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신 마비 개에게 침놓자 벌떡…국내 1세대 한방수의사 강무숙 원장[펫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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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비 증상으로 인해 하반신을 전혀 쓰지 못하던 개에 꾸준히 침을 놓자 불과 몇 개월 만에 일어나 걷게 된 경험을 한 뒤 한방수의학에 확신을 갖고 공부를 하게 되었죠."
강무숙(사진) '동물제중원 금손이' 동물병원 원장은 국내 1세대 한방수의사다.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양의학으로 임상수의사 생활을 시작했지만 남치주, 고(故) 김덕환 전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의 침구 연구를 접한 뒤 본격적으로 한방수의사의 길로 뛰어들었다.
국내에서 동물에게 한방치료를 겸해 진료를 하는 수의사는 약 500여명 수준이지만, 한방을 전문으로 하는 수의사는 강 원장을 비롯해 4~5명에 불과하다. 비(非)반려인들에겐 생소할 수 있지만 동물제중원 금손이를 찾는 개와 고양이 등의 치료 건수가 연간 7000건이 넘을 정도로 반려인들에게는 침과 쑥뜸, 한약을 대표로 하는 한방치료가 더이상 낯선 영역이 아니다.
15년 전 양방수의사라는 길을 포기하고 '미지의 영역'인 동물 한방치료의 길을 선택하게 된 강 원장의 마음을 움직인 계기가 무엇일까 궁금했다. 지난달 6일 쑥뜸 냄새가 짙게 나는 서울 방배동 강 원장의 동물병원으로 찾아갔다.
▷한방수의학이라는 게 무엇인가.
사람이랑 똑같다. 음과 양의 기운을 중심 개념으로 두고 체질과 증상에 따라서 침, 뜸, 한약 등의 방법으로 질병을 다스리는 것이다. 동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혈자리가 있다. 한약 역시 기본적으로는 사람이 먹는 수준의 약재를 사용하고, 종류에 따라 동물이 먹으면 안 되는 약재는 제외하거나 독소가 발현되지 않도록 가공해 처방한다.
▷한방치료가 동물에게 얼마나 효과가 있는 것인가.
나도 수의학과를 졸업했기 때문에 원래 전공이 양의학이다. 좋은 학문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강아지가 암에 걸렸다고 가정하자. 보호자가 암세포를 제거하길 원하거나, 항암 치료를 바란다면 양의학을 하는 병원으로 가는 것이 맞다. 그러나 강아지에 따라 수술을 하거나 항암 치료를 받는 것이 제한적인 상황이거나 그러한 시술을 보호자가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한방수의학은 동물의 삶의 질을 현재와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시키는 것에 목표를 둔다. 같은 증상을 다른 목표를 두고 접근한다.
▷어떠한 질병을 주로 다루는 것인가. 또 양방에 비해 한방 치료가 강점을 갖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약 50%가 신경계와 골격계 질환이다. 뇌질환, 관절염, 디스크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치매 같은 복합 질환을 앓고 있는 동물들까지도 많이 찾는다. 나머지 절반은 내과 질환으로 신부전, 췌장염, 암 등을 앓고 있는 동물들이다. 한방으로 접근할 수 있는 치료의 범위가 양방과 다르지 않다. 한방이 갖는 장점은 초기 대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예방의학 성격이 더 강하다. 예를 들어 '몸이 찌뿌둥'하다고 표현하지 않는가? 그런데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거나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어봐도 뚜렷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으면 양의학에서는 구체적인 병명에 대해 진단을 내리기 어려워 집으로 돌려보낸다. 그러나 한의학에선 이것이 큰 병으로 가는 '단초'라고 보고 이를 다스리는 데 중점을 둔다.
▷양의학은 암세포를 떼어내거나 약물을 투여하는 등 시각적으로 확인이 되는 치료인 반면 한의학은 그런 부분에서 제한적인데, 어떤가.
침을 혈자리에 놓을 경우 이것이 실제 사람이나 동물 몸에 차이점을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는지가 핵심인데 이에 대한 데이터(Functional MRI)가 이미 의미 있는 수준으로 누적된 상태다. 침을 꽂았을 때 뇌, 뇌파, 뇌혈류 등에서 변화를 유발하고 이는 어떤 침을 사용하느냐, 어떤 혈자리에 놓느냐에 따라 각각 다른 변화를 발생시킨다. 일각에선 한의학을 '플라시보 효과'(위약효과. 가짜 약을 투여하면서 진짜 약이라고 했을 경우 그것에 대한 '믿음' 때문에 병이 낫는 현상. 제2차 세계 대전 때 약이 부족해 쓰던 방법으로 일종의 심리효과)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동물들은 수의사가 침을 찌르고 뜸을 놓는 행위를 심리적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동물마다 혈자리가 다른가.
사람을 포함해 대부분의 포유동물은 기본 골격이 비슷하다. 그래서 약 70%의 동물들은 사람과 혈자리가 유사하다. 그러나 꼬리가 있는 동물이 있는 반면 꼬리가 없는 동물도 있다. 사람은 꼬리가 없다. 꼬리 끝이 대표적인 혈자리 중 한 곳인데 약 30%의 다른 부분이 이런 데서 발생한다. 개와 고양이는 중요한 혈자리 중 한 곳인 엄지발가락이 퇴화해서 없다. 이런 해부학적인 차이에 대한 연구가 전제돼야 한다.
▷한방수의학에 관심 있는 다른 나라의 수의사들이 이제 한국으로 찾아온다고 들었다.
