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전부개정안에 대한 경제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업현장 내 사고를 줄이자는 취지에만 몰두하는 바람에 법안이 산업계에 미칠 파장 등을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본지 12월26일자 A1, 5면 참조

여야는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를 열고 산안법 개정안을 심사했지만 의견을 조율하지 못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 소속 위원들이 “개정안 조항이 워낙 방대해 꼼꼼하게 검토하자”고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위원들은 “연내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각당 원내대표들이 이날 오후 긴급 회동을 하고 27일 고용노동소위를 다시 열어 논의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은 27일 고용노동소위와 환노위,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해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라며 “고용노동소위가 이 법안을 논의하기 시작한 게 지난 19일인데, 소위 위원들이 1주일 만에 방대한 법안을 다 이해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산안법 폭탄' 째깍째깍…여론 등에 업고 밀어붙이는 당정
산안법 개정안의 핵심은 원청업체와 사업주가 산업현장 사고에 ‘무한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의 도급(하청)을 전면 금지하고, 사망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의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경제계는 산업재해를 줄이자는 취지와 관계없는 규제와 징벌적 조항이 대거 법안에 포함됐다고 비판했다.

여야가 이날 고용노동소위에서 잠정적으로 합의한 조항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위험하거나 유해한 작업의 사내 도급을 전면적으로 금지한 조항(제58조)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기업들은 걱정한다. 유해물질을 다루는 등 위험한 작업은 원청업체보다 전문 협력업체가 더 능숙한데, 이런 현실을 외면했다는 지적이다. 위험 및 유해작업 도급 금지 제도가 시행되면 안전 관련 협력업체들은 줄도산하고, 수많은 직원은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원청업체가 사업장 내 모든 안전·보건 조치에 대해 의무를 져야 한다는 조항(제63조)도 마찬가지다. 현행 산안법은 하청업체 근로자가 추락·붕괴 등의 위험이 있는 특정 장소에서 작업할 때만 원청업체가 안전·보건 조치에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여야는 원청업체 사업장 전부와 화재·폭발·추락·붕괴 등 위험이 있는 외부 작업장으로 이 범위를 확대했다. 한 제조업체 대표는 “원청업체가 모든 작업장의 안전시설을 책임지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오히려 집중적으로 안전관리를 해야 할 곳에 신경쓰지 못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도병욱/김소현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