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서울페이가 '포켓몬고'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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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래빗 [팩트체크]
서울페이 = '포켓몬 고' 이유는
가맹점 목록? 서울시 "모른다"
가맹점 위치도 알 수 없는 서울시민
상당액 써야 조건 충족함에도
광고는 오로지 '소득공제 +47만원'?
'서울페이 지도' 함께 만듭시다
서울페이 = '포켓몬 고' 이유는
가맹점 목록? 서울시 "모른다"
가맹점 위치도 알 수 없는 서울시민
상당액 써야 조건 충족함에도
광고는 오로지 '소득공제 +47만원'?
'서울페이 지도' 함께 만듭시다
서울시는 2018년 12월 20일부터 '제로페이 서울(이하 제로페이)'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서울 곳곳 가맹점에 붙은 QR코드로 간편하게 결제하는 서울시 주도 공공서비스죠. 서울시는 11개 은행, 5개 민간결제플랫폼과 손잡고 결제 기능을 제공합니다. 다수의 보도에 따르면 1만6756곳이 가맹점으로 동참했다고 합니다.
야심차게 내놓았지만 혼란은 가중되고 있습니다. 제일 큰 문제는 가맹점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점. 서울시 안내나 언론 보도를 찾아봐도 가능한 가맹점이 어딘지는 정확히 안내하고 있지 않습니다. 협약을 맺은 프랜차이즈 브랜드라도 매장에 따라 제로페이 결제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뜻이죠.
제로페이를 도입한다는 유명 프랜차이즈 매장을 찾아갔더니 QR코드가 없었다는 식의 체험기도 줄을 잇고 있습니다. 간편하게 결제한다는 '간편결제' 명칭이 무색한 상황입니다.
뉴스래빗이 취재해보니 운영 주체인 서울시조차도 제로페이 가맹점 목록이 없었습니다. 더 놀라운건 가맹점 목록을 언제 공개할지 계획도 의지도 없다는 점입니다. 다음은 서울시 관계자와의 취재 내용입니다.
시민은 매장 스티커에만 의존해 제로페이를 이용해야 하는 현실인 겁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지하철 버스 옥외 광고판에 '제로페이를 쓰면 소득공제 40%, 47만원 돌려받는다' 홍보에 여념이 없습니다. 제로페이, 도대체 어디서 써야 47만원 돌려받을 수 있는 걸까요.
제로페이를 어디서 쓸 수 있을까요. 가장 먼저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에 문의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 담당자는 "가맹점 현황이 취합돼서 중앙부처까지 넘어오기엔 아직 이르다"며 서울시 담당자 연락처를 알려줍니다.
서울시 한 군데만도 취합 주체가 여러 군데입니다. 오프라인 신청 건은 중소기업중앙회 서울지역본부가, 온라인 신청 건은 소상공인간편결제추진사업단이 맡습니다. 두 곳에서 받은 신청을 서울시가 취합해 승인 여부를 판단하고 QR코드 스티커를 발송하는 식입니다.
서울시 서울페이추진반은 "QR코드 배송만으로도 바쁘다"고 답했습니다. 가맹점 목록을 요청하자 "없다"고 잘라 말했죠. 매일 신청을 받고 있다보니 취합이나 정리까지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대략 몇 곳 정도인지라도 알 수 없냐고 묻자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담당자는 "가맹점 신청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취합한다"며 연락처를 알려줬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문의했지만 "(서울시는) 사업상 비밀이라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라는 황당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온·오프라인 신청 목록은 엑셀 파일로 오가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 서울지역본부는 "제로페이 가맹점 목록은 엑셀 파일로 서울시에 전달한다"며 "(가맹점 목록을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시는 서울 전역을 제로페이 광고로 도배하고 있습니다. 노상 현수막부터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까지 전방위적입니다. 서울시는 광고에서 '연말 소득공제를 47만원 더 받는 법, 정답은 제로페이'라며 제로페이의 최대 장점을 '소득공제'로 꼽았습니다. 실제로 서울시는 제로페이의 소득공제율을 신용카드(15%), 체크카드(30%)보다 높은 40%로 책정해 '파격적'이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 광고엔 코앞까지 다가가야 보이는 '유의사항'이 있습니다. 깨알같은 크기로 '연봉 5000만원 직장인이 제로페이로 2500만원 사용 시'란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즉 '47만원'은 적지 않은 벌이를 가진 사람이 한 해 소득의 절반 이상을 제로페이로'만' 썼을 때 공제되는 추가 금액인 셈이죠. 신용·체크카드와 마찬가지로 한 해 벌이의 25% 이상을 제로페이로만 결제해야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빠져 있습니다. 사용자가 가맹점 위치를 파악할 수 없는 현재 상태에서는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예시입니다. '과장 광고'라 해도 지나침이 없는 수준입니다.