1970년대 중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일부 한방수의사(중의학)들 때문에 현재는 미국에 관련 데이터가 많은 상황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기(氣)' 같은 보이지 않는 형태의 개념을 다루다보니 서양문화권에서 받아들이는 속도가 더디다. 향후 5~6년 정도가 지나면 한국이 오히려 앞선 수준의 한방치료의 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강무숙(사진) '동물제중원 금손이' 동물병원 원장은 국내 1세대 한방수의사다.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양의학으로 임상수의사 생활을 시작했지만 남치주, 고(故) 김덕환 전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의 침구 연구를 접한 뒤 본격적으로 한방수의사의 길로 뛰어들었다.
국내에서 동물에게 한방치료를 겸해 진료를 하는 수의사는 약 500여명 수준이지만, 한방을 전문으로 하는 수의사는 강 원장을 비롯해 4~5명에 불과하다. 비(非)반려인들에겐 생소할 수 있지만 동물제중원 금손이를 찾는 개와 고양이 등의 치료 건수가 연간 7000건이 넘을 정도로 반려인들에게는 침과 쑥뜸, 한약을 대표로 하는 한방치료가 더이상 낯선 영역이 아니다.
15년 전 양방수의사라는 길을 포기하고 '미지의 영역'인 동물 한방치료의 길을 선택하게 된 강 원장의 마음을 움직인 계기가 무엇일까 궁금했다. 지난달 6일 쑥뜸 냄새가 짙게 나는 서울 방배동 강 원장의 동물병원으로 찾아갔다.
▷한방수의학이라는 게 무엇인가.
사람이랑 똑같다. 음과 양의 기운을 중심 개념으로 두고 체질과 증상에 따라서 침, 뜸, 한약 등의 방법으로 질병을 다스리는 것이다. 동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혈자리가 있다. 한약 역시 기본적으로는 사람이 먹는 수준의 약재를 사용하고, 종류에 따라 동물이 먹으면 안 되는 약재는 제외하거나 독소가 발현되지 않도록 가공해 처방한다.
▷한방치료가 동물에게 얼마나 효과가 있는 것인가.
나도 수의학과를 졸업했기 때문에 원래 전공이 양의학이다. 좋은 학문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강아지가 암에 걸렸다고 가정하자. 보호자가 암세포를 제거하길 원하거나, 항암 치료를 바란다면 양의학을 하는 병원으로 가는 것이 맞다. 그러나 강아지에 따라 수술을 하거나 항암 치료를 받는 것이 제한적인 상황이거나 그러한 시술을 보호자가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한방수의학은 동물의 삶의 질을 현재와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시키는 것에 목표를 둔다. 같은 증상을 다른 목표를 두고 접근한다.
▷어떠한 질병을 주로 다루는 것인가. 또 양방에 비해 한방 치료가 강점을 갖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약 50%가 신경계와 골격계 질환이다. 뇌질환, 관절염, 디스크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치매 같은 복합 질환을 앓고 있는 동물들까지도 많이 찾는다. 나머지 절반은 내과 질환으로 신부전, 췌장염, 암 등을 앓고 있는 동물들이다. 한방으로 접근할 수 있는 치료의 범위가 양방과 다르지 않다. 한방이 갖는 장점은 초기 대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예방의학 성격이 더 강하다. 예를 들어 '몸이 찌뿌둥'하다고 표현하지 않는가? 그런데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거나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어봐도 뚜렷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으면 양의학에서는 구체적인 병명에 대해 진단을 내리기 어려워 집으로 돌려보낸다. 그러나 한의학에선 이것이 큰 병으로 가는 '단초'라고 보고 이를 다스리는 데 중점을 둔다.
▷양의학은 암세포를 떼어내거나 약물을 투여하는 등 시각적으로 확인이 되는 치료인 반면 한의학은 그런 부분에서 제한적인데, 어떤가.
침을 혈자리에 놓을 경우 이것이 실제 사람이나 동물 몸에 차이점을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는지가 핵심인데 이에 대한 데이터(Functional MRI)가 이미 의미 있는 수준으로 누적된 상태다. 침을 꽂았을 때 뇌, 뇌파, 뇌혈류 등에서 변화를 유발하고 이는 어떤 침을 사용하느냐, 어떤 혈자리에 놓느냐에 따라 각각 다른 변화를 발생시킨다. 일각에선 한의학을 '플라시보 효과'(위약효과. 가짜 약을 투여하면서 진짜 약이라고 했을 경우 그것에 대한 '믿음' 때문에 병이 낫는 현상. 제2차 세계 대전 때 약이 부족해 쓰던 방법으로 일종의 심리효과)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동물들은 수의사가 침을 찌르고 뜸을 놓는 행위를 심리적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동물마다 혈자리가 다른가.
사람을 포함해 대부분의 포유동물은 기본 골격이 비슷하다. 그래서 약 70%의 동물들은 사람과 혈자리가 유사하다. 그러나 꼬리가 있는 동물이 있는 반면 꼬리가 없는 동물도 있다. 사람은 꼬리가 없다. 꼬리 끝이 대표적인 혈자리 중 한 곳인데 약 30%의 다른 부분이 이런 데서 발생한다. 개와 고양이는 중요한 혈자리 중 한 곳인 엄지발가락이 퇴화해서 없다. 이런 해부학적인 차이에 대한 연구가 전제돼야 한다.
▷한방수의학에 관심 있는 다른 나라의 수의사들이 이제 한국으로 찾아온다고 들었다.
1970년대 중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일부 한방수의사(중의학)들 때문에 현재는 미국에 관련 데이터가 많은 상황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기(氣)' 같은 보이지 않는 형태의 개념을 다루다보니 서양문화권에서 받아들이는 속도가 더디다. 향후 5~6년 정도가 지나면 한국이 오히려 앞선 수준의 한방치료의 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