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신 마비 개에게 침놓자 벌떡…국내 1세대 한방수의사 강무숙 원장[펫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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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무숙(사진) '동물제중원 금손이' 동물병원 원장은 국내 1세대 한방수의사다.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양의학으로 임상수의사 생활을 시작했지만 남치주, 고(故) 김덕환 전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의 침구 연구를 접한 뒤 본격적으로 한방수의사의 길로 뛰어들었다.
15년 전 양방수의사라는 길을 포기하고 '미지의 영역'인 동물 한방치료의 길을 선택하게 된 강 원장의 마음을 움직인 계기가 무엇일까 궁금했다. 지난달 6일 쑥뜸 냄새가 짙게 나는 서울 방배동 강 원장의 동물병원으로 찾아갔다.
▷한방수의학이라는 게 무엇인가.
▷한방치료가 동물에게 얼마나 효과가 있는 것인가.
나도 수의학과를 졸업했기 때문에 원래 전공이 양의학이다. 좋은 학문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강아지가 암에 걸렸다고 가정하자. 보호자가 암세포를 제거하길 원하거나, 항암 치료를 바란다면 양의학을 하는 병원으로 가는 것이 맞다. 그러나 강아지에 따라 수술을 하거나 항암 치료를 받는 것이 제한적인 상황이거나 그러한 시술을 보호자가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한방수의학은 동물의 삶의 질을 현재와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시키는 것에 목표를 둔다. 같은 증상을 다른 목표를 두고 접근한다.
약 50%가 신경계와 골격계 질환이다. 뇌질환, 관절염, 디스크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치매 같은 복합 질환을 앓고 있는 동물들까지도 많이 찾는다. 나머지 절반은 내과 질환으로 신부전, 췌장염, 암 등을 앓고 있는 동물들이다. 한방으로 접근할 수 있는 치료의 범위가 양방과 다르지 않다. 한방이 갖는 장점은 초기 대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예방의학 성격이 더 강하다. 예를 들어 '몸이 찌뿌둥'하다고 표현하지 않는가? 그런데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거나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어봐도 뚜렷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으면 양의학에서는 구체적인 병명에 대해 진단을 내리기 어려워 집으로 돌려보낸다. 그러나 한의학에선 이것이 큰 병으로 가는 '단초'라고 보고 이를 다스리는 데 중점을 둔다.
▷양의학은 암세포를 떼어내거나 약물을 투여하는 등 시각적으로 확인이 되는 치료인 반면 한의학은 그런 부분에서 제한적인데, 어떤가.
▷동물마다 혈자리가 다른가.
사람을 포함해 대부분의 포유동물은 기본 골격이 비슷하다. 그래서 약 70%의 동물들은 사람과 혈자리가 유사하다. 그러나 꼬리가 있는 동물이 있는 반면 꼬리가 없는 동물도 있다. 사람은 꼬리가 없다. 꼬리 끝이 대표적인 혈자리 중 한 곳인데 약 30%의 다른 부분이 이런 데서 발생한다. 개와 고양이는 중요한 혈자리 중 한 곳인 엄지발가락이 퇴화해서 없다. 이런 해부학적인 차이에 대한 연구가 전제돼야 한다.
▷한방수의학에 관심 있는 다른 나라의 수의사들이 이제 한국으로 찾아온다고 들었다.
1970년대 중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일부 한방수의사(중의학)들 때문에 현재는 미국에 관련 데이터가 많은 상황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기(氣)' 같은 보이지 않는 형태의 개념을 다루다보니 서양문화권에서 받아들이는 속도가 더디다. 향후 5~6년 정도가 지나면 한국이 오히려 앞선 수준의 한방치료의 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