超프리미엄 LG 시그니처…'격'이 다른 가전세계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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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LG전자
'先디자인 後개발' 전략
'일등 디자인委'서 제품 콘셉트 결정
기술 구현 위해 자금·인력 전폭 지원
냉장고·세탁기·공기청정기·TV 등
2016년 '작품' 같은 시그니처 제품 첫선
올 들어 와인셀러·건조기 등 3종 추가
인공지능 플랫폼 'LG 씽큐' 탑재
LG 가전 '시그니처 낙수효과'
'LG=프리미엄' 이미지 각인
생활가전 영업익 2015년 9817억원
2017년 1조4488억원으로 高高
TV 영업익 573억원→1조3365억원
'先디자인 後개발' 전략
'일등 디자인委'서 제품 콘셉트 결정
기술 구현 위해 자금·인력 전폭 지원
냉장고·세탁기·공기청정기·TV 등
2016년 '작품' 같은 시그니처 제품 첫선
올 들어 와인셀러·건조기 등 3종 추가
인공지능 플랫폼 'LG 씽큐' 탑재
LG 가전 '시그니처 낙수효과'
'LG=프리미엄' 이미지 각인
생활가전 영업익 2015년 9817억원
2017년 1조4488억원으로 高高
TV 영업익 573억원→1조3365억원
2014년 초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 빌딩 회의실. 구본준 부회장을 비롯한 당시 LG전자 경영진이 한자리에 모였다. LG전자의 핵심 부문인 H&A(생활가전) 및 HE(TV) 사업이 처한 상황을 진단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LG전자 가전부문을 둘러싼 국내외 사업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날로 거세진 탓이었다. 시장 크기는 그대로인데 새로운 플레이어가 점유율을 늘리니 기존 업체들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 가만히 있다가는 LG전자도 일본 업체처럼 ‘마이너스 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안팎에서 나오던 시점이었다.
LG전자가 내린 결론은 ‘프리미엄’이었다. 중국 업체의 ‘먹잇감’이 되지 않으려면 이들과 아예 ‘다른 물’에서 놀아야 한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대중 브랜드인 LG를 단숨에 독일 명품 가전업체 밀레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끌어올릴 수는 없는 터. LG전자는 단계를 밟아 나가기로 했다. 일단 ‘프리미엄 LG’를 이끌 선봉장을 만들기로 했다. 프리미엄 제품이 LG의 브랜드 파워를 끌어올리면, 그 ‘낙수효과’가 모든 LG 제품으로 퍼질 것이란 기대에서였다. 2016년 ‘LG 시그니처’가 탄생한 배경이다.
기존 제품과 DNA가 다른 ‘LG 시그니처’
LG 시그니처는 제품 개발 단계부터 기존과는 180도 다른 형태로 진행됐다. LG전자 경영진과 디자인 담당, 상품 개발 인력 등이 참여하는 ‘일등 디자인 위원회’에서 제품 콘셉트와 디자인을 정한 뒤 제품 개발을 맡겼다. 통상 신제품을 개발할 때 핵심 멤버로 참여하는 엔지니어는 일부러 위원회에 넣지 않았다.
회의 과정에서 엔지니어들이 “그런 기능은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힘들다”는 식으로 반발하면 한 발짝도 전진하기 힘들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었다.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기능, 현재 제품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디자인을 적용하기 위해선 기존 개발 방식과는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했다”고 LG전자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른바 ‘선(先)디자인, 후(後)개발’ 전략이다.
대신 LG전자는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자금과 인력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개발 인력과 투자비 등을 평소보다 다섯 배가량 더 투입했다. 덕분에 2016년 첫선을 보인 LG 시그니처 제품들은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냉장고 앞면을 두드리면 내부 조명이 켜지면서 투명 유리를 통해 저장물을 보여주는 기능, 공기청정기에 장착된 투명창을 통해 정화 과정을 보여주는 디자인 등 혁신성과 독창성을 인정받았다.
