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조위안 부양책 후유증 여전…경기부양이냐 안정이냐 '갈림길'
中 경기부양 나선다지만…"급증한 빚 때문에 손발 묶여"
미중 무역 전쟁과 경기둔화 가속화 속에서 중국이 최근 내년 경제 운영 방향을 정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를 열고 대규모 감세 등 적극적 재정 정책으로 대응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잠재적 뇌관으로 지목되는 부채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경기둔화 흐름에 대응할 정책 옵션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5일 분석 기사에서 "기업과 소비자 사이에서 중국 경기 전망에 관한 확신이 급속히 꺾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이를 멈출 정책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지난 19∼21일 중앙경제공작회의를 열고 내년 감세 규모를 올해보다 확대하는 한편 인프라 건설용 지방정부의 특수목적 채권 발행량을 늘리는 등의 적극적인 재정 정책으로 내년 경기둔화 흐름에 대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온건한 통화 정책'을 지속하는 가운데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밝혀 기존보다 더욱 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펴나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부채 문제가 중국 정부의 발목을 잡으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은 대규모 부양책을 다시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시절 중국은 4조위안(약 652조원) 규모의 초대형 부양책을 펼쳐 비교적 큰 위기 없이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을 헤쳐 나갔다.

그렇지만 이 같은 대규모 부양책은 경제 주체들의 부채 급증, 주요 산업의 공급 과잉, 빚으로 연명하는 좀비 기업 양산, 부동산 가격 급등 등의 여러 부작용을 낳아 장기적으로 중국 경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집권 후 '높은 질의 경제 발전'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부채 축소(디레버리징)와 공급 과잉 해소에 초점을 맞춘 '공급자 측 구조개혁'을 추진하면서 중국 경제의 장기적인 리스크 해소에 주력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대외 충격의 여파 속에서 경기 하방 우려가 급부상하자 선제적 리스크 제거, 경제 체질 개선이라는 건전성에 초점을 맞춘 기존의 목표와 부양책을 동원한 경기 살리기라는 상충된 목표 사이에서 선택의 상황에 맞닥뜨린 형국이다.

중국은 이미 올해 들어 4차례 지급준비율 인하를 통한 유동성 공급, 감세를 통한 소비 진작 등 경기둔화 방지를 위한 일련의 대책을 내놓으면서 정책 방향을 서서히 전환하는 중이다.

그런데도 중국의 고위 당국자들은 그간 2008년 수준의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기존 대규모 부양책의 부작용이 완전히 걷히지 않은 가운데 당장의 경기둔화 흐름 대처에 급급해 또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는다면 중국 경제에 장기적으로 심각한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 지도부는 고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255.7%로 선진국 평균인 276.1%보다는 낮았지만 신흥국 평균(193.6%)을 크게 웃돌았다.

SCMP는 "문제는 정부와 기업, 가계 분야에 걸쳐 이미 높은 수준의 부채가 중국이 공격적인 경기 부양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보통 수준의(modes) 부양책을 통한 안정적인 성장 유지 노력은 단지 부분적으로만 성공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BBVA의 샤 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08년과 비교해 지금 중국의 정책적 공간은 매우 좁다"며 "중국 기업의 높은 부채율과 이와 연관된 금융 취약성 탓에 당국은 대규모 부양책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