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발송 작업을 하고 있는 EM실천 직원들.
우편발송 작업을 하고 있는 EM실천 직원들.
“정신장애인이 병원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치료받으며 사회적 역량을 키우는 데 일자리만한 게 없습니다.”

정신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이자 사회적 경제 기업인 EM실천 김영환 대표의 말이다. 그는 “정신장애인의 사회적 치료 수단으로 일자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명 EM실천의 EM은 ‘empowerment(역량강화)’의 약자다. 일자리를 통해 정신장애인들의 사회적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EM실천은 서울시가 선정하고 서울산업진흥원과 함께 지원하는 인쇄출판 분야 사회적 경제 우수기업이다. 2002년 복사기 두 대로 출발한 EM실천은 디자인 인쇄 현수막 외에도 우편발송을 대행하는 기업으로 입지를 다졌다. 현재 30명의 장애인, 12명의 전문인력 등 총 42명이 일한다. 이 중 70%가량이 중증장애인이다. 최근엔 서울산업진흥원(SBA)의 맞춤형 지원에 힘입어 판촉물 사업을 시작했다. 인쇄출판 분야 사회적 경제 우수기업들이 장애인 고용 등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장애인 고용 앞장서는 우수기업

포장 작업을 하고 있는 네오누리콤 직원들.
포장 작업을 하고 있는 네오누리콤 직원들.
사회적 경제 우수기업 네오누리콤은 중견 판촉물 전문업체다. ‘장애인을 고용하고 독립을 지원해 협동 비즈니스그룹을 만든다’는 것이 네오누리콤의 경영이념이다. 장애인이 직원의 절반을 웃돈다. 네오누리콤은 레드오션인 판촉물 시장에서 품질을 내세워 10년 이상 버텼다. 2016년 사회적 경제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이후 맞춤형 지원을 받아 온라인마케팅 채널을 구축했다. 판촉물 전용몰과 인쇄물 전용몰을 운영 중이다. 앞으로 이용자가 원하는 이미지를 상품에 넣어 제작하는 커스텀 굿즈(맞춤형 상품) 플랫폼을 구축해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커스텀 굿즈팀을 신설했다.

공감과연대는 장애인을 돌보는 사회복지사들이 의기투합해 설립했다. 인쇄물 재생토너 전광판 컴퓨터 판촉물 조명기기 폐쇄회로TV(CCTV) 등을 생산한다. 2014년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출범해 같은해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첫해 1억4000만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57억8000만원으로 늘어났다. 공공기관 영업을 위해 각종 품질 인증을 획득하고 사회적 기업 우선구매제도, 중증장애인 우수구매제도 등의 정책을 적극 활용한 결과다. 현재 사회복지사 20명, 전문기술자 6명, 장애인 60명이 일한다. 김기진 공감과연대 대표는 “사업 초기 각 분야 전문 기술자를 영입하고 품질을 높여 장애인기업 상품의 품질에 대한 편견에 맞섰다”고 했다.

사업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

노란들판의 하계워크숍.
노란들판의 하계워크숍.
노란들판은 2006년 노들장애인야간학교가 장애인의 노동권과 자립을 위해 만든 사회적 기업이다. 현수막 인쇄로 시작해 출판물 광고물을 제작하는 디자인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노란들판 관계자는 “장애 및 비장애 인력이 조화롭게 일하는 평등하고 편견 없는 기업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드릭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일반 기업에 취업하기 힘든 정신적 장애인(지적장애, 자폐성장애, 정신장애)과 중증장애인의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설립했다. 복사용지 생산부터 기획·디자인·인쇄·우편발송에 이르기까지 종합 인쇄출판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빅이슈코리아는 홈리스(노숙인)가 판매하는 잡지 ‘빅이슈’로 알려진 사회적 기업이다. 빅이슈는 홈리스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 창간했다. 판매금액의 50%를 빅이슈 판매원인 홈리스에게 준다. 판매원이 6개월 이상 잡지를 판매하고 꾸준히 저축하면 임대주택 입주 자격을 제공한다. 지난 5월까지 45명의 빅이슈 판매원이 임대주택에 입주했다. 25명은 재취업에 성공했다.

서울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사회적 경제 우수기업은 사업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게 목적”이라며 “인쇄출판 분야 사회적 경제 우수기업은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