 것보다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게 효과적이라는 취지에 공감했다”며 “주변에도 재능기부를 적극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부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자선기금을 내는 것을 넘어 의미를 찾고, 사회에 참여하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 기부의 범위도 돈을 내는 것에서 재능을 활용한 봉사활동으로 넓어졌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올해 기부 트렌드로 △1인 기부 △의미를 찾는 참여형 기부 △가치소비 △새로운 기부 플랫폼 등을 꼽았다. 소비 트렌드에 따라 기부 문화도 변하고 있다는 게 모금회 측 설명이다. 학교나 회사 등 단체 기부는 주춤하는 반면 개인 기부가 늘고 있는 현상도 ‘혼술’, ‘혼밥’ 등 1인 소비가 확산하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한 모금단체 관계자는 “과거에는 연말이면 공영방송 등에서 하는 이웃돕기 성금 모금, 초·중·고교 크리스마스실 판매 등에 대부분 동참하는 분위기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나는 따로 하겠다’는 사람이 더 많다”고 말했다.
기부를 통해 자신만의 의미를 찾으려다 보니 기부 과정에 기부자가 참여하게 된 것도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다. 모금회 관계자는 “요즘 기부자들은 기부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싶어 한다”며 “기부금을 낸 뒤에도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기부금을 어디에 써달라고 요청하는 식”이라고 했다. 모금회 조사에 따르면 자선 프로그램 모금액은 정체됐지만 인권 등 권리신장 프로그램 모금액은 20~30%가량 늘었다. 사회 변화를 기부금을 통해 이루려는 의미라고 모금회 측은 해석했다.
‘재능기부도 기부’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봉사활동 프로그램 경쟁률은 높아지고 있다. 단순히 돈만 내는 게 아니라 의미 있는 사회참여를 하고 싶다는 심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KOICA에서 운영하는 봉사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면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야 한다. 경쟁률은 일반적으로 2~3 대 1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899명이었던 지원자 수는 올해 2670명으로 40% 더 많았다.
현금 안 쓰니 동전모금 절반으로 줄어
소비를 통한 기부는 큰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신발 한 켤레를 사면 한 켤레는 개발도상국 어린이에게 기부해주는 탐스(사진), 보디로션 제품인 ‘체리티 팟’ 판매금 전액을 사회단체에 기부하는 러쉬 등이 ‘착한 소비’를 겨냥한 대표 기업이다. 명품 주얼리 브랜드 불가리는 2009년 국제아동권리기관 세이브더칠드런과 손잡고 ‘세이브더칠드런 링’ 반지와 목걸이를 판매하고 있다. 원래는 2012년까지만 한시적으로 판매할 방침이었지만 제품이 인기를 끌자 계속 판매하기로 했다.
‘착한 소비’ 창업도 잇따르고 있다. 공정하게 생산된 캐시미어로만 옷을 만드는 브랜드 ‘르 캐시미어’는 출시 1년 만에 독일과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올해 매출은 작년보다 두 배 이상 뛸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보고 있다.
정보기술(IT), 핀테크(금융기술) 등이 발달하면서 기부 플랫폼이 다양해진 것도 큰 변화다. 특히 동전모금은 급감하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나눔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구세군 동전모금은 2013년에 비해 60%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동전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어진 것이 원인이라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대신 크라우드 펀딩,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핀테크 등으로 기부플랫폼이 넘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후원형 크라우드 펀딩은 참여자가 늘면서 목적과 쓰임새가 다양해졌다. 네이버 해피빈은 공감이 되는 개인이나 단체에 기부자들이 직접 후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고용노동부와 함께 매년 사회적 기업 크라우드 펀딩 대회를 열고 있는 ‘오마이컴퍼니’ 등 사회적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후원하는 단체도 있다. ‘같이가치’에서는 기부자와 기업이 함께 후원할 수 있다. 개인이 온라인 모금함에 모금하면 카카오가 모금 콘텐츠 댓글과 공유 수에 따라 후원해준다. 박미희 나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기부가 사회적 기여로 확장되고 있지만 아직 사회단체는 자선기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한계가 있다”며 “다양한 플랫폼과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거리 성금, 크리스마스실, 연탄 기부 등 전통적 기부행사에 시민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연탄 후원은 작년보다 43% 줄었다. 보육원, 장애인시설 등도 썰렁한 분위기다. 불황에 기부 심리가 위축된 데다 기부금 횡령사건까지 터지면서 사회복지단체를 통한 기부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대신 크라우드 펀딩, 재능기부 등 새로운 방식이 떠오르고 있다. 돈만 내고 끝내는 게 아니라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참여를 통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방법으로 기부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혼술·혼밥 이어 1인 기부 확산
