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철수설 속 이란, 아프간 탈레반과 접촉 공개
알리 샴커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26일(현지시간) 이란 최고지도자 특사 자격으로 아프가니스탄 카불을 방문해 이란 언론에 아프간 탈레반과 접촉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샴커니 사무총장은 "아프간 정부가 인지한 상황에서 탈레반과 모든 접촉이 이뤄졌고 지금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미국이 아프간에 파병한 병력의 절반 정도를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외신이 보도한 가운데 나온 만큼 시선을 끌었다.

앞서 20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절반 정도로 아프간 주둔 미군 병력을 감축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감축 병력 규모는 5천∼7천명 수준으로 이르면 내년 1월 중 복귀가 시작될 수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탈레반은 아프간 영토의 절반 가까이 차지할 정도로 세력이 확장세지만 군사적으로는 외국 군대의 철수, 이슬람주의 국가 재건과 같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아프간 정부, 미국과 협상에 나서는 분위기다.

잘메이 할릴자드 아프간 주재 미국 특사는 이달 17일 UAE에서 탈레반 대표단과 만나 3개월 휴전안을 논의했다.

앞서 지난달 7일에는 모스크바에서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의 평화회담이 열렸다.

이런 정황을 종합하면 이란은 비록 수니파 테러조직 아프간 탈레반과 관계가 원만하지 않지만 미국이 철군 이후를 대비해 탈레반과 접촉하는 점을 의식, 자신도 이 조직과 이미 소통한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아프간과 국경을 맞댄 탓에 탈레반과 관계가 자국의 안보에 큰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아프간 정부와 세력이 대등한 탈레반이 미국과 원만해지면 이란으로서는 꽤 껄끄러운 상대와 맞서야 한다.

동시에 시리아와 마찬가지로 아프간에서도 미국이 철군해 생길 공백을 이란이 염두에 두고 탈레반과 대화 통로를 서둘러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샴커니 사무총장은 26일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과 만나 "아프간의 여러 세력이 안보를 불안케 하는 폭력적 방법을 피하고 더 만나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형제이자 친구인 아프간과 안보, 군사, 국방 분야에서 협력을 기꺼이 증진하려 한다"며 "아프간에서 전쟁과 안보 불안만 낳았던 미국이 철수하면 아프간은 자주 국방력을 강화할 황금과 같은 기회를 잡게 된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