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2월23일 오후 1시57분

국민연금이 SK그룹과 함께 베트남 식품·유통기업 마산그룹 지분을 인수한다. 안효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이 부임한 이후 첫 대규모 대체투자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투자위원회를 열고 SK그룹이 마산그룹 지분 9.5%를 인수하는 거래에 공동 투자자로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마켓인사이트] 베트남 시총 2위 마산그룹에 국민연금, SK와 공동 지분투자
총 인수금액 4억7000만달러(약 5300억원) 중 국민연금이 1600억원을 지원한다. 스틱인베스트먼트가 국민연금 투자금을 위탁 운용한다. IMM인베스트먼트도 최근 결성한 펀드를 통해 1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SK그룹은 앞서 지난 9월 5개 주요 계열사가 출자해 싱가포르에 설립한 투자 전문회사를 통해 마산그룹 지분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마산그룹은 베트남 증시에 상장된 민간기업 중 시가총액 2~3위인 대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이 약 2조원에 육박한다. 각종 소스와 라면 등을 유통하는 식음료 사업과 축산, 광물 사업 등을 하고 있다. 국내로 치면 CJ그룹과 비슷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베트남 최대 민영은행도 보유하고 있다.

SK그룹은 마산그룹과 파트너십을 맺고 베트남 내에서 전략적 인수합병(M&A)과 신사업을 공동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마산그룹이 콜드체인(저온유통) 물류시스템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주기로 했다. 베트남은 기온이 높은데도 콜드체인이 갖춰져 있지 않아 농수산물, 축산물 등 신선식품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통 반경이 좁고 재고 낭비가 심해 수익률에 나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현대식 신선식품 물류시스템을 갖추게 되면 식음료, 축산 등이 주력인 마산그룹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계산이다.

SK그룹은 마산그룹에 10년 넘게 장기 투자할 수 있는 재무적 투자자를 찾다가 국민연금 및 IMM인베스트먼트와 손잡게 됐다. 특히 이번 투자는 지난 10월 안 본부장이 취임한 이후 첫 대규모 대체투자다. 원금보장 조항이 있어 고수익과 투자 안정성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다.

SK그룹은 해외 진출 전략 중 하나로 현지 기업의 소수 지분을 인수해 파트너십을 맺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물류업체인 ESR(e-Shang Redwood)에 약 400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가 된 것을 비롯해 동남아시아의 우버로 불리는 그랩 투자(투자금 810억원), 미국 셰일가스 수송업체 유레카 2대 주주 지분 인수(1100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동훈/유창재 기자 leedh@hanky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