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익 칼럼] 한국에서 '손정의' 같은 인물 나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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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투자로 新산업·시장 선도하는 손 회장
정부·재계 '왕따' 무릅쓰고 미래 향한 길 걸어
'괴짜' 키우고 패자부활전 독려 풍토 조성해야
조환익 < 한양대 특훈교수, 前 한국전력 사장 >
정부·재계 '왕따' 무릅쓰고 미래 향한 길 걸어
'괴짜' 키우고 패자부활전 독려 풍토 조성해야
조환익 < 한양대 특훈교수, 前 한국전력 사장 >
최근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가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는 한국 유통회사 쿠팡에 2조원이 넘는 금액을 추가로 투자해 우리를 놀라게 했다. 세계 정보통신산업을 주도하는 다른 글로벌 기업이 정보기술(IT)시장의 성장성 등을 우려하면서 신규 투자를 망설이고 있을 때 소프트뱅크는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2016년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을 35조원에 인수했고, 1000억달러 규모의 비전펀드를 조성, 인공지능 등 미래 혁신기술 분야에 앞장서 투자하고 있다. 그의 투자가 늘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높은 승률을 갖고 있다. 비결은 무엇일까?
필자는 한국전력 사장으로 재직할 때 손 회장과 서울, 도쿄, 베이징 등에서 수차례 만나면서 여러 가지 공동사업을 구상하고 추진했다. 몽골 고비사막의 강렬한 태양광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건설, 러시아와 중국, 한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슈퍼그리드 건설(동북아시아 전력망 통합), ARM의 반도체칩을 이용한 에너지 절감 솔루션 개발, 사우디아라비아의 전력망 효율화를 위한 타당성 조사 사업 등이다. 다들 규모가 크고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다.
필자는 손 회장과 만나 사업을 논의하며 그에게서 어떤 기업인도 갖지 못한 특별함을 발견했다. 한국에는 왜 손 회장 같은 슈퍼맨이 없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무엇보다 그의 사업 구상은 ‘기업이 인류의 미래를 위해 무엇인가 기여해야 한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러기 위해 그는 단기적인 수익성보다는 남이 가지 않은 길을 천재적인 직관력으로 찾아 그 효과가 장기적으로 나올지라도 과감하게 투자해 새로운 산업과 시장의 선구자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필요한 협력 상대를 찾아 매우 진지하고 간결하면서도 효율적인 설득을 한다. 손 회장 본인이 직접 브리핑하고 모든 질문에 성의껏 답변한다.
이 과정에서 형식적인 인사치레나 의례적 선물 등은 일절 없고 자리 배치 같은 격식도 따지지 않는다.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등 전통적 재계 세력과의 우호적 관계 같은 것도 굳이 신경 쓰지 않는다. 일본의 정경유착 문화와도 거리가 멀다. 오히려 정부와 종종 세게 부딪친다. 이로 인한 비판적 소리나 불이익에 관해선 별로 개의치 않는다. 한때 IT 거품이 꺼지고 소프트뱅크가 곧 망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아 주가가 거의 바닥까지 떨어졌던 것도 그런 원인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손 회장은 그 자신만의 길을 가면서 결국 다시 성공의 길을 찾아갔다.
그에게는 국민을 감동시키는 힘도 있다. 손 회장은 한 국제포럼에서 발표할 때 자료 첫 장면에 후쿠시마 재앙의 현장에 들어가 부모를 잃은 어린이를 안고 있는 사진을 실었다. 여기에 “우리의 통신 능력이 더 발달했으면 이 어린이들이 부모를 잃지 않았을 텐데 깊은 죄의식을 느낀다”는 감성적 대사를 넣었다. 그는 후쿠시마 피해 복구에 100억엔을 기부했다.
과연 우리 기업인 중 직접 국민을 감동시키는 대화를 할 수 있는 분이 몇이나 될까. 정부와 재계의 ‘왕따’를 무릅쓰고 제3의 길을 가면서도 미래 유망사업에 대해 단기적 수익성을 보지 않고 즉석에서 과감한 투자 판단을 할 수 있는 분은 몇이나 될까.
손 회장은 소년기에 국적의 정체성 고통을 겪으면서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과정을 그가 원하는 대로 월반했다. 아마 그의 천재성을 보고 학교에서 승인해줬겠지만, 손 회장은 “만일 내가 한국이나 일본에서 공부했으면 이런 것이 가능했을까”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우리 사회와 같이 발 크기에 침대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침대 사이즈에 발을 맞추는 곳에선 이런 괴짜와 천재를 키우기 어렵다. 또 우리 사회에선 기업이 한 번 실패하면 패자부활전이 쉽지 않다. 어렵다는 소문이 나면 금융사들이 가장 먼저 달려들어 거래를 중지하고 대출금을 회수하려고 한다. 현재 실물경제는 가라앉는데 금융 부문이 흑자 호황을 누리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리스크 없는 미래 투자는 어디에 있나.
