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2019년 예측의 키워드는 '반환점'
증권사 리서치 부서는 12월이 괴롭다. 연초 발표했던 증시 전망은 황당할 뿐이고, 또 황당할 게 틀림없는 ‘신년 증시 전망’을 해야 하니 뒷골이 땅긴다. 연초 10대 증권사 지수예측을 보면 최저 2250포인트에서 최고 3100포인트다. 맞힌 회사가 없다. 올해만 그런 게 아니다. 매년 ‘뻘짓’의 반복이다.

아무튼 내년 전망을 보니 대충 최저 1800포인트에서 최고 2300포인트에 몰려 있다. 소위 선수들끼리는 몰려다녀야 덜 창피하다. 그렇다고 누구도 이들을 비웃을 수 없다. 멍완저우 중국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체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다음 트윗을 누가 짐작이나 하겠는가.

그런데 최근 전문가들의 전망을 보면 내년이 올해보다 좋아질 확률은 제로(0)인 것 같다. 그나마 속된 말로 ‘똔똔’이라고 하면 아주 낙관적이다. 비관론의 논지는 분명하다. 일단 모든 경제지표가 최악이다. 경제의 두 축인 투자와 소비가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경제성장률도 2%대 초반으로 하락한다. ‘자영업자의 몰락’은 빙산의 일각이고 고용의 90%를 책임지고 있는 중소기업이 도처에서 문을 닫고 있다는 소식이다. 겨우 숨 쉬고 있는 대기업은 현상 유지가 최선이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상황도 예사롭지 않다. 미국 경제는 피크 아웃(peak out: 정점을 찍고 하락) 중이고 중국 경제도 아주 어렵다. 무엇보다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초(超)저금리’ 환경에 감춰졌던 글로벌 적폐(?)가 여기저기서 터질 가능성이 있다. 워런 버핏의 말대로 썰물이 되면 누가 발가벗고 수영하는지 드러난다. 또 강대국들의 자국 우선주의와 패권주의가 상호 되먹임질하면서 ‘주먹시대’가 도래한다는 불안도 여전하다.

그래서 일단 안전벨트를 확실히 매자는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이치가 그렇듯 양면이 있다. 첫째, 무역분쟁과 패권전쟁은 역사의 예외가 아니라 주류다. 시대에 따라 강약의 차이가 있을 따름이다.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측면이 많았다. 근대 중소국(中小國) 유럽이 세계를 제패한 것은 무역분쟁과 패권전쟁의 부산물이다. 오스만튀르크의 관세가 ‘대항해 시대’를 열었고 유럽 열강의 패권전쟁은 무기 발달과 산업혁명을 낳았다. 이번 사태로 국가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중국도 먼 훗날 미국에 고마워할 것이다.

그리고 세계 4대 강국이 ‘카르텔’을 형성하는 것보다는 서로 다투는 것이 중소국에는 유리하다. 아무리 강국이라고 해도 패거리가 필요하다. 중국은 10년 이내 독자 위성항법시스템(GPS)을 구축해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공짜 와이파이를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둘째, 역설적으로 ‘최악’이라는 말처럼 투자자를 안심시키는 단어가 없다. 최악이란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고 이제 좋아질 일만 있다는 의미다. 말 많은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가 우리 기업의 고질병인 ‘낮은 생산성’을 강제적으로 개선시키는 일등공신(?)이 될 수 있다.

공정사회와 부의 불평등 완화가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또 ‘노조 망국’에 대한 우려에 동의하지만 오랜 세월 오너 일가와 다른 ‘부족’(?) 사람으로 대우받던 근로자의 사기를 한 번쯤 올리는 것도 괜찮다. 특히 ‘개털’ 취급을 당하던 소액주주의 권리가 지분만큼이라도 존중받는다면 대한민국 주식회사의 브랜드 가치는 폭등한다.

2019년 예측의 키워드는 ‘반환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때문에 무역분쟁에 의한 경기 침체를 용인할 수 없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경제와 자신의 정치적 생명이 운명공동체란 것을 알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핵을 포기해 국제 제재가 풀려야만 ‘장마당’이 아니라 정상적인 경제운용이 가능함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구호가 무엇이든 인심은 곳간에서 나온다. 내년은 실리가 명분을 대체할 것이고 최악이 반환점을 돌 때다. 주가는 일반적으로 6개월 정도 선행한다. 내년 상반기의 최악이 이미 반영됐다. 이보다 못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