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기반장' 이낙연·'구원투수' 김병준 뜨고…'미투 파문' 안희정·'선거 참패' 안철수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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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기상도로 본 2018 정치권
2018년은 ‘정치는 생물이다’는 격언을 실감케 한 한 해였다. 새해 벽두의 정치 지형은 완벽히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여권에는 안희정 이재명 박원순 등 대권주자들이 차고 넘쳤고, 압도적인 대통령 지지율까지 더해지면서 정국을 장악했다. 반면 보수 야권은 탄핵 책임론을 둘러싼 내홍에서 좀체 빠져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하반기 정치 지형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대통령 지지율도 경기 악화로 반 토막 나면서 청와대와 여권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야권은 전열을 재정비하면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떠오른 정치인은
이낙연 - 차기 대권주자 1위 부상…내각 다잡고 ‘사이다 발언’ 인기
김병준 - 한국당 ‘구원투수’로 등판…보수가치 정립 앞세워 내부 단속
임종석 - 각종 구설수에 휘말렸지만 靑 2인자로 정치적 무게감 키워
손학규 - 단식통해 선거제 개편 앞장
이언주 - 反文투쟁…보수 여전사로
올해 몸값을 가장 많이 올린 정치인을 꼽으라면 단연 이낙연 국무총리를 들 수 있다.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야당의 공세를 제압하는 ‘촌철살인’의 언변과 ‘사이다 발언’으로 새로운 지지층을 확보하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단숨에 유력 대권주자 1위로 도약했다.
이 총리는 외교안보에 집중하는 대통령을 대신해 ‘내각 군기반장’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4선 의원을 마치고 2014년 지방선거에서 전남지사로 낙향할 때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대통령과의 주례회동 등을 통해 실질적인 내각 추천권을 행사하며 실세 총리의 위용을 과시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멸 수준으로 참패한 6·13 지방선거 직후 ‘구원투수’로 당권을 잡았다. 그가 정치 무대 전면에 등장한 최근 6개월 동안 한국당은 기사회생했다. 김 위원장이 독자적으로 ‘아이(i)노믹스’ ‘평화 이니셔티브’ 등의 담론을 제기한 점도 눈에 띈다. 정치권 관계자는 “역대 당대표들은 취임 직후 곧바로 인적 쇄신을 단행하지만 김 위원장은 보수가치 정립부터 시도한 점이 독특하다”며 “상대 진영이 균열을 드러낼 때까지 내부 단속을 철저히 한 전략이 먹혀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후광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청와대 2인자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정치적 무게감을 키웠지만 야당의 집중 표적이 되면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10월 문 대통령의 유럽 순방 기간에 비무장지대(DMZ) 내 지뢰 제거 작업 현장 시찰에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서훈 국가정보원장까지 대동해 “도 넘은 월권”이라는 야당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정치권에서는 “임 실장에 대한 야권의 견제론 자체가 역설적으로 그의 존재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72세라는 고령의 나이에도 거대 양당을 향해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하며 단식을 감행했다. 열흘간의 단식을 통해 국민에게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각인시키는 효과를 거뒀다. 이를 통해 일반인에게 생소한 개념인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알리고, 국회 정치개혁특위 논의 시한도 앞당겼다. 야권 관계자는 “손 대표가 그동안 감행한 각종 정치적 승부수 중에서 가장 큰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보수 진영의 정계개편 움직임 속에서 ‘보수 여전사’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도정당을 표방하는 바른미래당에 몸담고 있지만 한국당 인사들과도 폭넓게 교류하며 ‘반문(반문재인) 투쟁’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천재”라고 발언했고, 자신이 소속된 바른미래당을 향해 “어떤 정체성이 있느냐”고 돌직구를 날렸다. 대기업 임원을 지낸 경력을 바탕으로 소득주도성장 비판에 앞장서는 등 ‘경제통’ 이미지를 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추락한 정치인은
안희정 - 비서 성폭행 의혹 폭로로 대권주자 1순위→정치적 사망선고
안철수 - 서울시장 선거서 3위…정치 입문 이후에 '최악의 타격'
홍준표 - 지방선거 참패로 대표 사퇴…"막말로 보수품격 떨어뜨려" 평가도
이재명 - 잇단 악재에 잠룡 입지 약화
장하성 - '소주성' 이끌다 불명예 퇴장