정부에 싫은 소리를 당당히 해도 밉보이지 않는 분위기도 중요하다. 손 회장과 같은 글로벌 기업인이 두세 명만 배출돼도 일자리 문제가 해결된다. 새해에는 그런 풍토 조성을 위해 모두 다 같이 달라지고 힘써야 할 일이다.
필자는 한국전력 사장으로 재직할 때 손 회장과 서울, 도쿄, 베이징 등에서 수차례 만나면서 여러 가지 공동사업을 구상하고 추진했다. 몽골 고비사막의 강렬한 태양광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건설, 러시아와 중국, 한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슈퍼그리드 건설(동북아시아 전력망 통합), ARM의 반도체칩을 이용한 에너지 절감 솔루션 개발, 사우디아라비아의 전력망 효율화를 위한 타당성 조사 사업 등이다. 다들 규모가 크고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다.
필자는 손 회장과 만나 사업을 논의하며 그에게서 어떤 기업인도 갖지 못한 특별함을 발견했다. 한국에는 왜 손 회장 같은 슈퍼맨이 없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무엇보다 그의 사업 구상은 ‘기업이 인류의 미래를 위해 무엇인가 기여해야 한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러기 위해 그는 단기적인 수익성보다는 남이 가지 않은 길을 천재적인 직관력으로 찾아 그 효과가 장기적으로 나올지라도 과감하게 투자해 새로운 산업과 시장의 선구자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필요한 협력 상대를 찾아 매우 진지하고 간결하면서도 효율적인 설득을 한다. 손 회장 본인이 직접 브리핑하고 모든 질문에 성의껏 답변한다.
이 과정에서 형식적인 인사치레나 의례적 선물 등은 일절 없고 자리 배치 같은 격식도 따지지 않는다.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등 전통적 재계 세력과의 우호적 관계 같은 것도 굳이 신경 쓰지 않는다. 일본의 정경유착 문화와도 거리가 멀다. 오히려 정부와 종종 세게 부딪친다. 이로 인한 비판적 소리나 불이익에 관해선 별로 개의치 않는다. 한때 IT 거품이 꺼지고 소프트뱅크가 곧 망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아 주가가 거의 바닥까지 떨어졌던 것도 그런 원인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손 회장은 그 자신만의 길을 가면서 결국 다시 성공의 길을 찾아갔다.
그에게는 국민을 감동시키는 힘도 있다. 손 회장은 한 국제포럼에서 발표할 때 자료 첫 장면에 후쿠시마 재앙의 현장에 들어가 부모를 잃은 어린이를 안고 있는 사진을 실었다. 여기에 “우리의 통신 능력이 더 발달했으면 이 어린이들이 부모를 잃지 않았을 텐데 깊은 죄의식을 느낀다”는 감성적 대사를 넣었다. 그는 후쿠시마 피해 복구에 100억엔을 기부했다.
과연 우리 기업인 중 직접 국민을 감동시키는 대화를 할 수 있는 분이 몇이나 될까. 정부와 재계의 ‘왕따’를 무릅쓰고 제3의 길을 가면서도 미래 유망사업에 대해 단기적 수익성을 보지 않고 즉석에서 과감한 투자 판단을 할 수 있는 분은 몇이나 될까.
손 회장은 소년기에 국적의 정체성 고통을 겪으면서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과정을 그가 원하는 대로 월반했다. 아마 그의 천재성을 보고 학교에서 승인해줬겠지만, 손 회장은 “만일 내가 한국이나 일본에서 공부했으면 이런 것이 가능했을까”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우리 사회와 같이 발 크기에 침대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침대 사이즈에 발을 맞추는 곳에선 이런 괴짜와 천재를 키우기 어렵다. 또 우리 사회에선 기업이 한 번 실패하면 패자부활전이 쉽지 않다. 어렵다는 소문이 나면 금융사들이 가장 먼저 달려들어 거래를 중지하고 대출금을 회수하려고 한다. 현재 실물경제는 가라앉는데 금융 부문이 흑자 호황을 누리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리스크 없는 미래 투자는 어디에 있나.
정부에 싫은 소리를 당당히 해도 밉보이지 않는 분위기도 중요하다. 손 회장과 같은 글로벌 기업인이 두세 명만 배출돼도 일자리 문제가 해결된다. 새해에는 그런 풍토 조성을 위해 모두 다 같이 달라지고 힘써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