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노동개혁은 허황된 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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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은 곤두박질, 일자리도 땜질 처방
최저임금·근로시간 폭주에 고용세습까지
통일을 대비해서라도 노동개혁에 나서야
박기성 < 성신여대 교수·경제학 >
최저임금·근로시간 폭주에 고용세습까지
통일을 대비해서라도 노동개혁에 나서야
박기성 < 성신여대 교수·경제학 >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 격변을 겪으면서도 굳건했던 한국 경제가 새 정부 출범 이후 곤두박질치고 있다. 탄핵 전후였던 작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년 전에 비해 2.9% 증가했지만 올 3분기에는 2.0% 증가하는 데 그쳤고, 내년에는 올해보다도 더 안 좋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고용 사정은 경제보다 더 심각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출되자마자 인천공항공사로 달려가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0)’를 선언했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은 ‘빈 강의실 전등 끄기’ ‘버스정류장-법원 안내’와 같은 ‘공공 부문 단기 일자리’를 5만9000개나 만들어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이 같은 자기 부정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최저임금이 최근 2년 새 29.1% 인상되고, 강압적인 정규직화가 시행되며, 근로시간이 갑자기 주 10여 시간 줄어드는 상황에서 ‘고용참사’가 발생하지 않으면 기적이나 다름없다. 정부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2년 새 최저임금이 일요일만 유급 휴일인 기업은 54.9%까지 인상되며, 토요일도 유급 휴일인 기업은 80.8%까지 인상될 수 있다. 영세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이렇게 급격한 임금 인상을 감내하기는 힘들 것이다.
우리나라 임금체계는 소위 연공급(年功給)이라는 독특한 구조여서 최저임금이 오르면 그 효과가 최저임금 미만을 받던 근로자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차상위, 차차상위 계층 등 대부분 근로자의 임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의 기준이 되는 임금은 기본급과 통상적 수당인데, 격월이나 분기별로 지급되는 상여금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현대모비스가 연봉 5000만원이 넘는 신입사원에 대해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고용노동부로부터 시정 지시를 받은 것이고, 평균 연봉 9000만원이 넘는 현대자동차도 새해에는 전체 근로자의 10.6%인 7000명이 최저임금에 미달될 것이라고 한다.
반면에 노동조합은 50% 할증이 되는 초과근로급여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에는 모든 상여금이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냈다. ‘최저임금 기준임금 따로, 통상임금 따로’라는 이런 모순이 어디 있나. 원칙은 무너져도 결론은 한 가지, ‘노조원 이익의 극대화’인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공기업의 채용 비리, 고용 세습 의혹이다. 앞으로 국정조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나겠지만, 이런 의혹만으로도 취업을 위해 불철주야 전력투구하고 있는 청년이나 대학생들의 사기를 꺾고 낙담케 하기에 충분하다. 도대체 이 정부가 그토록 주장해온 ‘공정성’은 어디에 있는가.
새해에는 진정한 노동개혁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노조를 설득하는 일은 좌파 정권이 더 잘할 수 있다. 노조를 지지 기반으로 정권을 잡은 독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의 ‘하르츠 개혁’은 2002년 2월 위원회가 구성되면서 시작됐다. 이 위원회는 독일 경총, 노총, 당시 여당인 사회민주당의 전통세력, 야당, 노동부를 모두 배제한 채 15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불과 10개월 만에 개혁안이 확정되고 입법화돼 2003년 1월 첫 번째와 두 번째 하르츠 개혁이 시행됐다. 네 번째 하르츠 개혁은 2005년 1월부터 시행됐다. 1990년 통일 이후 십수 년간 ‘유럽의 환자’였던 독일은 하르츠 개혁 덕분에 노동시장 유연화에 성공하면서 유럽의 강국으로 재부상할 수 있었다.
이 과정은 통일을 대비해야 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과 같은 경직된 노동시장 아래에서 갑자기 남북한 통일이 된다면 우리로서는 엄청난 부담을 떠안게 될 수 있다. 북한 주민 대다수가 복지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통일 후 북한 주민들이 생산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기 위해서도 노동시장 유연화는 매우 중요하다.