연초에 강타한 ‘미투 열풍’은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집어삼켰다. 올 3월 수면 위로 떠오른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의혹은 여권 내 차기 대권 후보 1순위로 꼽히던 그를 나락으로 밀어넣었다. 1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최근 대법원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과 관련해 ‘성 인지 감수성’을 강조하고 있어 내년 2월 항소심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항소심 결과와 상관없이 미투 사건은 안 전 지사에게 ‘정치적 사망선고’를 내렸다는 게 정치권의 판단이다.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에겐 올해가 ‘최악의 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도전했지만 박원순 시장을 꺾기는커녕 한국당 후보로 나선 김문수 전 경기지사에게도 밀려 3위에 그쳤다. 바른미래당을 이끄는 ‘얼굴 마담’ 역할을 했지만 성적표는 참담했다. 그는 현재 독일로 건너가 국책연구기관인 막스프랑크 연구소에 머물고 있다. 그는 최근 지지자들에게 “나이테처럼 더욱 단단하게 성장할 것”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6·13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방선거 유세 당시 “경남에는 빨갱이가 많다”고 했고, 자신에게 적대적인 중진 의원들을 ‘바퀴벌레’ ‘연탄가스’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보수의 품격을 떨어뜨렸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는 대표직 사퇴 후 미국에서 야인으로 지내다 지난 9월 귀국한 뒤 유튜브 1인 방송 ‘홍카콜라’를 개설하고 지지자를 끌어모으며 ‘권토중래’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여권의 또 다른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2018년은 ‘고난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4월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경선 과정에서 시작된 ‘혜경궁 김씨’ 논란과 ‘김부선 스캔들’ ‘친형 정신병원 강제 입원 의혹’까지 더해지며 3중 악재에 시달렸다. 이 중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가 연루된 혜경궁 김씨 논란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과 함께 일단락됐다. 하지만 검찰이 ‘친형 강제 입원’과 관련, 직권남용 혐의로 이 지사를 기소하면서 그의 시련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무리한 ‘소득주도성장’을 고집하다가 경기 악화와 고용대란의 책임을 지고 불명예 퇴진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인 ‘J노믹스’의 3대 축인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밀어붙였지만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잇따라 불협화음을 내며 교체 직전까지 불화설에 시달렸다. 관가에서는 두 사람의 성을 따서 ‘김&장’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정책실장 재직 당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부동산 가격 급등에 대해 “솔직히 나도 깜짝 놀랐다”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 이유는 없다” 등 유체 이탈 화법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김형호/박종필/박재원 기자 chsan@hankyung.com
2018년은 ‘정치는 생물이다’는 격언을 실감케 한 한 해였다. 새해 벽두의 정치 지형은 완벽히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여권에는 안희정 이재명 박원순 등 대권주자들이 차고 넘쳤고, 압도적인 대통령 지지율까지 더해지면서 정국을 장악했다. 반면 보수 야권은 탄핵 책임론을 둘러싼 내홍에서 좀체 빠져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하반기 정치 지형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대통령 지지율도 경기 악화로 반 토막 나면서 청와대와 여권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야권은 전열을 재정비하면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떠오른 정치인은
이낙연 - 차기 대권주자 1위 부상…내각 다잡고 ‘사이다 발언’ 인기
김병준 - 한국당 ‘구원투수’로 등판…보수가치 정립 앞세워 내부 단속
임종석 - 각종 구설수에 휘말렸지만 靑 2인자로 정치적 무게감 키워
손학규 - 단식통해 선거제 개편 앞장
이언주 - 反文투쟁…보수 여전사로
올해 몸값을 가장 많이 올린 정치인을 꼽으라면 단연 이낙연 국무총리를 들 수 있다.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야당의 공세를 제압하는 ‘촌철살인’의 언변과 ‘사이다 발언’으로 새로운 지지층을 확보하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단숨에 유력 대권주자 1위로 도약했다.
