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비서실장 출신 데일리, 도로 재명명 제안했다 "흑인 표 얻기 위한 술책" 구설
美시카고 시장 선거판에 때아닌 '오바마 도로' 논란
미국 시카고 시장 선거판에 때아닌 '오바마 도로' 논란이 일었다.

26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과 AP통신,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행정부 2대 백악관 비서실장 출신으로 2019 시카고 시장 선거에 출마한 빌 데일리(70·민주)가 시카고 남부의 주요 간선도로 '댄 라이언 고속도로'(Dan Ryan Expressway)에 자신의 '전 보스', 오바마의 이름을 붙이겠다고 호언했다가 구설에 휘말렸다.

데일리는 지난 주말 "시카고 남부는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 오바마를 배출한 곳이고 오바마가 아직 자택을 소유하고 있으며 오바마 대통령 기념관이 들어설 곳"이라면서 "시장에 당선되면 댄 라이언 고속도로를 오바마 고속도로로 재명명해 일상 속에 기억되도록 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그는 "당선 즉시 일리노이 주의회를 설득해 도로명 변경을 위한 입법을 추진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다른 후보들 사이에 "흑인 유권자 표를 얻기 위한 술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됐고, 도로명 주체인 댄 라이언의 후손들은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댄 라이언 고속도로는 시카고 도심 남부에 수직으로 놓인 총 길이 18.5km의 간선도로로, 주간(interstate) 고속도로 90번과 94번이 겹치는 구간이기도 하다.

1954년부터 1961년까지 시카고를 포함하는 광역자치구 쿡 카운티 의장을 지낸 댄 라이언 (1894~1961·민주)을 기리기 위해 첫 개통 당시인 1962년 이름이 붙여졌다.

시카고 시장 후보 중 한 명인 라 숀 포드(47·민주) 일리노이 주 상원의원은 "한 사람에게 헌정된 도로명은 다시 바뀔 수 없다"면서 "정치적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일리노이 주 의회가 지난 7월, 시카고에서 시작되는 55번 주간 고속도로 일부 구간에 오바마 고속도로 간판을 내건 사실을 상기했다.

제시 데커 일리노이 교통부 대변인은 "인접한 두 도로에 같은 사람의 이름을 붙이는 것을 피하도록 하고 있다.

운전자들에게 혼란을 안길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사실상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리노이 주는 주지사의 포고, 의회 입법, 교통부 장관 지정 등 3가지 방법에 의해 교량 및 도로 명을 변경할 수 있다.

라이언 전 의장의 손자 댄 라이언 3세(69)는 "데일리의 발언을 듣고 무척 놀랐다"면서 "누군가를 명예롭게 할 목적으로 다른 이의 명예를 빼앗아서는 안된다.

지난 56년간 사용된 도로명이 유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상무장관, JP모건 미 중서부 회장 등을 지낸 데일리는 1955년부터 21년간 시카고 시장을 지낸 리처드 J.데일리(1955~1976 재임)의 막내 아들이자, 시카고 최장수 시장 리처드 M.데일리(1989~2011 재임)의 동생이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 람 이매뉴얼이 시카고 시장 출마를 위해 백악관을 나오면서 2011년 1월 후임에 임명됐으나 1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라이언 전 의장은 리처드 J.데일리 전 시장과 절친한 관계로, 두 사람이 뜻을 합해 댄 라이언 고속도로 건설 구상을 현실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속도로에 댄 라이언 이름을 붙이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 것은 데일리의 아버지인 리처드 J.데일리 전 시장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