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ㅣ 이선균 "30년 후에도 연기? 그땐 놀고 먹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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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PMC:더 벙커' 윤지의 역 이선균
배우 이선균은 말이 길지 않은 배우다. 긴 질문을 해도 핵심을 간추린 단답형으로 종결되는 게 대부분이다. 기자 입장에선 인터뷰가 어려울 수 밖에 없는 상대다. 그럼에도 미워할 수 없는 배우인 까닭은 짧은 답변 속에 진심을 담아내기 때문. 질문하는 사람이 더 조심스러운 예민한 사안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답하는 정공법을 보여준다.
개봉하자마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영화 'PMC:더 벙커' 속 윤지의는 그런 면에서 이선균과 닮은 구석이 많다. 영화 속 윤지의는 죽음의 순간에도 마지막까지 동료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의사다. 지금까지 북한 인물들은 강인하고, 목적지향적인 캐릭터였다면 윤지의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인간애를 선보인다. "국제 정세는 미묘하게 계속 변화하잖아요. 현실에선 여러 갈등들이 많은데, 벙커 속 윤지의는 직업적인 신념을 전하는 캐릭터에요. 처음부터 이 영화는 가치관과 신념이 이념보다 강하게 느껴져야 하는 영화 같았죠."
'PMC:더 벙커'를 통해 '더 테러 라이브' 김병우 감독, 하정우가 5년 만에 뭉쳤다. 이선균이 촬영장에 처음 갔을 때 "전학생이 된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한 것도 이미 스태프, 배우들이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 "'더 테러 라이브'에 출연했던 아내 전혜진에게 조언을 구하진 않았냐"는 질문에 이선균은 "그런 말은 평소에 안 한다"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감독님이 어떻다, 분위기가 어떻다, 이런 말은 전혀 안했어요. 평소에도 일 얘긴 안해요. 그래도 다들 아는 사이니까, 촬영장에 혜진 씨가 한 번 놀러온 적이 있는데, 감독님이 친누나가 온 것처럼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촬영하는 내내 그렇게 밝은 모습은 처음 봤어요. 그걸 보니 저도 기분은 좋았습니다."
영화를 본 몇몇 관객들은 생각보다 작은 이선균의 비중에 놀랄지도 모른다. 윤지의 역할이 강렬하긴 하지만 누가 뭐래도 'PMC:더 벙커'의 주인공은 하정우가 연기하는 에이홉이기 때문. 그럼에도 이선균은 "안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는 장점이 분명한 작품"이라며 "완성본을 보니, 많은 분들이 고생했고, 공들여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CG가 이렇게 많이 들어간 영화를 촬영한 것도 이선균에게는 처음이었다. "대본을 볼 때에도 이 장면은 어떻게 찍을까 싶었다"던 이선균은 후반부에 등장하는 낙하 장면을 찍을 땐 마리오네트처럼 각 관절에 와이어를 연결하고 한 컷을 8번에 걸쳐 나눠 찍었다. 그럼에도 "힘들다"는 말 보다 하정우와 김병우 감독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전 와이어 장면을 찍을 땐 눈을 감고 있었으니까요(웃음). 감독님은 촬영장에서 어떤 촬영을 할 지, 감정선 그래프를 그려서 보여주시고, 프리비전 영상까지 준비해서 이해도를 높여 줬어요. 설계가 탄탄한 느낌이었죠. '더 테러 라이브'를 할 때 들었던 게 '현장보다 완성본이 몇 배는 더 좋다'는 말이었는데, 확실히 느꼈어요. 하정우 씨도 에너지가 정말 좋고요. 그런 에너지를 현장에 전해주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하정우와 다음엔 제대로 투샷이 나오는 영화를 찍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설정상 극 초반과 후반부를 제외하곤 두 사람이 만나는 신이 없기 때문. 이선균은 "하정우와 함께하는 홍보 활동이 즐겁다"며 "지금 더 친해지는 느낌인데, 빡빡한 일정도 즐겁게 만드는 기운이 있다"고 하정우 예찬론을 펼쳤다.
MBC '태릉선수촌', '커피프린스', '파스타' 등 이선균 표 로맨스를 기대하는 사람들을 위해 "로맨틱 코미디는 할 생각이 없냐"고 질문하자, "그걸 보여줄 나이는 지났다고 생각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한 장르에만 집중한다면 제 스스로가 고인물이 될 거 같아요. 계속해서 장르를 확장해 나가는 게 제 숙제 같아요. 다양한 걸 하고 싶어요. 할 수 있다고 다 하는 건 아니지만, 최대한 잘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렇지만 '연기자 이선균'만 꿈꾸진 않았다. "30년 후엔 놀고 먹고 싶다"면서 "손자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바람을 공개했다. 선택받아야만 생존할 수 있는 배우의 숙명을 전하면서 "의도했던 것과 다른 평가, 결과가 나와 힘들었던 적도 있다"며 올해 초 불거졌던 tvN '나의 아저씨' 논란도 언급했다.
"시기적으로 여러 상황이 겹쳤던 거 같아요. 미투도 활발했고, 젠더 문제도 불거졌고. 그런 분위기에서 '우린 아닌데'라고 말하기도 변명같고, 핑계같더라고요. 답답했죠. 시작부터 색안경을 끼고 계신 분들이 있으니까요. 그래도 끝까지 중심을 잡고 만들면 진심이 전해지지 않을까 싶었어요. 끝날 땐 인정받아서 좋았죠." 마음 고생도 많았지만 이선균은 2018년을 "좋았던 시간"이라고 돌아봤다.