LG전자 관계자는 “LG 시그니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기능이 뭔지 하나하나 찾아낸 뒤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입해 기술로 구현하는 작업을 거쳤다”며 “LG 시그니처를 기존 프리미엄 제품과 차별화한 ‘초(超)프리미엄’이라고 부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세탁기, 냉장고, 가습공기청정기, 올레드TV 등 4종이었던 LG 시그니처 라인업에 와인셀러, 상냉장·하냉동 냉장고, 건조기 등을 추가해 7종으로 늘렸다. 새로 추가한 신제품에는 LG전자의 인공지능 플랫폼인 ‘LG 씽큐(LG ThinQ)’를 탑재했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제품은 스스로 소비자의 사용 패턴과 주변 환경을 분석해 최적화된 방식으로 작동한다. 음성인식은 기본이다.
‘낙수효과’ 덕에 수익성 높아진 LG 가전
LG 시그니처를 ‘프리미엄 LG’의 선봉장으로 내세운 전략은 주효했다. LG 시그니처 덕분에 일반 LG 제품에도 프리미엄 이미지가 입혀지고 있어서다. ‘LG=프리미엄’이란 공식이 서서히 소비자들에게 각인되고 있다는 얘기다.
LG 시그니처에서 처음 선보인 혁신적인 기술이 일반 제품으로 확산되는 ‘기술 낙수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냉장고 속 미니 냉장고’로 불리는 ‘도어 인 도어’ 기능과 세탁기에 적용한 저진동·저소음 기술이 대표적인 예다.
LG전자 가전부문은 훨훨 날고 있다. LG 시그니처 출시 전인 2015년 9817억원이었던 H&A사업본부 영업이익은 2016년 1조3176억원, 2017년 1조4488억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HE사업본부 영업이익도 573억원→1조2374억원→1조3365억원으로 확대됐다.
올 들어 3분기까지 H&A사업본부와 HE사업본부 영업이익은 각각 1조4200억원과 1조3094억원으로 작년보다 크게 늘었다. 올해 두 본부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9.4%와 11.2%에 달한다. 대다수 글로벌 경쟁업체들의 가전부문 영업이익률이 5%에 못 미치는 점을 감안하면 놀랄 만한 성적이다.
LG전자 관계자는 “LG 시그니처를 선보인 뒤 연관 제품 판매가 늘어나는 등 낙수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소비자들이 LG 시그니처를 경험할 수 있는 접점을 늘리기 위해 출시 국가를 50여 개국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LG 시그니처를 통해 경험한 ‘성공 체험’은 ‘LG 오브제’ 등 새로운 프리미엄 라인 출시로 확산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달 가구와의 경계를 허문 프리미엄 프라이빗 가전 브랜드 LG 오브제를 선보였다. 오브제는 냉장고, 오디오, TV 등에 원목을 입혀 고급스러운 장식장처럼 만든 제품이다. 가구가 지배하던 침실을 가전의 영역으로 가져온 셈이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당시 LG전자 가전부문을 둘러싼 국내외 사업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날로 거세진 탓이었다. 시장 크기는 그대로인데 새로운 플레이어가 점유율을 늘리니 기존 업체들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 가만히 있다가는 LG전자도 일본 업체처럼 ‘마이너스 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안팎에서 나오던 시점이었다.
LG전자가 내린 결론은 ‘프리미엄’이었다. 중국 업체의 ‘먹잇감’이 되지 않으려면 이들과 아예 ‘다른 물’에서 놀아야 한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대중 브랜드인 LG를 단숨에 독일 명품 가전업체 밀레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끌어올릴 수는 없는 터. LG전자는 단계를 밟아 나가기로 했다. 일단 ‘프리미엄 LG’를 이끌 선봉장을 만들기로 했다. 프리미엄 제품이 LG의 브랜드 파워를 끌어올리면, 그 ‘낙수효과’가 모든 LG 제품으로 퍼질 것이란 기대에서였다. 2016년 ‘LG 시그니처’가 탄생한 배경이다.
