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우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 책임(왼쪽부터)과 강정훈 개발팀 마스터, 송복은·조원휘 전략마케팅팀 상품기획담당이 지난달 출시한 16㎏ 대용량 건조기 그랑데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형우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 책임(왼쪽부터)과 강정훈 개발팀 마스터, 송복은·조원휘 전략마케팅팀 상품기획담당이 지난달 출시한 16㎏ 대용량 건조기 그랑데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물도 쓰지 않는 건조기가 왜 어는 거죠?”

작년 겨울 건조기 제조업체들은 소비자들로부터 이런 항의를 받아야 했다. 한파가 계속되면서 베란다에 설치해 놓은 일부 건조기가 하루 종일 가동해도 빨래가 마르지 않거나 아예 동작을 멈췄기 때문이다. 건조기 하단에 있는 배수펌프에 고인 물이 얼어버리면서 발생한 현상이었다.

건조기를 실내에 두는 외국과 달리 추운 베란다에 두는 한국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한 결과였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는 ‘겨울에 강한 건조기’를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 기존의 ‘인버터 히트펌프’ 건조 방식에 ‘히터’를 결합해 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예열은 강력한 히터 열로, 본격적인 의류 건조는 뜨거운 바람을 직접 쐬지 않는 인버터 히트펌프 방식으로 하는 것이다. 이형우 개발팀 책임은 “히터로 건조통을 빠르게 예열시켜 겨울철에 건조 시간이 길어지는 현상을 해결했다”며 “건조 속도도 훨씬 빨라져 스피드 모드 기준 59분 만에 건조를 마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히터를 사용하면 옷감이 손상될 것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수백 벌의 옷을 구입해 옷감 변형 실험도 했다. 온도가 60도를 넘어가면 옷감 수축률이 2배로 높아진다는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건조기 내부 온도가 ‘마법의 온도 60도’를 절대 넘어가지 않도록 알고리즘을 설계했다.

히터와 인버터 히트펌프를 결합한 건조 기술을 개발하자 건조기 대형화에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업계 최초로 14㎏ 대형 건조기 그랑데를 선보인 데 이어 지난달 16㎏ 제품을 선보이게 된 배경이다. 강정훈 개발팀 마스터(상무)는 “외관 크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내부 용적을 늘리는 것이 가전 회사의 핵심 기술”이라며 “도어를 얇게 설계하고 축을 지지하는 구조까지 모두 바꿔 외관은 14㎏ 제품과 똑같이 두면서 건조통 크기는 키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16㎏ 대용량 건조기를 기획하기 위해 전략마케팅팀 직원들은 이불가게를 돌아다니며 인기 있는 이불 트렌드를 조사했다. 조원휘 상품기획담당은 “길이 3m짜리 패밀리 침대용 이불이나 요즘 유행하는 두꺼운 극세사 이불을 가져다가 개발팀에 완벽하게 건조해 달라고 요청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도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 3분기(7~9월) 대비 4분기(10~12월) 삼성전자 건조기 판매 금액은 약 30% 증가할 전망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