"2년 반을 쉬지 않고 일했어요. 지금은 영화 '기생충' 촬영을 끝내고 조금 쉬면서 홍보를 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쉼 없이 일할 수 있었던 게 모두 좋은 인연이 연속된 덕분인 거 같아요. '나의 아저씨', 'PMC:더 벙커'도 마찬가지고요. 육체적으론 피곤해도 감사한 시간이었죠. 그래서 이젠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해요. 참 떨리네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개봉하자마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영화 'PMC:더 벙커' 속 윤지의는 그런 면에서 이선균과 닮은 구석이 많다. 영화 속 윤지의는 죽음의 순간에도 마지막까지 동료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의사다. 지금까지 북한 인물들은 강인하고, 목적지향적인 캐릭터였다면 윤지의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인간애를 선보인다. "국제 정세는 미묘하게 계속 변화하잖아요. 현실에선 여러 갈등들이 많은데, 벙커 속 윤지의는 직업적인 신념을 전하는 캐릭터에요. 처음부터 이 영화는 가치관과 신념이 이념보다 강하게 느껴져야 하는 영화 같았죠."
'PMC:더 벙커'를 통해 '더 테러 라이브' 김병우 감독, 하정우가 5년 만에 뭉쳤다. 이선균이 촬영장에 처음 갔을 때 "전학생이 된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한 것도 이미 스태프, 배우들이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 "'더 테러 라이브'에 출연했던 아내 전혜진에게 조언을 구하진 않았냐"는 질문에 이선균은 "그런 말은 평소에 안 한다"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감독님이 어떻다, 분위기가 어떻다, 이런 말은 전혀 안했어요. 평소에도 일 얘긴 안해요. 그래도 다들 아는 사이니까, 촬영장에 혜진 씨가 한 번 놀러온 적이 있는데, 감독님이 친누나가 온 것처럼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촬영하는 내내 그렇게 밝은 모습은 처음 봤어요. 그걸 보니 저도 기분은 좋았습니다."
영화를 본 몇몇 관객들은 생각보다 작은 이선균의 비중에 놀랄지도 모른다. 윤지의 역할이 강렬하긴 하지만 누가 뭐래도 'PMC:더 벙커'의 주인공은 하정우가 연기하는 에이홉이기 때문. 그럼에도 이선균은 "안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는 장점이 분명한 작품"이라며 "완성본을 보니, 많은 분들이 고생했고, 공들여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CG가 이렇게 많이 들어간 영화를 촬영한 것도 이선균에게는 처음이었다. "대본을 볼 때에도 이 장면은 어떻게 찍을까 싶었다"던 이선균은 후반부에 등장하는 낙하 장면을 찍을 땐 마리오네트처럼 각 관절에 와이어를 연결하고 한 컷을 8번에 걸쳐 나눠 찍었다. 그럼에도 "힘들다"는 말 보다 하정우와 김병우 감독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전 와이어 장면을 찍을 땐 눈을 감고 있었으니까요(웃음). 감독님은 촬영장에서 어떤 촬영을 할 지, 감정선 그래프를 그려서 보여주시고, 프리비전 영상까지 준비해서 이해도를 높여 줬어요. 설계가 탄탄한 느낌이었죠. '더 테러 라이브'를 할 때 들었던 게 '현장보다 완성본이 몇 배는 더 좋다'는 말이었는데, 확실히 느꼈어요. 하정우 씨도 에너지가 정말 좋고요. 그런 에너지를 현장에 전해주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하정우와 다음엔 제대로 투샷이 나오는 영화를 찍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설정상 극 초반과 후반부를 제외하곤 두 사람이 만나는 신이 없기 때문. 이선균은 "하정우와 함께하는 홍보 활동이 즐겁다"며 "지금 더 친해지는 느낌인데, 빡빡한 일정도 즐겁게 만드는 기운이 있다"고 하정우 예찬론을 펼쳤다.
MBC '태릉선수촌', '커피프린스', '파스타' 등 이선균 표 로맨스를 기대하는 사람들을 위해 "로맨틱 코미디는 할 생각이 없냐"고 질문하자, "그걸 보여줄 나이는 지났다고 생각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한 장르에만 집중한다면 제 스스로가 고인물이 될 거 같아요. 계속해서 장르를 확장해 나가는 게 제 숙제 같아요. 다양한 걸 하고 싶어요. 할 수 있다고 다 하는 건 아니지만, 최대한 잘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렇지만 '연기자 이선균'만 꿈꾸진 않았다. "30년 후엔 놀고 먹고 싶다"면서 "손자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바람을 공개했다. 선택받아야만 생존할 수 있는 배우의 숙명을 전하면서 "의도했던 것과 다른 평가, 결과가 나와 힘들었던 적도 있다"며 올해 초 불거졌던 tvN '나의 아저씨' 논란도 언급했다.
"시기적으로 여러 상황이 겹쳤던 거 같아요. 미투도 활발했고, 젠더 문제도 불거졌고. 그런 분위기에서 '우린 아닌데'라고 말하기도 변명같고, 핑계같더라고요. 답답했죠. 시작부터 색안경을 끼고 계신 분들이 있으니까요. 그래도 끝까지 중심을 잡고 만들면 진심이 전해지지 않을까 싶었어요. 끝날 땐 인정받아서 좋았죠." 마음 고생도 많았지만 이선균은 2018년을 "좋았던 시간"이라고 돌아봤다.
"2년 반을 쉬지 않고 일했어요. 지금은 영화 '기생충' 촬영을 끝내고 조금 쉬면서 홍보를 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쉼 없이 일할 수 있었던 게 모두 좋은 인연이 연속된 덕분인 거 같아요. '나의 아저씨', 'PMC:더 벙커'도 마찬가지고요. 육체적으론 피곤해도 감사한 시간이었죠. 그래서 이젠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해요. 참 떨리네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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