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일까, 저격일까…SK텔레콤, 카카오와 '전방위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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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시장서 한판
카카오T '카풀 논란' 겪자 T맵 택시 공격 영업으로 점유율↑
내비게이션 시장도 경쟁
2라운드는 음원 플랫폼
SKT, 멜론 꺾으려 '플로' 출시
인공지능 음악 추천으로 차별화
3라운드선 보이스톡 겨냥
해외 무료통화 로밍 서비스 내놔…T전화 앱 통화품질 비교시연도
SKT "여러 기업과 경쟁할 뿐"
카카오T '카풀 논란' 겪자 T맵 택시 공격 영업으로 점유율↑
내비게이션 시장도 경쟁
2라운드는 음원 플랫폼
SKT, 멜론 꺾으려 '플로' 출시
인공지능 음악 추천으로 차별화
3라운드선 보이스톡 겨냥
해외 무료통화 로밍 서비스 내놔…T전화 앱 통화품질 비교시연도
SKT "여러 기업과 경쟁할 뿐"
SK텔레콤이 최근 들어 카카오와 겹치는 영역의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택시부터 음원 플랫폼, 해외 무료통화까지 카카오가 시장을 주도하던 서비스를 정조준하는 모양새다.
모빌리티 시장에서 맞붙다
SK텔레콤은 지난달 5일 택시 호출 서비스 ‘T맵 택시’를 전면 개편했다. T맵 택시 사업을 2015년 시작했지만 개편 직전인 10월 말 기준 월간 실사용자가 10만 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개편을 계기로 올 연말까지 T맵 택시요금 10% 할인혜택과 특정일에 최대 50%까지 깎아주는 이벤트를 잇따라 벌였다. 택시기사에게는 택시 호출에 곧바로 응답할 수 있는 ‘콜잡이’ 버튼을 무료로 배포했다.
마케팅 시기가 ‘절묘’했다.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 개시를 놓고 택시기사들과 갈등을 빚어 SK텔레콤이 반사이익을 봤다.
3주 만에 평균 배차 성공률이 17%에서 61%로 높아지고, 호출 건수도 10배 이상 증가했다. 택시기사들도 승객에게 “카카오T 택시 대신 T맵 택시를 사용하라”며 적극 홍보에 나섰다.
여지영 SK텔레콤 TTS사업유닛장은 “카카오T의 월간 실사용자 수가 580만 명 정도”라며 “T맵 택시로 연말까지 100만 명을 달성하고 2년 뒤 500만 명을 노리겠다”고 말했다.
모빌리티(이동수단) 시장에서 부딪치는 두 회사의 ‘악연’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7월 구글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안드로이드 오토’의 한국 서비스를 내놨을 때 T맵이 아니라 카카오 내비를 기본 서비스로 적용했다.
당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사전에 T맵도 협력을 제안받았지만 제대로 협의되지 못한 채 무산됐다”며 “절박함과 위기의식이 없다면 우리가 공들여 키워가는 모든 플랫폼이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고 질책했다.
두 회사는 T맵과 카카오 내비를 각각 발판삼아 차량 플랫폼 시장을 선점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T맵과 카카오 내비로 수집한 데이터는 향후 승차공유, 자율주행자동차 등 차량 플랫폼 경쟁을 벌이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한때 품었던 멜론 꺾겠다’
SK텔레콤은 이달 11일 새로운 음원 서비스 ‘플로’도 선보였다. 기존 ‘뮤직메이트’는 종료하고 신규 서비스로 1위 플랫폼인 카카오 ‘멜론’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플로는 이용자가 아이디 하나당 최대 3개까지 ‘캐릭터’를 설정해 사용할 수 있는 게 차별점이다. 출근할 때, 운동할 때, 아이에게 음악을 들려줄 때 등 상황에 맞는 캐릭터를 정하면 음악을 들을 때마다 음악감상 이력이 따로 축적된다.
인공지능(AI)이 감상 이력에 따라 음악을 추천해줘 상황에 맞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 SK텔레콤은 자사 고객이 플로의 무제한 스트리밍 상품에 가입할 경우 월 요금 6900원을 50% 할인해주는 등 ‘손님 몰이’에 나섰다.
멜론의 원래 주인은 SK텔레콤이었다. 2013년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 지분을 2659억원을 받고 홍콩계 사모펀드에 팔았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인 (주)SK의 손자회사가 자회사를 보유하려면 지분 100%를 가져야 했다. 손자회사인 SK텔레콤은 로엔엔터테인먼트 지분 100%를 보유하는 대신 매각을 택했다. 홍콩계 사모펀드는 1조2000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2016년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카카오에 매각했다.
SK텔레콤은 AI 스피커 등이 보급되면서 음원 플랫폼의 중요성이 커지자 다시 음원 서비스에 힘을 주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음악은 AI 스피커의 핵심 서비스이자 스마트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등에 반드시 필요한 콘텐츠”라고 말했다.
