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업체 사업주가 모든 사고 책임질 판"…여론에 떠밀려 '졸속'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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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터진 '산업안전보건법 폭탄'
위험작업 도급 원칙적 금지…"되레 사고 위험 커질 것"
기업들 "막대한 손실 우려…작업중지 명령 남발 우려도"
한국당, 기업 목소리 외면한 채 '조국 출석'과 맞바꿔
위험작업 도급 원칙적 금지…"되레 사고 위험 커질 것"
기업들 "막대한 손실 우려…작업중지 명령 남발 우려도"
한국당, 기업 목소리 외면한 채 '조국 출석'과 맞바꿔

조국 국회 출석-산안법 맞바꾼 여야
정치권에선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면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빅딜’이 있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위원장인 임이자 한국당 의원은 지난 26일까지도 “정부 개정안의 법 조문이 엉성한 데다 경제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만큼 공청회를 한 번 더 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이 본회의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공청회 필요성을 제기함에 따라 정치권 안팎에선 산안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왔다.

원청업체 책임 대폭 확대
기업들은 산안법이 통과돼 산업현장에 큰 혼란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산업재해를 줄이자는 법안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기업들의 부담만 키울 가능성이 크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원청업체 작업장에서 발생한 모든 사고의 책임을 원청업체에 지우자는 조항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게 기업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기존 산안법은 하청업체 근로자가 추락·붕괴 등의 위험이 있는 특정 장소에서 작업할 때만 원청업체가 안전·보건 조치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했지만, 개정안은 이 범위를 원청업체 작업장 전체로 확대했다. 회사 밖에서 이뤄지는 일부 작업에 대해서도 원청업체가 책임지도록 했다. 한 제조업체 대표는 “도급(하청)을 준 업체가 사업장 곳곳에서 이뤄지는 협력업체 작업 전부를 관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현장을 전혀 모르는 공무원과 정치인들이 실현 불가능한 법조문을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도급을 준 원청업체와 도급을 받아 직접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는 협력업체에 똑같은 책임을 부여한 것도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독일과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도급을 준 업체와 업무를 집행하는 업체의 책임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다.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의 도급을 금지하는 조항을 걱정스럽게 보는 기업인도 많다. 정부와 국회는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조항이라고 설명하지만, 오히려 안전 사고가 늘어나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게 산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유해물질을 다루는 작업은 원청업체보다 전문 협력업체가 능숙한데, 이런 현실을 외면한 법안이라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은 전문업체에는 도급을 줄 수 있다고 하지만, 그 기준이 자의적인 데다 실제 승인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관리 책임 규정을 어긴 사업주의 처벌을 강화한 조항과 고용부 장관에게 재해발생 작업장에 대한 작업중지 명령 권한을 부여한 조항 등도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도병욱/배정철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