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준 회장
윤도준 회장
올 3월 취임한 유광렬 동화약품 사장이 10개월 만에 사임했다.

동화약품은 지난 21일 윤도준 회장과 유 사장의 공동대표체제에서 윤 회장과 이설 상무의 각자대표체제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유 사장은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하고 인사·홍보실을 맡아 온 이 상무가 대신 자리를 맡는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120년 역사의 국내 1호 제약사인 동화약품은 제약업계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전문경영인을 번번이 떠나보냈다. 2012년 조창수 사장이 임기 1년을 남기고 물러난 게 시작이었다. 얀센 출신인 박제화 부회장(1년7개월), 화이자 국내영업이사 출신인 이숭래 사장(1년11개월), 동화약품 일반의약품사업부 상무였던 오희수 사장(6개월), 박스터코리아 대표였던 손지훈 사장(1년11개월) 등이 줄줄이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일반의약품 도매유통 전문가인 유 사장이 올해 큰 폭의 외형성장을 이뤄내고도 임기 1년도 못 채운 배경을 놓고 온갖 억측이 나돌고 있다. 동화약품은 지난해 2588억원이었던 매출이 올해 3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매출증가율은 16% 안팎으로 2017년(9%)의 두 배 가까이 된다. 까스활명수 등 일반의약품은 물론 수입 의약품 판매 호조 등에 힘입은 성과다. 하지만 수익구조는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 사장이 오너인 윤 회장과 경영 방식, 사업 구조 개편 등에서 갈등을 빚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반의약품 매출비중이 40%에 이르고 외국 제약사로부터 수입한 의약품 매출이 약 35%로 높은 사업 구조를 바꾸려는 과정에서 의견 차이가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동화약품은 최대주주인 동화지앤피와의 내부거래 때문에 일감몰아주기 의혹도 받고 있다. 유리병 제조업체 동화지앤피는 매출의 절반 가량을 동화약품에 의존한다.

업계 관계자는 “동화약품은 잦은 전문경영인 교체로 인한 리더십 위기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