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최후통첩 "국경예산 통과시키지 않으면 셧다운 하겠다"
민주 원내대표 "당신이 또 성질부려…셧다운은 트럼프 책임"
트럼프·민주당 충돌…美 성탄절 '셧다운' 초읽기 들어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행하는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둘러싼 갈등으로 예산안 처리가 불발해 미 연방정부가 일시적으로 문을 닫는 '셧다운'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미 공화당은 예산안 처리 시한인 21일(현지시간) 상원 본회의를 열어 긴급 지출법안 처리를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밤 하원을 통과한 이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 50억 달러가 반영됐다.

공화당의 로이 블런드(미주리) 상원의원은 "당 지도부로부터 오늘 낮에 예산안을 표결할 가능성이 있다는 공지가 왔다"며 "방점은 '가능성'에 찍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반(反)이민' 정책에 반대하는 민주당은 국경장벽 예산이 반영된 예산안은 처리할 수 없다며 완강히 맞서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의원들의 이탈표가 없이는 예산안 처리가 불가능한 공화당이 실제로 표결에 들어갈지는 불투명하다.

공화당은 상원(총 100석)에서 51석으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민주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저지하고 예산안을 통과시키려면 60표가 필요하다.

특히 공화당 내부에서도 국경장벽 예산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적잖아 표결이 이뤄질 경우 예산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의회전문매체 더힐이 전했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이러한 의회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 면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완강한 반대에 아랑곳없이 셧다운 '최후통첩'을 했다.

그는 이날 오전 여러 건의 트윗을 연달아 올려 "민주당이 국경 안보를 위해 투표하지 않으면 셧다운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공화당에 '핵 옵션'을 써서라도 예산안을 통과시키라고 촉구했다.

핵 옵션은 예산안 처리 의결 정족수를 60표가 아니라 과반(51표)으로 낮추는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의 상원 사령탑인 미치 매코널(켄터키) 원내대표를 향해 "미치, 이것을 완료하기 위해 핵 옵션을 사용하라. 우리나라가 당신에게 달려있다"라고 썼다.

앞서 상원은 지난 19일 연방정부의 셧다운 사태를 피할 긴급 단기 지출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토안보부 등 일부 연방정부 기관들에 내년 2월 8일까지 한시적으로 현행 수준에서 경상경비를 지원하는 것이 골자였다.

그러나 논란이 된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이 전혀 반영되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은 상하원을 모두 통과하더라도 법안에 서명하지 않아 연방정부를 셧다운 시키겠다고 맞섰다.

그러자 공화당이 주도하는 하원은 전날 밤 장벽 예산 50억 달러를 추가한 지출법안을 통과시키고 상원으로 공을 넘겼다.

양원제인 미국은 법안이 통과되려면 상원과 하원에서 동일한 내용으로 처리돼야 하기 때문에 하원이 처리한 법안이 다시 상원으로 넘어온 것이다.

민주당의 척 슈머(뉴욕) 상원 원내대표는 트위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상원은 셧다운을 막기 위해 만장일치, 초당적으로 예산안을 통과시켰는데 당신은 또 성질을 부려서 하원에 그 타협을 무시하도록 했다"며 "셧다운은 당신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CNN을 비롯한 미 언론은 "셧다운을 향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며 백악관과 의회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의회가 접점을 찾지 못하면 연방정부는 이날 자정부터 일시적으로 문을 닫는다.

그러나 연방정부는 22일부터 크리스마스 연휴에 들어가기 때문에 셧다운에 따른 피해나 불편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말연시 휴가를 위해 플로리다 팜비치에 있는 그의 별장 마러라고 리조트로 출발한다.

이번 휴가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가장 긴 16일간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