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하는 韓·日 레이더 갈등…'日 자위대 연수' 정경두의 이력 주목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군(軍)의 대표적인 지일(知日)파다. 영관급 장교 시절 일본 자위대에서 연수를 받은 전력 때문이다. 그의 특이한 이력은 일본 방위성에서도 주목받았다. 지난 9월 취임 당시 일본 조야에선 “한·일 안보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 장관의 이런 이력을 감안해 국방부 수장에 임명했다면 그야말로 ‘신의 한 수’가 될 터였다. 일본과의 협력은 한반도 평화의 진전을 위해 빠져서는 안 될 ‘퍼즐 조각’이다. 안보 차원에서도 주일미군과 일본이 제공하는 군사 기지는 유사시 한반도 후방을 책임질 전략자산이다.

그러나 정 장관의 일본 경력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게 됐다. 취임 직후인 10월 제주 해군 국제관함식부터 일이 꼬였다. 일본 해상 자위대가 욱일기를 달고 참가하겠다고 하자 국방부는 ‘불가’를 통보했다. 대법원의 강제징용자 배상 판결 이후 한·일 외교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급기야 최근엔 ‘레이더 갈등’까지 겹쳤다. 일본 방위성은 25일 성명을 내고 “초계기가 한국 해군 구축함으로부터 여러 차례 레이저 조준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일 군사당국은 친밀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있었다. 독도 영유권 문제로 한동안 끊겼던 참모총장급 고위 장성의 상호 방문이 2015년 재개됐고, 2016년 말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도 체결됐다. 양국의 대북 첩보 등 각종 군사 정보를 공유하는 협정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한·일 국방 수장 간 전화 회담이 1년에 6~7차례 있었다.

전문가들은 ‘지소미아’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레이더 갈등’은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일 외교 경색이 안보 채널의 불통으로 번지면서 양국 간 오해가 쌓여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한·일 관계 악화의 해법으로 ‘투트랙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짚을 건 짚되, 협력은 계속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국의 외교·안보 관료 중 일본과 물밑 협력에 나서는 이들은 전무하다. 정 장관도 자위대 연수 경험을 드러내는 걸 꺼릴 정도다. 국방부는 ‘레이더 갈등’을 둘러싼 오해를 풀기 위해 일본 방위성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의 ‘눈칫밥’을 먹는 군인과 외교부 관료들이 소신껏 오해를 풀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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