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소식통 인용…관리들 분노 가라앉기만 기대
"불만은 곧 해임 신호"…중앙은행 독립성·금융시장 타격 우려
"트럼프, 연준 금리인상에 격분해 파월 의장 해임 논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격분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해임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 4명은 수개월 동안 주가가 하락했음에도 연준이 이달 또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파월 의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이 증폭됐다며 이런 상황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보좌진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해임을 추진할지는 확신하지 못하며 성탄절 연휴 동안 그의 분노가 가라앉기를 바라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며칠 동안 수차례나 파월 의장을 해임하는 방안을 비공개적으로 말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의장을 몰아내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더라도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파괴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적 간섭을 배제하고 경제를 관리해야 할 중앙은행인 연준의 역량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도 근간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 않아도 증시가 최근 몇 주간 불안정해지고 올해 들어 주요 주가지수가 급락한 상황에서 이런 상황이 불거지는 것을 두고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백악관 대변인들은 블룸버그 통신의 확인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비공개적으로 불만을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진 고위 관리들은 결국 해임되고 말았다.

렉스 틸러슨 전 국무부 장관, 제프 세션스 전 법무부 장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그 길을 밟은 사례로 거론된다.

그러나 행정부 관리들과 달리 독립기구에 있는 관리인 파월 의장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해임 권한을 지니고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연준이 1913년 창설될 때 제정된 연방준비제도법은 대통령이 '적법하고 구체적인 이유로'(for cause) 연준 이사들을 임기가 끝나기 전에 해임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법률은 그 이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지 않다.

이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처럼 다른 독립기구의 관리들에도 적용되는 용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1935년 FTC 위원장을 해임한 적이 있는데 미국 대법원은 정치적 이유로 독립기구의 관리들을 해임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따르면 1951년 해리 트루먼 행정부의 압박을 받은 토머스 매케이브 연준 의장이 자진해서 사퇴한 적은 있지만 대통령이 연준 의장을 해임한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의 해임에 나선다면 연준의 독립성 침해에 대한 전례 없는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지명됐으나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전통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불만을 품더라도 해임할 수 없는 존재로 인식돼왔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인상을 비롯한 연준의 긴축적 통화정책 때문에 미국 경제성장이 둔화된다며 파월 의장을 거칠게 비판해왔다.

자신이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해 이뤄낸 호경기가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 때문에 망가질 수 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 연준의 금리 인상 때 "미쳤다"며 연준을 자신의 '최대의 위협'으로 지목했다.

그는 지난달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도 파월 의장을 선임한 데 대해 "아주 조금도 만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근 로이터 인터뷰에서는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 어리석은 짓을 하는 것"이라고 반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준금리를 조정하는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하루 앞둔 지난 18일에도 "또 다른 실수를 저지르지 말라"며 전향적 태도를 촉구했다.

그러나 연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에 굴하지 않고 당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고 내년 2차례 추가인상 신호도 보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