하르츠 개혁을 주도한 슈뢰더 총리의 사회민주당은 2005년 가을 선거에서 패해 앙겔라 메르켈이 이끈 기민·기사당 연합에 정권을 내줬다. 노동개혁은 이처럼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독일과 달리 대통령제이고, 이번 정부의 임기가 아직 3년여나 남아 있어 노동개혁에 성공한다면 재집권할 수도 있다. 새해에 문재인 정부에 이런 결기를 기대해 보는 것은 허황된 꿈인가.
고용 사정은 경제보다 더 심각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출되자마자 인천공항공사로 달려가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0)’를 선언했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은 ‘빈 강의실 전등 끄기’ ‘버스정류장-법원 안내’와 같은 ‘공공 부문 단기 일자리’를 5만9000개나 만들어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이 같은 자기 부정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최저임금이 최근 2년 새 29.1% 인상되고, 강압적인 정규직화가 시행되며, 근로시간이 갑자기 주 10여 시간 줄어드는 상황에서 ‘고용참사’가 발생하지 않으면 기적이나 다름없다. 정부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2년 새 최저임금이 일요일만 유급 휴일인 기업은 54.9%까지 인상되며, 토요일도 유급 휴일인 기업은 80.8%까지 인상될 수 있다. 영세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이렇게 급격한 임금 인상을 감내하기는 힘들 것이다.
우리나라 임금체계는 소위 연공급(年功給)이라는 독특한 구조여서 최저임금이 오르면 그 효과가 최저임금 미만을 받던 근로자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차상위, 차차상위 계층 등 대부분 근로자의 임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의 기준이 되는 임금은 기본급과 통상적 수당인데, 격월이나 분기별로 지급되는 상여금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현대모비스가 연봉 5000만원이 넘는 신입사원에 대해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고용노동부로부터 시정 지시를 받은 것이고, 평균 연봉 9000만원이 넘는 현대자동차도 새해에는 전체 근로자의 10.6%인 7000명이 최저임금에 미달될 것이라고 한다.
반면에 노동조합은 50% 할증이 되는 초과근로급여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에는 모든 상여금이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냈다. ‘최저임금 기준임금 따로, 통상임금 따로’라는 이런 모순이 어디 있나. 원칙은 무너져도 결론은 한 가지, ‘노조원 이익의 극대화’인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공기업의 채용 비리, 고용 세습 의혹이다. 앞으로 국정조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나겠지만, 이런 의혹만으로도 취업을 위해 불철주야 전력투구하고 있는 청년이나 대학생들의 사기를 꺾고 낙담케 하기에 충분하다. 도대체 이 정부가 그토록 주장해온 ‘공정성’은 어디에 있는가.
새해에는 진정한 노동개혁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노조를 설득하는 일은 좌파 정권이 더 잘할 수 있다. 노조를 지지 기반으로 정권을 잡은 독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의 ‘하르츠 개혁’은 2002년 2월 위원회가 구성되면서 시작됐다. 이 위원회는 독일 경총, 노총, 당시 여당인 사회민주당의 전통세력, 야당, 노동부를 모두 배제한 채 15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불과 10개월 만에 개혁안이 확정되고 입법화돼 2003년 1월 첫 번째와 두 번째 하르츠 개혁이 시행됐다. 네 번째 하르츠 개혁은 2005년 1월부터 시행됐다. 1990년 통일 이후 십수 년간 ‘유럽의 환자’였던 독일은 하르츠 개혁 덕분에 노동시장 유연화에 성공하면서 유럽의 강국으로 재부상할 수 있었다.
이 과정은 통일을 대비해야 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과 같은 경직된 노동시장 아래에서 갑자기 남북한 통일이 된다면 우리로서는 엄청난 부담을 떠안게 될 수 있다. 북한 주민 대다수가 복지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통일 후 북한 주민들이 생산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기 위해서도 노동시장 유연화는 매우 중요하다.
하르츠 개혁을 주도한 슈뢰더 총리의 사회민주당은 2005년 가을 선거에서 패해 앙겔라 메르켈이 이끈 기민·기사당 연합에 정권을 내줬다. 노동개혁은 이처럼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독일과 달리 대통령제이고, 이번 정부의 임기가 아직 3년여나 남아 있어 노동개혁에 성공한다면 재집권할 수도 있다. 새해에 문재인 정부에 이런 결기를 기대해 보는 것은 허황된 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