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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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가 삼성화재의 실손보험료 인하 소식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손해율 악화로 실손보험료 인상을 검토 중인 상황에서 삼성화재 홀로 보험료 인하를 결정한 탓이다. 손해보험 업계 1위 기업의 이같은 결정에 자칫 보험료 인상 폭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화재는 2009년 10월1일 이후 판매한 표준화 실손보험의 보험료를 내년 초에 평균 1.6% 인하하기로 했다. 삼성화재가 표준화 실손보험료를 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험 손해율이 업계 평균보다 낮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화재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103%로 업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삼성화재의 보험료 인하 소식에 다른 보험사들은 난처한 기색이다. 보험료 인상 주장이 제대로 힘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염려에서다.

금융감독원의 자료를 살펴보면 올 상반기 개인실손보험 손해율은 122.9%를 기록했다. 손해율이 100%를 넘는다는 것은 보험료로 받은 수입보다 손해가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받은 돈보다 내준 돈이 더 많다는 얘기다.

손해보험사의 사정은 생명보험사보다 좋지 못하다. 지난 상반기 손보사는 계약갱신 등에 따라 보험료 수익이 늘었지만 손해율은 127.3%를 기록했다. 생보사의 손해율은 110.2%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내년에 실손보험에 신규 가입하거나 갱신하는 계약자의 보험료를 올리기로 가닥을 잡았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인상률과 시기는 정하지 않았지만 100%가 넘는 실손보험의 손해율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보험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험개발원의 실손보험료 참조요율을 보면 내년 실손보험료는 손해보험의 경우 평균 5.9%, 생명보험의 경우 8.7% 인상된다. 보험사들은 참조요율을 바탕으로 보험료를 책정한다.

참조요율에는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른 반사이익 6.15%가 반영됐다. 문재인 케어를 제외하면 실손보험료 인상률이 두 자릿수에 이를 수 있다고 업계는 분석했다.

보험사들은 실손보험료 인상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화재의 실손보험료 인하 영향이다. 다만 소비자 저항은 자동차보험료 인상 때보다 약할 것으로 기대했다.

보험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화재가 실손보험료 인하를 발표하면서 다른 보험사들이 큰 폭으로 보험료 인상을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면서도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에 비해 실손보험이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저렴해 보험료 인상에 대한 고객들의 반발은 덜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자동차보험료에 이어 실손보험료가 오르면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