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한 감사 부실시 회계법인 대표도 제재

앞으로 고의 분식회계 규모가 50억원 이상이면 회사 규모와 상관없이 엄중한 제재를 받게 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27일 이런 내용을 담은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 개정안을 내년 2월 초까지 사전예고한다고 밝혔다.

새 외부감사법 시행에 따른 후속 조치다.

우선 금감원은 시행세칙 상의 '심사·감리 결과에 따른 조치 양정기준'을 개정해 고의 회계부정은 엄중히 제재하기로 했다.

즉, 회사가 경영진의 횡령·배임을 은폐하려는 목적이나 증시 상장 또는 상장 폐지를 모면하기 위해 고의로 분식회계한 금액이 50억원 이상이면 회사 규모와 상관없이 제재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분식 금액에 대한 제재 판단 때 회사 규모를 고려할 수 있게 돼 있어 회사 규모가 클수록 분식 금액도 비례적으로 커야 조치할 수 있다.

금감원은 "분식 금액 기준 도입으로 상대적으로 자산과 매출액 규모가 큰 기업의 불법행위나 상장·상장폐지와 관련한 분식회계 조치의 사각지대가 최소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회사가 과실로 회계기준을 위반한 뒤에 적절한 시기에 수정하면 경고 또는 주의 등 낮은 수준의 제재를 하기로 했다.

현재는 과실로 인한 위반도 위반 규모가 크면 '중과실'처럼 조치하고 있다.

또 금감원은 조치 양정기준에 외부감사 규정상의 회계기준 위반 동기와 회계위반 금액 판단기준을 반영했다.

이에 따라 고의가 아닌 경우 '과실'로 판단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직무상 주의의무를 하지 않았거나 회계 정보 이용자의 판단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회계 정보 위반 시에는 '중과실'로 판단하기로 했다.

고의 판단기준은 현행 기준과 거의 동일하다.

아울러 이번 개정으로 회계법인이 품질관리제도를 적절히 운용하지 않아 중대한 감사부실이 발생한 경우는 회계법인 대표이사 또는 품질관리 담당 이사에 대한 제재가 가능해진다.

재무제표 주요사항에 대한 회사의 회계기준 위반사항이 발견되지 않아도 감사인이 중요한 감사절차를 현저히 위반한 경우 감사인에 대한 제재를 할 수 있게 된다.

회계기준 위반으로 담당 임원 해임을 권고할 때에는 제재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직무 정지 6개월을 함께 부과하기로 했다.

외부감사 규정 개정으로 공인회계사에 대한 직무 일부 정지 건의가 신설되고 감사업무 참여 제한 대상회사와 중간감독자에 대한 조치 가능 범위가 확대됐는데 이런 사항도 시행세칙 개정안에 반영했다.

회계기준 위반에 대한 가중·감경 사유도 정비했다.

가중 사유에는 고의적 회계위반 3년 초과, 내부회계관리제도 취약, 사회적 물의 야기 등이 추가됐다.

위법행위 반복 시 회사는 위법동기, 공인회계사는 조치 수준에 따라 가중요건이 차등화된다.

회사의 경우 고의·중과실로 조치를 받은 날로부터 5년, 과실로 조치를 받은 날로부터 3년 이내에 다시 고의 또는 중과실로 회계기준 위반 시 가중 처벌된다.

그러나 자산 또는 3년 평균 매출이 1천억원 미만인 소규모 회사나 품질관리기준을 충실히 이행한 감사인, 투자자 피해를 보상한 조치 대상자나 내부고발자는 감경 조치된다.

이밖에 금감원은 사업·수시 보고서 제출의무 위반에 대한 양정기준도 마련했다.

금감원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한 뒤 내년 4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