카카오페이도 전체 목록을 주진 않습니다. 다만 카카오페이는 어느 가맹점에서 쓸 수 있는지, 전국에 가맹점이 몇 곳 있는지를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제로페이 서울은 시민과 소상공인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공공' 서비스입니다. 서울시 담당자는 가맹점 목록 안내에 대해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라며 공감했지만 "내년에도 정해진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럼 시민은 어떻게 알고 제로페이를 써야 할지 물으니 "문 앞에 붙어있으니 보고 결제하면 된다"는 형식적인 대답만 반복했습니다.
종합하면, 제로페이는 '포켓몬고'입니다. '포켓몬고'는 실제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포켓몬을 포획하는 증강현실(AR) 게임으로 2017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매장 스티커', '매장 QR코드'를 찾아 길거리를 헤매야만 쓸 수 있는 '제로페이 서울'과 닮았습니다.
뉴스래빗은 언론에 보도된 정보를 바탕으로 '제로페이 서울 지도'를 그렸습니다. 서울시가 협약을 맺은 26개 프랜차이즈 업체의 매장을 지도 위에 전수 표시했습니다. 모두 합하면 1만3883곳에 달합니다. 뉴스래빗 홈페이지에서 인터랙티브(interactive) 지도 위 점을 선택하면 매장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지도에 표시된 매장이 모두 제로페이를 지원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서울시도, 중소기업중앙회도, 뉴스래빗도 모르죠. 서울시 입장대로라면 이용자가 직접 가보는 수밖엔 없습니다. 그래서 뉴스래빗이 독자 여러분과 함께 세상에 없는 '제로페이 서울 지도'를 만들어보려 합니다. 위 지도에 표시된 매장에서 제로페이가 되는지 안 되는지 뉴스래빗에 제보해주세요. 지도에 없는 매장 중 제로페이가 되는 매장도 알려주세요.
가맹점을 찾아 지도를 완성하는 '제로페이 GO'. 곧 시작합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같이 해보세요. 지도는 계속 업데이트됩니다. 여러분의 결제가 더 간편해지는 그 날까지.
# DJ 래빗 ? 뉴스래빗 대표 '데이터 저널리즘(Data Journalism)' 뉴스 콘텐츠입니다. 어렵고 난해한 데이터 저널리즘을 줄임말 'DJ'로 씁니다. 서로 다른 음악을 디제잉(DJing)하듯 도처에 숨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발견한 의미들을 신나게 엮어보려고 합니다. 더 많은 DJ 래빗을 만나보세요 !.!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뉴스래빗 페이스북 facebook.com/newslabit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lab@hankyung.com
야심차게 내놓았지만 혼란은 가중되고 있습니다. 제일 큰 문제는 가맹점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점. 서울시 안내나 언론 보도를 찾아봐도 가능한 가맹점이 어딘지는 정확히 안내하고 있지 않습니다. 협약을 맺은 프랜차이즈 브랜드라도 매장에 따라 제로페이 결제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뜻이죠.
제로페이를 도입한다는 유명 프랜차이즈 매장을 찾아갔더니 QR코드가 없었다는 식의 체험기도 줄을 잇고 있습니다. 간편하게 결제한다는 '간편결제' 명칭이 무색한 상황입니다.
뉴스래빗이 취재해보니 운영 주체인 서울시조차도 제로페이 가맹점 목록이 없었습니다. 더 놀라운건 가맹점 목록을 언제 공개할지 계획도 의지도 없다는 점입니다. 다음은 서울시 관계자와의 취재 내용입니다.
(서울시 서울페이추진반)
뉴스래빗: 가맹점 목록이 있나? 없다면 대략적인 수라도 알 수 있나?
서울시: 없다. QR배송도 벅차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대행하고 있으니 물어보라.
뉴스래빗: 간편결제 서비스인 만큼 가맹점이 어디 있는지 제공돼야 할 것 같은데, 시범기간이라 파악이 어려운 거면 계획이라도 있나?
서울시: 당연 제공해야 할 정보다. 내년엔 하지 않을까 싶다.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
(중소기업중앙회 서울지역본부)
중소기업중앙회: 서울시에 문의한 결과, 사업상 비밀이라 제공할 수 없다고 한다. 서울시는 가맹점 문 앞에 스티커가 붙어있으니 보고 결제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뉴스래빗: 가맹점이 어디 있는지 알아야 시민도 많이 써서 소득공제를 받지 않겠나? 스티커가 보이면 결제하란 말은 마치 '포켓몬고' 같다.
중소기업중앙회: 가맹점 정보는 개인정보라 제공이 곤란하다. 카카오페이도 리스트는 안 주지 않나.
시민은 매장 스티커에만 의존해 제로페이를 이용해야 하는 현실인 겁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지하철 버스 옥외 광고판에 '제로페이를 쓰면 소득공제 40%, 47만원 돌려받는다' 홍보에 여념이 없습니다. 제로페이, 도대체 어디서 써야 47만원 돌려받을 수 있는 걸까요.
가맹점 목록
없는 이유
없는 이유
제로페이를 어디서 쓸 수 있을까요. 가장 먼저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에 문의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 담당자는 "가맹점 현황이 취합돼서 중앙부처까지 넘어오기엔 아직 이르다"며 서울시 담당자 연락처를 알려줍니다.
