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규제 샌드박스 1호’로 수소경제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내년부터 수소차 수소충전소 등 분야에서 관련 규제를 일정 기간 면제해 수소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전략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7일 기자들과 만나 “규제를 제도적·법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규제 샌드박스법이 올해 통과됐다”며 “내년 상반기 실제 적용되는 사례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규제 샌드박스 1호' 나온다…수소경제 유력
규제 샌드박스는 ‘선(先) 허용, 후(後) 규제’로 신산업을 활성화하는 제도다.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받는 신산업은 제품과 서비스의 승인 인증 검증 인가 등 과정에서 기존 규제의 전부 또는 일부를 면제받는다. 예컨대 새로운 제품·서비스와 관련해 허가 기준 등이 없을 때 조기 출시할 수 있도록 임시로 허가(최대 2년, 1회 연장 가능)를 내주는 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3월 발의한 5개 관련 법안 중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을 제외한 산업융합촉진법·정보통신융합법·지역특구법 개정안과 금융혁신지원특별법 제정안 등 4개 법안이 올해 통과돼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중 산업융합촉진법 소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규제 샌드박스 적용의 첫 번째 분야로 수소경제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이달 18일 2019년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2022년까지 수소차 6만7000대를 보급하고 현재 15곳인 수소충전소를 310곳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수소경제 활성화 방안을 담았다.

수소경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관심 분야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10월 프랑스를 국빈방문해 현지에서 현대자동차의 차세대 수소차인 넥쏘를 직접 운행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현장에서 “정부가 충전소 구축 등 수소경제 생태계 확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규제 샌드박스 적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각종 정부 규제가 수소경제 활성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소충전소 규제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 수소충전소는 고압가스시설로 분류되기 때문에 아파트 놀이터 의료시설 등에서 50m, 학교에서 200m 이상 떨어져야 한다. 폭발 위험이 없는데도 안전요원 배치가 의무화돼 있다. 이렇다 보니 국내에서 운영 중인 수소충전소는 15곳에 불과하다. 서울 도심에는 한 곳도 없다.

이 때문에 한국이 수소경제 분야에서 경쟁국인 중국 일본에 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 2013년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수소 완성차인 ‘투싼 ix35’를 선보이면서 앞서나갔지만 국내에서 운행 중인 수소차는 500대도 되지 않는다.

반면 일본은 도요타의 수소차인 ‘미라이’가 지난해까지 4000대 이상 팔렸다. 중국은 2030년까지 수소차 100만 대, 수소충전소 1000곳 이상을 보급하는 ‘수소차 굴기’를 추진하고 있다. 김민수 서울대 기계항공학부 교수는 “경쟁국을 앞서기 위해서는 수소경제 관련 규제를 과감히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 샌드박스

신산업 분야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해주는 제도. 어린이들이 안전하고 자유롭게 놀 수 있는 모래 놀이터처럼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환경을 제공한다는 뜻으로 이름붙여졌다.

임도원/이태훈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