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재입법예고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재입법예고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4일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 수정안을 발표하며 “시행령 개정으로 기업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은 굉장한 오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정안에서 약정휴일과 그에 해당하는 임금을 제외하면 그런 오해를 상당 부분 불식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장관의 주장은 사실일까. 산업계는 “오해는 이 장관이 하고 있다”고 본다. 고용부는 또 이번 시행령 재개정안을 지난 8월 입법예고 후 지속돼온 경영계의 반발을 감안한 ‘절충안’이라고 주장했다. 이 또한 개정안 원안과 사실상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점에서 대체로 사실이 아니다. 정부가 최저임금법 시행령 재개정을 통해 내세운 다섯 가지 주장의 사실 여부를 가려본다.

‘연봉 5000만원’ 최저임금 위반 가능성 해소?

고용부는 이번 수정안이 인건비 인상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가 이미 받은 임금을 ‘근로시간’으로 나눠봤을 때 환산시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지 여부를 따져보는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당연히 지급해야 하는 임금이기 때문에 추가 부담은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최저임금이 2년 새 29% 이상 오르는 상황에서 시행령 수정안대로라면 기업의 임금 부담이 증가하는 것이 사실이다. 최저임금 산정에서 핵심인 ‘주휴일’ 시간은 그대로 놔둔 채 ‘약정휴일’(통상 토요일)만 제외해 분모에 해당하는 근로시간이 커지고, 이에 따라 환산 시급이 법정 최저임금 시급보다 적어지는 경우가 나올 수 있다. 연봉 5000만원이 넘는 대기업 근로자도 최저임금 위반 소지가 생기게 되는 이유다. 기업들은 위반을 피하려면 임금을 더 올려야 한다. 토요일(8시간)을 유급휴일로 하고 있는 사업장은 최고 40%까지 올려야 할 수도 있다.
시행령 개정해도 기업부담 안 늘어난다고?…인건비 최대 40% 증가
시행령 바꾸면 대법원 판결도 바뀐다?

고용부가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에 나선 이유는 대법원 판결과의 충돌 때문이다. 대법원이 기존 시행령(분모는 주휴시간을 뺀 소정근로시간만 인정)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고 있어 시행령 문구를 수정해 대법원이 정부 해석대로 따라오게 만들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2007년 이후 대법원 판결은 시행령 글귀가 아닌 임금의 최저 수준을 보장해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목적으로 한 상위법 취지를 감안한 판결이라는 법조계 의견도 많다. 따라서 이번 시행령 논란이 정리되려면 향후 대법원의 판결을 지켜봐야 한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법원, 특히 대법원 판결에서 시행령은 법률 해석상 참고사항일 뿐”이라며 “최저임금 관련 향후 대법원 판결도 상위법의 취지와 정의를 감안해 내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고액연봉 최저임금 위반은 임금체계 탓?

‘연봉 5000만원 이상도 최저임금 위반’ 논란은 시행령 개정 때문이 아니라는 게 고용부의 주장이다. 기본급 비중을 지나치게 낮추고 상여금과 각종 수당 등의 비중을 높게 만들어놓은 기업의 임금체계 탓이라는 얘기다.

절반은 맞는 얘기지만 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 현재 대부분 기업의 임금체계는 1992년 정부가 발표한 ‘총액임금제’에서 기인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고도성장기에 기업의 과도한 임금인상을 막기 위한 정책으로, 근로자가 1년간 받은 기본급과 각종 수당 등을 합산해 12로 나눈 액수를 기준으로 이듬해 임금인상률을 결정하는 제도다. 이로 인해 노사는 성과급 성격의 상여금 비중을 늘리는 쪽으로 임금협상을 해왔고, 그 결과 지금과 같이 기본급이 적고 상여금이 많은 임금체계를 갖추게 된 것이다.

주휴수당 안주면 최저임금법 위반?

정부는 최저임금 결정 단계부터 주휴시간을 포함한 209시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 시급·월액이 결정되기 때문에 월급제 근로자의 환산시급 계산에서도 주휴시간만큼은 제외할 수 없다고 강변한다.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내년도 최저임금 시급은 1만30원”이라는 경영계의 주장에 “주휴수당은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반박해온 것과 정면 배치된다. 그런 정부가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는 주휴수당과 주휴시간을 모두 집어넣었다. ‘오락가락 행정’이란 비판에도 고용부는 “1953년 도입돼 65년이 넘은 주휴수당 폐지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주휴수당은 근로기준법에 근거한 법정 임금이다. 즉 최저임금 산식에서 제외하더라도 근로기준법으로 통제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주휴수당을 최저임금법에서 빼내 임금체계를 단순화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기업에 유리한 것도 있다?

일부 대기업은 토요일 유급휴일에 대해 어느 정도의 보상을 명문화했는지에 따라 최저임금 논란에서 다소 자유로워지는 측면은 있다. 내년부터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된다는 점에서 일부 효과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상당수 기업에서 격월 또는 분기별로 지급하고 있는 상여금 지급 주기를 ‘매달 지급’으로 바꾸지 않으면 이마저도 효과를 보지 못한다. 토요일을 약정 유급휴일로 하고 있는 대부분의 기업에는 강한 노동조합이 있어 이를 관철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위반 사업주에 대한 처벌 수위는 다소 약해진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위반 시 3년 이하 징역이지만 임금체불 등 근로기준법 위반은 2년 이하 징역이다. 이번 재개정으로 약정수당 미지급은 최저임금법이 아닌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다. 임금체불은 근로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사업주는 처벌을 받지 않는 ‘반의사불벌죄’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