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판례에 어긋난다'는 경영계 주장은 판결내용 왜곡"
2007년 최초판결은 문리적 해석 불과…"판결이 노동실무 외면" 지적도
법조계 "최저임금 산정에 주휴시간 포함, 판례에 배치 안돼"
최저임금 산정 기준 노동시간에 '주휴수당 관련 노동시간'을 포함시키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실제 근무하지 않은 시간을 제외하도록 한 대법원 판례에 어긋난다'는 주장은 판결 내용을 왜곡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저임금 산정 기준 노동시간에 대해 대법원이 2007년 1월 처음 내놓은 판단은 "최저임금법 시행령에 규정된 '월의 소정 근로시간'은 통상임금 산정 기준 노동시간을 규정한 근로기준법 시행령 규정과 같을 수 없다"는 취지로, 경영계가 주장하는 취지의 판결은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현행 최저임금법 시행령은 최저임금 산정 때 월 단위로 지급된 임금을 월의 소정근로 시간으로 나누도록 한다.

반면 근로기준법 시행령은 통상임금 산정 때는 월 급여를 소정근로 시간과 소정근로 시간 외에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 즉 '주휴수당 관련 노동시간'을 더한 시간으로 나눠 계산하도록 한다.

대법원은 이처럼 최저임금법 시행령이 근로기준법 시행령과 달리 주휴수당 관련 노동시간을 기준 노동시간에 포함할지에 대해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양자를 구별해야 하고, 굳이 포함하도록 규정돼 있지 않음을 이유로 기준 노동시간에서 제외한 것이다.

대법원은 이런 판단을 기초로 삼아 이후 최저임금 산정 기준 노동시간을 구할 때 주휴수당 관련 노동시간을 포함하지 않았다.

'대법원이 주휴수당 관련 노동시간이 실제로 근무하지 않은 시간이어서 기준 노동시간에 포함하지 않았다'는 경영계 주장은 실제 판결 내용과는 간극이 있는 것이다.

재경지법의 한 노동사건 전담 판사는 "2007년 이후 대법원 판결은 현행 시행령을 법문 그대로 해석(문리적 해석)한 결과"라며 "시행령이 개정되면 당연히 그 시행령에 맞게 새로운 판단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조계 "최저임금 산정에 주휴시간 포함, 판례에 배치 안돼"
노동계와 학계에서는 오히려 대법원이 시행령을 지나치게 문리적으로만 해석해 노동자에게 이중으로 불리한 판결을 내놓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7년 대법원 판결은 주휴수당 관련 노동시간을 최저임금 산정 기준 노동시간에 포함시키지 않으면서, 동시에 주휴수당 자체는 소정근로에 대한 임금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 산정 기준 월 임금'에 포함시켰다.

최저임금 산정을 위한 계산식 중 분자에 해당하는 월 임금에는 주휴수당을 포함시키면서, 분모에 해당하는 기준 노동시간에는 주휴수당 관련 노동시간을 포함하지 않아 이중으로 노동자에게 불리한 판단을 내놨다는 것이다.

한 노동사건 전문 변호사는 "주휴수당 관련 노동시간을 기준 노동시간에서 제외한다면 주휴수당도 월 임금에서 제외하는 것이 합리적 해석"이라며 "주휴수당은 월 임금에 포함시키면서 주휴수당 관련 노동시간은 제외한 것은 시행령을 문리적으로 해석한 것이 아니라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상임금 산정을 위한 근로기준법 시행령과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구별해 판단을 내린 것도 적절치 못한 판단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1997년 근로기준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노동계는 통상임금 산정뿐만 아니라 최저임금 산정 때도 주휴수당 관련 노동시간을 기준 노동시간에 포함해 계산했다.

주휴수당이 통상임금의 성격을 가지는 만큼 최저임금 산정에도 당연히 고려돼야 한다고 봐 최저임금 산정을 위한 월 임금은 물론 기준 노동시간에 포함한 것이다.

또 다른 노동사건 전문 변호사는 "대법원이 실무를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문리적 해석에만 의존해 노동실무계를 혼란에 빠뜨렸다"며 "시행령이 실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규정이었다면 위법한 법령 심사를 해서라도 바로 잡았어야 했다"는 의견을 내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