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낼래, 특허訴 포기할래"…삼성·SK 반도체 '겁박'한 중국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낸드 끼워팔기"라며 억지 요구
'반도체 굴기' 방해하지 말라는 중국
'반도체 굴기' 방해하지 말라는 중국
중국 정부가 한국 반도체업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제품 ‘끼워팔기’ 의혹을 제기했다. 이를 빌미로 중국 반도체업체에 대한 특허침해 소송을 중단하고, 앞으로도 소송을 제기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는 조건으로 소송 포기를 압박한 것이다.
26일 중국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중국 반독점규제당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3개사의 불공정거래 혐의 조사를 최근 끝내고 징계방안을 논의 중이다.
중국 당국이 3개사에 대해 가격담합이 아니라 낸드제품 끼워팔기 혐의를 제기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3개사가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에 D램을 공급하면서 일정량 이상의 낸드도 사도록 강요했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3개사가 부과받을 과징금 규모는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과징금을 내기 싫으면 자국 반도체업체에 대한 특허침해 소송을 중단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 5월부터 3개사를 대상으로 반독점 조사를 벌여왔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D램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 등에 불만을 제기하자 행동에 들어갔다.
중국 정부 당국자는 지난달 16일 외신 인터뷰 등에서 “반독점 조사에서 대량의 증거를 확보해 중대한 진전을 이뤘다”며 D램 3개사 징계가 현실화할 것임을 예고했다. 올해 초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삼성전자에 △D램 가격 인상 자제 △중국 업체에 D램 우선 공급 △중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특허침해 소송 중단 등을 요구했다.
올 하반기 들어 D램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어 중국 당국의 관심은 특허침해 소송 관련 내용에 쏠리고 있다. 선진 업체들의 기존 특허침해 소송이 중단되고, 향후 소송 제기에 제동이 걸리면 그만큼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빨라질 수밖에 없다. 수조원에 이르는 과징금 부과 대신 특허침해 소송 중단을 한국 반도체업계에 요구하는 이유다.
미국과 한창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과징금 부과 조치를 고집하지 않는 배경으로 분석된다. 미국 업체인 마이크론에 거액의 과징금을 물릴 경우 미국의 보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측이 ‘낸드플래시 끼워팔기’ 의혹을 제기한 것은 D램과 낸드플래시 사이의 시장 온도차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글로벌 D램 시장에서는 2000년대 이후 수차례의 치킨게임 끝에 독일 인피니온, 일본 엘피다 등이 퇴출되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개 업체만 살아남았다. 지난 3분기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95.5%에 달했다.
반면 낸드 시장에서는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 등이 건재해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각사가 앞다퉈 3차원(3D) 낸드 생산라인 증설에 나서며 공급이 늘고 있어 수년 안에 한두 곳이 퇴출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낸드제품 가격은 이를 반영해 지난해 9월부터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5.78달러였던 낸드 평균 가격(128기가비트 MLC 기준)이 지난달 4.74달러로 떨어졌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식고 있는 낸드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D램 제조업체들이 끼워팔기를 요구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소송 관련 협상 결과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수조원대 과징금 이상의 피해를 한국 반도체업체들이 볼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중국 당국의 조사 결과와 관련해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으며 세부적인 진행 사항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선전=노경목 특파원 autonomy@hankyung.com
26일 중국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중국 반독점규제당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3개사의 불공정거래 혐의 조사를 최근 끝내고 징계방안을 논의 중이다.
중국 당국이 3개사에 대해 가격담합이 아니라 낸드제품 끼워팔기 혐의를 제기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3개사가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에 D램을 공급하면서 일정량 이상의 낸드도 사도록 강요했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3개사가 부과받을 과징금 규모는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과징금을 내기 싫으면 자국 반도체업체에 대한 특허침해 소송을 중단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 5월부터 3개사를 대상으로 반독점 조사를 벌여왔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D램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 등에 불만을 제기하자 행동에 들어갔다.
중국 정부 당국자는 지난달 16일 외신 인터뷰 등에서 “반독점 조사에서 대량의 증거를 확보해 중대한 진전을 이뤘다”며 D램 3개사 징계가 현실화할 것임을 예고했다. 올해 초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삼성전자에 △D램 가격 인상 자제 △중국 업체에 D램 우선 공급 △중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특허침해 소송 중단 등을 요구했다.
올 하반기 들어 D램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어 중국 당국의 관심은 특허침해 소송 관련 내용에 쏠리고 있다. 선진 업체들의 기존 특허침해 소송이 중단되고, 향후 소송 제기에 제동이 걸리면 그만큼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빨라질 수밖에 없다. 수조원에 이르는 과징금 부과 대신 특허침해 소송 중단을 한국 반도체업계에 요구하는 이유다.
미국과 한창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과징금 부과 조치를 고집하지 않는 배경으로 분석된다. 미국 업체인 마이크론에 거액의 과징금을 물릴 경우 미국의 보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측이 ‘낸드플래시 끼워팔기’ 의혹을 제기한 것은 D램과 낸드플래시 사이의 시장 온도차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글로벌 D램 시장에서는 2000년대 이후 수차례의 치킨게임 끝에 독일 인피니온, 일본 엘피다 등이 퇴출되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개 업체만 살아남았다. 지난 3분기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95.5%에 달했다.
반면 낸드 시장에서는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 등이 건재해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각사가 앞다퉈 3차원(3D) 낸드 생산라인 증설에 나서며 공급이 늘고 있어 수년 안에 한두 곳이 퇴출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낸드제품 가격은 이를 반영해 지난해 9월부터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5.78달러였던 낸드 평균 가격(128기가비트 MLC 기준)이 지난달 4.74달러로 떨어졌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식고 있는 낸드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D램 제조업체들이 끼워팔기를 요구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소송 관련 협상 결과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수조원대 과징금 이상의 피해를 한국 반도체업체들이 볼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중국 당국의 조사 결과와 관련해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으며 세부적인 진행 사항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선전=노경목 특파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