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0시(현지시간) 시작된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중지)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뇌관’인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놓고 백악관과 야당인 민주당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가 예산안 처리에 실패하면서 미 연방정부는 22일 ‘셧다운’에 들어갔다. 올 들어 세 번째 셧다운이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물밑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극적 타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음 상원 본회의가 잡혀 있는 27일까지 연방정부의 셧다운이 이어지게 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 유입을 막기 위한 멕시코 장벽건설 예산으로 57억달러(약 6조4000억원)를 반영한 지출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지난 20일 하원을 통과했지만 민주당의 반대로 상원에선 표결조차 시도하지 못했다. 공화당은 예산안 처리 시한인 21일 민주당과의 협상에서 합의안 마련에 실패했다.

셧다운 첫날인 22일부터 25일까지는 주말과 크리스마스 연휴가 이어져 비교적 파장이 작을 전망이다. 주말엔 일부 국립공원이 폐쇄됐을 뿐 큰 영향이 없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를 지나 셧다운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26일부터 충격이 확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셧다운으로 미국의 15개 정부부처 중 국토안보부, 교통부 등 9개 부처와 10여 개 기관, 국립공원 등이 영향을 받는다. 연방예산 규모로는 25% 정도다. 지난 9월 말 국방부 등의 예산을 포함한 전체 예산의 75%가량은 의회를 통과했다.

전체 210만 명의 연방 공무원 중 80만 명이 셧다운의 영향을 받는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국방·치안 등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 공공 안전에 직결되는 필수 공무를 위해 80만 명 가운데 42만 명은 업무를 계속한다. 다만 이들의 보수 지급은 셧다운이 해결된 후로 미뤄진다.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둘러싸고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정면충돌 양상으로 흐르면서 셧다운 사태가 조속히 종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내년부터는 하원 다수당을 민주당이 차지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민주당과 협상하고 있다”면서도 “(셧다운 사태가) 장기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강철 장벽을 세울 때까지 (위기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장벽건설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할 수 없으며 새해 들어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새로운 지출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맞서고 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