기존 제품과 DNA가 다른 ‘LG 시그니처’
LG 시그니처는 제품 개발 단계부터 기존과는 180도 다른 형태로 진행됐다. LG전자 경영진과 디자인 담당, 상품 개발 인력 등이 참여하는 ‘일등 디자인 위원회’에서 제품 콘셉트와 디자인을 정한 뒤 제품 개발을 맡겼다. 통상 신제품을 개발할 때 핵심 멤버로 참여하는 엔지니어는 일부러 위원회에 넣지 않았다.
회의 과정에서 엔지니어들이 “그런 기능은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힘들다”는 식으로 반발하면 한 발짝도 전진하기 힘들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었다.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기능, 현재 제품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디자인을 적용하기 위해선 기존 개발 방식과는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했다”고 LG전자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른바 ‘선(先)디자인, 후(後)개발’ 전략이다.
대신 LG전자는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자금과 인력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개발 인력과 투자비 등을 평소보다 다섯 배가량 더 투입했다. 덕분에 2016년 첫선을 보인 LG 시그니처 제품들은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냉장고 앞면을 두드리면 내부 조명이 켜지면서 투명 유리를 통해 저장물을 보여주는 기능, 공기청정기에 장착된 투명창을 통해 정화 과정을 보여주는 디자인 등 혁신성과 독창성을 인정받았다.
LG전자 관계자는 “LG 시그니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기능이 뭔지 하나하나 찾아낸 뒤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입해 기술로 구현하는 작업을 거쳤다”며 “LG 시그니처를 기존 프리미엄 제품과 차별화한 ‘초(超)프리미엄’이라고 부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세탁기, 냉장고, 가습공기청정기, 올레드TV 등 4종이었던 LG 시그니처 라인업에 와인셀러, 상냉장·하냉동 냉장고, 건조기 등을 추가해 7종으로 늘렸다. 새로 추가한 신제품에는 LG전자의 인공지능 플랫폼인 ‘LG 씽큐(LG ThinQ)’를 탑재했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제품은 스스로 소비자의 사용 패턴과 주변 환경을 분석해 최적화된 방식으로 작동한다. 음성인식은 기본이다.
‘낙수효과’ 덕에 수익성 높아진 LG 가전
LG 시그니처를 ‘프리미엄 LG’의 선봉장으로 내세운 전략은 주효했다. LG 시그니처 덕분에 일반 LG 제품에도 프리미엄 이미지가 입혀지고 있어서다. ‘LG=프리미엄’이란 공식이 서서히 소비자들에게 각인되고 있다는 얘기다.
LG 시그니처에서 처음 선보인 혁신적인 기술이 일반 제품으로 확산되는 ‘기술 낙수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냉장고 속 미니 냉장고’로 불리는 ‘도어 인 도어’ 기능과 세탁기에 적용한 저진동·저소음 기술이 대표적인 예다.
LG전자 가전부문은 훨훨 날고 있다. LG 시그니처 출시 전인 2015년 9817억원이었던 H&A사업본부 영업이익은 2016년 1조3176억원, 2017년 1조4488억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HE사업본부 영업이익도 573억원→1조2374억원→1조3365억원으로 확대됐다.
올 들어 3분기까지 H&A사업본부와 HE사업본부 영업이익은 각각 1조4200억원과 1조3094억원으로 작년보다 크게 늘었다. 올해 두 본부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9.4%와 11.2%에 달한다. 대다수 글로벌 경쟁업체들의 가전부문 영업이익률이 5%에 못 미치는 점을 감안하면 놀랄 만한 성적이다.
LG전자 관계자는 “LG 시그니처를 선보인 뒤 연관 제품 판매가 늘어나는 등 낙수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소비자들이 LG 시그니처를 경험할 수 있는 접점을 늘리기 위해 출시 국가를 50여 개국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LG 시그니처를 통해 경험한 ‘성공 체험’은 ‘LG 오브제’ 등 새로운 프리미엄 라인 출시로 확산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달 가구와의 경계를 허문 프리미엄 프라이빗 가전 브랜드 LG 오브제를 선보였다. 오브제는 냉장고, 오디오, TV 등에 원목을 입혀 고급스러운 장식장처럼 만든 제품이다. 가구가 지배하던 침실을 가전의 영역으로 가져온 셈이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