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19년 만에 파업 위기에 몰렸다. 국민은행 사측은 평균 연봉이 9100만원에 이르는데도 노조가 과도한 성과급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강행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국민은행 노동조합은 27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 투표한 결과 1만1990명 중 1만1511명(96.01%)의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다음달 8일 총파업 돌입

국민은행 노조원들이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본점 앞에서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시위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국민은행 노조원들이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본점 앞에서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시위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국민은행 노조는 다음달 8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국민·주택은행 합병 때 이후 19년 만의 파업이다. 노조는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만큼 2.6%의 임금 인상과 지난해(통상임금 300%)보다 많은 성과급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익 성과급으로 300%를 지급하고, PC오프제 시행으로 누락된 시간외 수당 명목으로 150%, 유니폼 폐지에 따른 피복비도 매년 100만원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직급에 따라선 통상임금의 500%를 웃도는 성과급이다.

하지만 사측은 올해 실적이 목표에 못 미쳤다며 노조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사측은 노사가 올해부터 자기자본이익률(ROE)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성과급을 정하기로 지난해 합의했는데, 노조가 이를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측은 ROE가 10%는 돼야 성과급을 지급하는데 지난 10년간 ROE 10%를 충족하지 못해 이 같은 성과급을 지급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사측은 시간외 근무수당 역시 누락분을 수차례 추가 등록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별도로 추가 지급할 수 없다고 노조에 통보했다. 사측은 또 지난 9월 노사가 합의해 폐지한 유니폼은 임단협 사안이 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19년 만에 총파업' 강행키로 한 국민銀 노조
소비자 피해 우려 커져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와 페이밴드(직급 승진을 못할 경우 임금 인상 제한) 적용 범위도 주요 쟁점이다.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파업결의대회에서 “파업은 단순히 성과급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조건 개악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금융산업사용자협의는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를 1년 미루는 데 합의하고, 세부안은 개별 교섭을 통해 정하도록 했다. 국민은행은 임금피크제 진입 연령을 부장(지점장)과 팀원 급으로 이원화해 적용하고 있다. 부장급은 생일이 지나면 바로 임금피크에 들어가지만, 팀원급은 다음해 1월부터 적용받는다. 노조는 이 차이를 그대로 인정한 채 1년씩 도입 시기를 미루자고 주장하고, 사측은 직급에 관계없이 진입 시기를 생일 이후로 통일한 뒤 1년 미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신입 행원들에게 적용하고 있는 페이밴드와 관련해서도 노조는 폐지를, 사측은 전 직원 적용을 주장하고 있다. 전귀상 국민은행 부행장은 “노조와 좀 더 시간을 갖고 조정 기간을 연장해 논의하기를 희망했지만 노조의 거부로 결국 추가 합의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노조의 총파업과 관련해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지난해 평균 연봉이 9100만원인 국민은행 노조가 거액의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은 지지를 받기 어렵다”며 “결국 소비자들만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 노조의 파업으로 다른 은행 노조까지 ‘귀족 노조’로 불릴까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