서울시 한 군데만도 취합 주체가 여러 군데입니다. 오프라인 신청 건은 중소기업중앙회 서울지역본부가, 온라인 신청 건은 소상공인간편결제추진사업단이 맡습니다. 두 곳에서 받은 신청을 서울시가 취합해 승인 여부를 판단하고 QR코드 스티커를 발송하는 식입니다.
서울시 서울페이추진반은 "QR코드 배송만으로도 바쁘다"고 답했습니다. 가맹점 목록을 요청하자 "없다"고 잘라 말했죠. 매일 신청을 받고 있다보니 취합이나 정리까지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대략 몇 곳 정도인지라도 알 수 없냐고 묻자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담당자는 "가맹점 신청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취합한다"며 연락처를 알려줬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문의했지만 "(서울시는) 사업상 비밀이라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라는 황당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온·오프라인 신청 목록은 엑셀 파일로 오가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 서울지역본부는 "제로페이 가맹점 목록은 엑셀 파일로 서울시에 전달한다"며 "(가맹점 목록을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제로페이 광고 속
숨겨진 '소득공제 조건'
숨겨진 '소득공제 조건'
서울시는 서울 전역을 제로페이 광고로 도배하고 있습니다. 노상 현수막부터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까지 전방위적입니다. 서울시는 광고에서 '연말 소득공제를 47만원 더 받는 법, 정답은 제로페이'라며 제로페이의 최대 장점을 '소득공제'로 꼽았습니다. 실제로 서울시는 제로페이의 소득공제율을 신용카드(15%), 체크카드(30%)보다 높은 40%로 책정해 '파격적'이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 광고엔 코앞까지 다가가야 보이는 '유의사항'이 있습니다. 깨알같은 크기로 '연봉 5000만원 직장인이 제로페이로 2500만원 사용 시'란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즉 '47만원'은 적지 않은 벌이를 가진 사람이 한 해 소득의 절반 이상을 제로페이로'만' 썼을 때 공제되는 추가 금액인 셈이죠. 신용·체크카드와 마찬가지로 한 해 벌이의 25% 이상을 제로페이로만 결제해야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빠져 있습니다. 사용자가 가맹점 위치를 파악할 수 없는 현재 상태에서는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예시입니다. '과장 광고'라 해도 지나침이 없는 수준입니다.
제로페이가
'포켓몬고'인가요
가장 절실한 건 '서비스적 편의'입니다. 시민이 활발히 사용하려면 가맹점 위치를 알아야 하지 않겠냐는 질문에 중소기업중앙회는 "(경쟁 서비스인) 카카오페이도 가맹점 목록은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변명했습니다. 운영 주체에게 '서비스적 발상'이 얼마나 부족한지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포켓몬고'인가요
카카오페이도 전체 목록을 주진 않습니다. 다만 카카오페이는 어느 가맹점에서 쓸 수 있는지, 전국에 가맹점이 몇 곳 있는지를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제로페이 서울은 시민과 소상공인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공공' 서비스입니다. 서울시 담당자는 가맹점 목록 안내에 대해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라며 공감했지만 "내년에도 정해진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럼 시민은 어떻게 알고 제로페이를 써야 할지 물으니 "문 앞에 붙어있으니 보고 결제하면 된다"는 형식적인 대답만 반복했습니다.
종합하면, 제로페이는 '포켓몬고'입니다. '포켓몬고'는 실제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포켓몬을 포획하는 증강현실(AR) 게임으로 2017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매장 스티커', '매장 QR코드'를 찾아 길거리를 헤매야만 쓸 수 있는 '제로페이 서울'과 닮았습니다.
함께 만들어요, '제로페이 서울 지도'
뉴스래빗은 언론에 보도된 정보를 바탕으로 '제로페이 서울 지도'를 그렸습니다. 서울시가 협약을 맺은 26개 프랜차이즈 업체의 매장을 지도 위에 전수 표시했습니다. 모두 합하면 1만3883곳에 달합니다. 뉴스래빗 홈페이지에서 인터랙티브(interactive) 지도 위 점을 선택하면 매장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지도에 표시된 매장이 모두 제로페이를 지원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서울시도, 중소기업중앙회도, 뉴스래빗도 모르죠. 서울시 입장대로라면 이용자가 직접 가보는 수밖엔 없습니다. 그래서 뉴스래빗이 독자 여러분과 함께 세상에 없는 '제로페이 서울 지도'를 만들어보려 합니다. 위 지도에 표시된 매장에서 제로페이가 되는지 안 되는지 뉴스래빗에 제보해주세요. 지도에 없는 매장 중 제로페이가 되는 매장도 알려주세요.
가맹점을 찾아 지도를 완성하는 '제로페이 GO'. 곧 시작합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같이 해보세요. 지도는 계속 업데이트됩니다. 여러분의 결제가 더 간편해지는 그 날까지.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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