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대 희귀질환 유전자 검사…亞 시장 공략해 '진입장벽' 높일 것"
창업 2년차 유전자검사 전문기업 쓰리빌리언은 지난해 1년간 미국에서 희귀질환 관련 소비자 의뢰 유전자검사(DTC) 시범서비스를 했다. DTC는 소비자가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 회사는 한 번의 유전자 검사로 희귀질환 7000여 종을 진단하는 독보적인 인공지능(AI) 기술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올해 초 미국 사업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DTC 대신 의료기관에 유전자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간 거래(B2B) 모델을 가지고서다. 금창원 대표(사진)는 “미국에서 깨달은 것은 사람들이 자기가 어떤 병에 걸릴 가능성보다는 어떤 병에 걸렸는지 알고 싶어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시장 수요가 당초 예상과 달랐던 것이다.

희귀질환 진단은 쉽지 않은 과제다. 희귀질환자가 어떤 병에 걸렸는지 확인하는 데만 평균 5년이 걸린다. 환자 40%는 오진을 경험한다. 미국에서 유전자 검사로 병을 진단하는 서비스를 하려면 실험실표준인증(CLIA)을 받아야 하는데 여기에 수십억원이 드는 것도 한국으로 돌아온 이유다.

쓰리빌리언은 지난 11월 마크로젠과 희귀질환 유전자 진단 제품을 내년 2월 출시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금 대표는 “10만 개의 유전자 변이 가운데 희귀질환 관련 유전자 2만 개를 분석할 수 있는 우리 회사의 핵심 기술을 토대로 한 제품”이라고 했다.

가격은 100만원대로 400만원 이상인 미국의 25% 수준이면서도 정확도를 80%로 높였다. 금 대표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환자가 대상”이라고 했다. 국내 희귀질환자는 250만 명, 전 세계적으로는 3억5000만 명에 이른다. 이 회사는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등 병원 6곳에서 얻은 환자 데이터로 제품을 개선해 3년 안에 국내에서 의료기기 허가를 받을 계획이다.

이 회사는 아시아 시장 선점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인도, 중국, 중동 등 아시아 희귀질환 진단 시장이 세계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그는 “아시아 희귀질환자 데이터를 매년 1만 건씩 집중적으로 모아 미국, 유럽 등의 경쟁업체들이 접근할 수 없도록 진입장벽을 쌓을 것”이라고 했다.

2021년께 연매출 150억원을 올린 뒤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