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낙담했고 억울한 심경마저 느낀다.”

정부가 24일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서 약정유급휴일(토요일)의 시간과 수당을 빼는 내용의 수정안을 마련하자 경제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경제계의 줄기찬 반대로 정부가 한발 물러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나도 바뀐 게 없어 기업 부담이 줄지 않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판단이다. 근로자가 실제 일을 하지 않는 법정유급휴일(일요일)은 여전히 최저임금 산정 기준시간에 포함됐고, 약정휴일을 기준시간(분모)에서 빼면서 이에 대한 수당도 기준임금(분자)에서 제외해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의 수정안이 확정되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처럼 신입사원에게 연봉 5000만원 이상을 주는데도 일부 직원 급여(시급 기준)가 최저임금 기준에 미달하는 ‘황당한’ 사례도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최저임금 시급을 산정할 때 약정휴일을 분자(수당)와 분모(시간)에서 동시에 제외하기로 한 것은 고용노동부의 기존 입장과 같고 경영계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실제 근로하는 시간만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법원이 이미 실제 근로하지 않은 가상의 유급휴일시간을 분모에 포함하면 안 된다는 판결을 내렸는데도 정부는 실체적 진실을 외면하고 불합리한 기업 단속 잣대를 끝까지 고집했다”고 비판했다.

임금체계 변경에 대해 기업들에 6개월간의 자율시정기간을 준 것도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동의하지 않으면 임금체계 변경이 불가능한 현실을 외면한 ‘책임 회피성 대안’이라고 경총은 꼬집었다. 기본급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체계는 노조에 막강한 단체교섭권과 행동권을 부여한 노동법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결과물인데도 정부가 그 책임을 기업에 돌리고 있다는 게 경총의 설명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도 경총과 한목소리를 냈다. 두 단체는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따질 때는 근로자가 실제 받는 임금(분자)을 실제 근로시간(분모)으로 나눠 계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연합회는 “고용시장에 극심한 혼란을 안겨주고 소상공인을 범법자로 내모는 주휴수당을 폐지하는 게 글로벌 기준에 맞다”며 “소상공인의 분노와 저항이 터져 나올 수 있는 상황임을 정부가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연합회 측은 헌법소원을 내겠다는 뜻도 밝혔다.

도병욱/전설리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