조선업계 대기업 간부였던 홍모씨(62)는 최근 직장을 은퇴한 뒤 인도네시아 수라바야로 ‘재능기부’를 다녀왔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운영하는 ‘KOICA 자문단’ 프로그램에 참여해 수라바야대 교수와 학생들에게 대가 없이 조언해주고 조선 설계 기법, 조직관리 노하우 등을 전수했다. 홍씨는 “해외에 단순히 돈만 지원해주는 것보다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게 효과적이라는 취지에 공감했다”며 “주변에도 재능기부를 적극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부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자선기금을 내는 것을 넘어 의미를 찾고, 사회에 참여하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 기부의 범위도 돈을 내는 것에서 재능을 활용한 봉사활동으로 넓어졌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올해 기부 트렌드로 △1인 기부 △의미를 찾는 참여형 기부 △가치소비 △새로운 기부 플랫폼 등을 꼽았다. 소비 트렌드에 따라 기부 문화도 변하고 있다는 게 모금회 측 설명이다. 학교나 회사 등 단체 기부는 주춤하는 반면 개인 기부가 늘고 있는 현상도 ‘혼술’, ‘혼밥’ 등 1인 소비가 확산하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한 모금단체 관계자는 “과거에는 연말이면 공영방송 등에서 하는 이웃돕기 성금 모금, 초·중·고교 크리스마스실 판매 등에 대부분 동참하는 분위기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나는 따로 하겠다’는 사람이 더 많다”고 말했다.
기부를 통해 자신만의 의미를 찾으려다 보니 기부 과정에 기부자가 참여하게 된 것도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다. 모금회 관계자는 “요즘 기부자들은 기부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싶어 한다”며 “기부금을 낸 뒤에도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기부금을 어디에 써달라고 요청하는 식”이라고 했다. 모금회 조사에 따르면 자선 프로그램 모금액은 정체됐지만 인권 등 권리신장 프로그램 모금액은 20~30%가량 늘었다. 사회 변화를 기부금을 통해 이루려는 의미라고 모금회 측은 해석했다.
‘재능기부도 기부’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봉사활동 프로그램 경쟁률은 높아지고 있다. 단순히 돈만 내는 게 아니라 의미 있는 사회참여를 하고 싶다는 심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KOICA에서 운영하는 봉사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면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야 한다. 경쟁률은 일반적으로 2~3 대 1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899명이었던 지원자 수는 올해 2670명으로 40% 더 많았다.
현금 안 쓰니 동전모금 절반으로 줄어
소비를 통한 기부는 큰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신발 한 켤레를 사면 한 켤레는 개발도상국 어린이에게 기부해주는 탐스(사진), 보디로션 제품인 ‘체리티 팟’ 판매금 전액을 사회단체에 기부하는 러쉬 등이 ‘착한 소비’를 겨냥한 대표 기업이다. 명품 주얼리 브랜드 불가리는 2009년 국제아동권리기관 세이브더칠드런과 손잡고 ‘세이브더칠드런 링’ 반지와 목걸이를 판매하고 있다. 원래는 2012년까지만 한시적으로 판매할 방침이었지만 제품이 인기를 끌자 계속 판매하기로 했다.
‘착한 소비’ 창업도 잇따르고 있다. 공정하게 생산된 캐시미어로만 옷을 만드는 브랜드 ‘르 캐시미어’는 출시 1년 만에 독일과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올해 매출은 작년보다 두 배 이상 뛸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보고 있다.
정보기술(IT), 핀테크(금융기술) 등이 발달하면서 기부 플랫폼이 다양해진 것도 큰 변화다. 특히 동전모금은 급감하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나눔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구세군 동전모금은 2013년에 비해 60%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동전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어진 것이 원인이라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대신 크라우드 펀딩,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핀테크 등으로 기부플랫폼이 넘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후원형 크라우드 펀딩은 참여자가 늘면서 목적과 쓰임새가 다양해졌다. 네이버 해피빈은 공감이 되는 개인이나 단체에 기부자들이 직접 후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고용노동부와 함께 매년 사회적 기업 크라우드 펀딩 대회를 열고 있는 ‘오마이컴퍼니’ 등 사회적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후원하는 단체도 있다. ‘같이가치’에서는 기부자와 기업이 함께 후원할 수 있다. 개인이 온라인 모금함에 모금하면 카카오가 모금 콘텐츠 댓글과 공유 수에 따라 후원해준다. 박미희 나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기부가 사회적 기여로 확장되고 있지만 아직 사회단체는 자선기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한계가 있다”며 “다양한 플랫폼과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