“갈수록 경쟁영역 확대될 것”
지난 17일에는 SK텔레콤이 T전화 앱(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해 해외에서 무료로 통화할 수 있는 로밍 서비스를 내놨다. 카카오톡의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보이스톡’을 직접 겨냥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해외에서 카카오톡 음성통화를 쓰면 데이터가 차감되고 앱 이용자끼리만 통화할 수 있지만 T전화 로밍은 모든 유·무선 가입자가 데이터 차감 없이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T전화 앱과 보이스톡의 통화품질 비교 시연을 하기도 했다.
SK텔레콤 측은 이런 일련의 서비스 출시를 카카오와 연결짓는 것을 경계했다. 한 관계자는 “통신 이외 분야로 사업영역이 넓어지면서 자연스레 여러 기업과의 경쟁구도가 형성되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SK텔레콤은 지난달 5일 택시 호출 서비스 ‘T맵 택시’를 전면 개편했다. T맵 택시 사업을 2015년 시작했지만 개편 직전인 10월 말 기준 월간 실사용자가 10만 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개편을 계기로 올 연말까지 T맵 택시요금 10% 할인혜택과 특정일에 최대 50%까지 깎아주는 이벤트를 잇따라 벌였다. 택시기사에게는 택시 호출에 곧바로 응답할 수 있는 ‘콜잡이’ 버튼을 무료로 배포했다.
마케팅 시기가 ‘절묘’했다.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 개시를 놓고 택시기사들과 갈등을 빚어 SK텔레콤이 반사이익을 봤다.
3주 만에 평균 배차 성공률이 17%에서 61%로 높아지고, 호출 건수도 10배 이상 증가했다. 택시기사들도 승객에게 “카카오T 택시 대신 T맵 택시를 사용하라”며 적극 홍보에 나섰다.
여지영 SK텔레콤 TTS사업유닛장은 “카카오T의 월간 실사용자 수가 580만 명 정도”라며 “T맵 택시로 연말까지 100만 명을 달성하고 2년 뒤 500만 명을 노리겠다”고 말했다.
모빌리티(이동수단) 시장에서 부딪치는 두 회사의 ‘악연’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7월 구글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안드로이드 오토’의 한국 서비스를 내놨을 때 T맵이 아니라 카카오 내비를 기본 서비스로 적용했다.
당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사전에 T맵도 협력을 제안받았지만 제대로 협의되지 못한 채 무산됐다”며 “절박함과 위기의식이 없다면 우리가 공들여 키워가는 모든 플랫폼이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고 질책했다.
두 회사는 T맵과 카카오 내비를 각각 발판삼아 차량 플랫폼 시장을 선점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T맵과 카카오 내비로 수집한 데이터는 향후 승차공유, 자율주행자동차 등 차량 플랫폼 경쟁을 벌이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한때 품었던 멜론 꺾겠다’
SK텔레콤은 이달 11일 새로운 음원 서비스 ‘플로’도 선보였다. 기존 ‘뮤직메이트’는 종료하고 신규 서비스로 1위 플랫폼인 카카오 ‘멜론’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플로는 이용자가 아이디 하나당 최대 3개까지 ‘캐릭터’를 설정해 사용할 수 있는 게 차별점이다. 출근할 때, 운동할 때, 아이에게 음악을 들려줄 때 등 상황에 맞는 캐릭터를 정하면 음악을 들을 때마다 음악감상 이력이 따로 축적된다.
인공지능(AI)이 감상 이력에 따라 음악을 추천해줘 상황에 맞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 SK텔레콤은 자사 고객이 플로의 무제한 스트리밍 상품에 가입할 경우 월 요금 6900원을 50% 할인해주는 등 ‘손님 몰이’에 나섰다.
멜론의 원래 주인은 SK텔레콤이었다. 2013년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 지분을 2659억원을 받고 홍콩계 사모펀드에 팔았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인 (주)SK의 손자회사가 자회사를 보유하려면 지분 100%를 가져야 했다. 손자회사인 SK텔레콤은 로엔엔터테인먼트 지분 100%를 보유하는 대신 매각을 택했다. 홍콩계 사모펀드는 1조2000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2016년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카카오에 매각했다.
SK텔레콤은 AI 스피커 등이 보급되면서 음원 플랫폼의 중요성이 커지자 다시 음원 서비스에 힘을 주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음악은 AI 스피커의 핵심 서비스이자 스마트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등에 반드시 필요한 콘텐츠”라고 말했다.
“갈수록 경쟁영역 확대될 것”
지난 17일에는 SK텔레콤이 T전화 앱(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해 해외에서 무료로 통화할 수 있는 로밍 서비스를 내놨다. 카카오톡의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보이스톡’을 직접 겨냥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해외에서 카카오톡 음성통화를 쓰면 데이터가 차감되고 앱 이용자끼리만 통화할 수 있지만 T전화 로밍은 모든 유·무선 가입자가 데이터 차감 없이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T전화 앱과 보이스톡의 통화품질 비교 시연을 하기도 했다.
SK텔레콤 측은 이런 일련의 서비스 출시를 카카오와 연결짓는 것을 경계했다. 한 관계자는 “통신 이외 분야로 사업영역이 넓어지면서 자연스레 여러 기업과의 경쟁구도가 형성되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