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주류는 2006년 2월 소주 ‘처음처럼’을 출시했다. 알칼리 환원수를 사용한 최초의 소주였다. 참이슬이 주도하던 국내 소주 시장에서 알칼리 환원수의 부드러운 맛, 감성적인 브랜드명 등은 단기간에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출시 17일 만에 1000만 병, 6개월 만에 1억 병 이상 판매되며 돌풍을 일으켰다.

처음처럼은 소주 원료의 80%가량을 차지하는 물을 알칼리 환원수로 바꿨다. 물 입자가 작아 목 넘김이 더 부드러운 소주라는 것을 강조하며 차별화된 마케팅을 펼쳤다. 저도주 트렌드도 이끌었다. 알코올 도수 21도가 장악하던 시장에서 ‘20도 처음처럼’을 출시했고, 2007년 도수를 19.5도로 낮췄다. 2014년에 17.5도까지 도수를 내린 롯데주류는 올 들어 17도로 더 낮췄다. 현재 ‘진한 처음처럼’은 20도, ‘순한 처음처럼’은 16.5도, ‘처음처럼’은 17도다.

‘처음처럼’은 독특하고 다양한 마케팅 기법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흔들어라’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알칼리 환원수로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병을 흔들수록 부드러워진다’는 자체 마케팅을 펼쳤다. 각종 컬래버레이션도 펼치고 있다. 지난해 인기 웹툰 작가 ‘그림왕 양치기’와 함께 직장인의 일상생활을 그린 라벨은 화제작으로 꼽힌다. ‘술 마실 때 왜 눈물이 나는 줄 아나? 짠하니까’ ‘우리땐 이런 편한 회식 상상도 못했지, 나 땐 말이야…’ 등 회사원들의 에피소드를 재치있게 표현했다. 지난 4월에는 일러스트레이터 집시와의 협업으로 수지를 그림으로 표현한 한정판 패키지를 선보였다. 또 ‘우리처럼’ ‘친구처럼’ 등 이름이나 회사명을 넣어 소주 라벨을 만들어주는 ‘마이라벨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롯데주류는 주요 수원지 인근에 브랜드 숲을 조성하고 가꿔나가는 ‘처음처럼 숲 조성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10월 강원 삼척시 산불 피해지역에 ‘처음처럼 1호 숲’을 조성했고, 11월에 인천 수도권매립지에 2호 숲 조성을 위한 식수식을 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소주 제조사에 물은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며 “숲을 가꿔 대기오염을 개선하는 동시에 인근 수원지 수질 정화 작용도 유도할 수 있어 이 같은 사회공헌 사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