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두산重 보상협의 장기화…소송시 수년간 표류 가능성
탈원전 '마지막 고리' 신한울 3·4호기 백지화 해 넘길듯
탈원전 정책의 마지막 고리인 신한울 원전 3·4호기 백지화가 결국 해를 넘길 전망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주기기 납품업체인 두산중공업과의 보상 협의를 마무리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이들이 소송으로 갈 경우 사업종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3일 한수원과 두산중공업 등에 따르면 한수원은 신한울 3·4호기의 주기기 제작을 맡은 두산중공업과 보상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

신한울 3·4호는 아직 공사를 시작하지 않았지만, 두산중공업은 납기를 줄이기 위해 한수원 승인을 받고 원전 핵심설비인 주기기를 사전제작했다.

두산중공업은 사전제작에 들어간 약 4천950억원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인데, 한수원이 제시한 금액은 3천23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수개월째 적정 보상을 협의하고 있지만,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수원은 너무 많은 금액을 지급할 경우 배임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경영 악화로 내년부터 과장급 이상 전 사원이 2개월 유급휴직을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 푼이라도 아쉬운 처지다.

한수원은 정부 정책에 따라 지난 6월 15일 이사회에서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 원전 4기 사업종결을 의결했지만, 보상 문제 등 때문에 신한울 3·4호기는 당시 제외했다.

원자력업계에서는 협의가 원만하게 풀리지 않을 경우 두산중공업이 한수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법원으로 가면 한수원의 사업종결 결정이 수년간 지연되면서 이번 정부에서 결론 내리지 못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속도를 조절한 것처럼 탈원전도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있다.

보수 야당과 원자력업계에서는 원전산업 생태계와 일자리 유지를 위해 신한울 3·4호기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건설 재개를 위한 100만 국민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한수원이 사업종결을 결정하지 않는 이상 이런 움직임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신한울 3·4호기 백지화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0월 29일 국정감사에서 두산중공업이 소송을 제기해도 신한울 3·4호기를 현 정부에서 백지화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현행법상 한수원이 이번 정부 내에 사업종결 결정을 하지 못해도 정부 권한으로 취소하는 게 가능하다.

전기사업법 제12조는 산업부 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시점까지 정당한 사유 없이 공사계획 인가를 받지 못해 공사에 착수하지 못하는 경우 사업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전은 4년 이내에 공사계획 인가를 받아야 하는데 한수원은 2017년 2월에 신한울 3·4호기 발전사업허가를 취득했다.

2021년 2월까지 착공하지 못하면 정부가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