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별, 사업부문별 독립경영이 정착되는 것 같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연말 정기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을 마무리하자 계열사 경영진 사이에서 나오는 얘기다. 지난해 3월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이 전격 해체된 뒤 계열사 경영진들의 자율성과 활동 반경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정기 임원인사 과정에서 반도체·부품(DS), IT·모바일(IM), 소비자가전(CE) 등 3개 부문이 당초 계획한 인사 초안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 계열사의 전략 및 인사 업무 등을 총괄하는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가 과거 미래전략실이 맡았던 임원 인사 평가 업무를 부문장과 사업부장들에게 위임했다는 의미다. 사업지원TF는 삼성전자의 전체 및 3개 부문별 임원 수 등만 관리하고 승진 및 퇴임 대상은 김기남(DS) 부회장과 고동진(IM)·김현석(CE) 사장 등 3명의 부문장들이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그룹 계열사의 한 사업부장은 “부문별 인사나 조직개편 등 주요 경영 현안을 부문장이 책임지고 결정한다는 원칙이 다져지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엔 인사 업무를 부문장이나 사업부장이 아니라 미래전략실이 최종 결정했다.

김 부회장이 이번 조직개편에서 DS부문에 경영지원실을 신설한 것도 부문별 독립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받아들여졌다. DS부문에 흩어져 있던 기획·재경·홍보·상생협력·법무 기능을 한데 모아 DS부문의 사업 지원 역량을 높이기 위한 조직이다. 경영지원실장에 기용된 강봉용 부사장이 미래전략실이나 구조조정본부 등 옛 그룹 비서실 조직에서 일한 경험이 없다는 점도 과거와 다른 흐름이다.

애플, 구글 등 삼성전자 세트(IM 및 CM)부문 경쟁사에 부품을 공급하는 DS의 사업 특성을 반영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평소 “DS부문과 세트부문 사이에 단단한 파이어월(방화벽)을 쳐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들의 경영 자율성도 높아졌고 계열사 간 임원 교류가 최소화된 점도 눈에 띈다. 금융 계열사 정기 임원인사를 삼성전자 및 삼성물산 등 제조 계열사보다 먼저 한 것도 올해가 처음이다. 삼성 관계자는 “그동안 그룹 눈치를 보던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회사 특성과 업황에 맞춰 자율경영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