이 총리는 외교안보에 집중하는 대통령을 대신해 ‘내각 군기반장’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4선 의원을 마치고 2014년 지방선거에서 전남지사로 낙향할 때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대통령과의 주례회동 등을 통해 실질적인 내각 추천권을 행사하며 실세 총리의 위용을 과시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멸 수준으로 참패한 6·13 지방선거 직후 ‘구원투수’로 당권을 잡았다. 그가 정치 무대 전면에 등장한 최근 6개월 동안 한국당은 기사회생했다. 김 위원장이 독자적으로 ‘아이(i)노믹스’ ‘평화 이니셔티브’ 등의 담론을 제기한 점도 눈에 띈다. 정치권 관계자는 “역대 당대표들은 취임 직후 곧바로 인적 쇄신을 단행하지만 김 위원장은 보수가치 정립부터 시도한 점이 독특하다”며 “상대 진영이 균열을 드러낼 때까지 내부 단속을 철저히 한 전략이 먹혀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후광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청와대 2인자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정치적 무게감을 키웠지만 야당의 집중 표적이 되면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10월 문 대통령의 유럽 순방 기간에 비무장지대(DMZ) 내 지뢰 제거 작업 현장 시찰에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서훈 국가정보원장까지 대동해 “도 넘은 월권”이라는 야당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정치권에서는 “임 실장에 대한 야권의 견제론 자체가 역설적으로 그의 존재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72세라는 고령의 나이에도 거대 양당을 향해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하며 단식을 감행했다. 열흘간의 단식을 통해 국민에게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각인시키는 효과를 거뒀다. 이를 통해 일반인에게 생소한 개념인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알리고, 국회 정치개혁특위 논의 시한도 앞당겼다. 야권 관계자는 “손 대표가 그동안 감행한 각종 정치적 승부수 중에서 가장 큰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보수 진영의 정계개편 움직임 속에서 ‘보수 여전사’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도정당을 표방하는 바른미래당에 몸담고 있지만 한국당 인사들과도 폭넓게 교류하며 ‘반문(반문재인) 투쟁’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천재”라고 발언했고, 자신이 소속된 바른미래당을 향해 “어떤 정체성이 있느냐”고 돌직구를 날렸다. 대기업 임원을 지낸 경력을 바탕으로 소득주도성장 비판에 앞장서는 등 ‘경제통’ 이미지를 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추락한 정치인은
안희정 - 비서 성폭행 의혹 폭로로 대권주자 1순위→정치적 사망선고
안철수 - 서울시장 선거서 3위…정치 입문 이후에 '최악의 타격'
홍준표 - 지방선거 참패로 대표 사퇴…"막말로 보수품격 떨어뜨려" 평가도
이재명 - 잇단 악재에 잠룡 입지 약화
장하성 - '소주성' 이끌다 불명예 퇴장
연초에 강타한 ‘미투 열풍’은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집어삼켰다. 올 3월 수면 위로 떠오른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의혹은 여권 내 차기 대권 후보 1순위로 꼽히던 그를 나락으로 밀어넣었다. 1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최근 대법원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과 관련해 ‘성 인지 감수성’을 강조하고 있어 내년 2월 항소심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항소심 결과와 상관없이 미투 사건은 안 전 지사에게 ‘정치적 사망선고’를 내렸다는 게 정치권의 판단이다.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에겐 올해가 ‘최악의 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도전했지만 박원순 시장을 꺾기는커녕 한국당 후보로 나선 김문수 전 경기지사에게도 밀려 3위에 그쳤다. 바른미래당을 이끄는 ‘얼굴 마담’ 역할을 했지만 성적표는 참담했다. 그는 현재 독일로 건너가 국책연구기관인 막스프랑크 연구소에 머물고 있다. 그는 최근 지지자들에게 “나이테처럼 더욱 단단하게 성장할 것”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6·13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방선거 유세 당시 “경남에는 빨갱이가 많다”고 했고, 자신에게 적대적인 중진 의원들을 ‘바퀴벌레’ ‘연탄가스’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보수의 품격을 떨어뜨렸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는 대표직 사퇴 후 미국에서 야인으로 지내다 지난 9월 귀국한 뒤 유튜브 1인 방송 ‘홍카콜라’를 개설하고 지지자를 끌어모으며 ‘권토중래’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여권의 또 다른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2018년은 ‘고난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4월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경선 과정에서 시작된 ‘혜경궁 김씨’ 논란과 ‘김부선 스캔들’ ‘친형 정신병원 강제 입원 의혹’까지 더해지며 3중 악재에 시달렸다. 이 중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가 연루된 혜경궁 김씨 논란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과 함께 일단락됐다. 하지만 검찰이 ‘친형 강제 입원’과 관련, 직권남용 혐의로 이 지사를 기소하면서 그의 시련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무리한 ‘소득주도성장’을 고집하다가 경기 악화와 고용대란의 책임을 지고 불명예 퇴진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인 ‘J노믹스’의 3대 축인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밀어붙였지만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잇따라 불협화음을 내며 교체 직전까지 불화설에 시달렸다. 관가에서는 두 사람의 성을 따서 ‘김&장’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정책실장 재직 당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부동산 가격 급등에 대해 “솔직히 나도 깜짝 놀랐다”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 이유는 없다” 등 유체 이탈 화법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김형호/박종필/박재원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