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새 영업익 전망 24兆 감소…믿었던 화학·바이오도 줄줄이 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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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뚝 떨어지는 내년 실적 전망
"내년 이익 10% 이상 줄 수도"
글로벌 경기둔화·무역전쟁 여파
상장사 영업익 올해 정점으로 내년부터 줄어들 가능성 커져
코스피 기업 4분기 영업익 추정치, 48조→42조→38조로 계속 줄어
2차전지·IT부품·기계·섬유 등 일부 업종은 '실적 눈높이' 상향
"내년 이익 10% 이상 줄 수도"
글로벌 경기둔화·무역전쟁 여파
상장사 영업익 올해 정점으로 내년부터 줄어들 가능성 커져
코스피 기업 4분기 영업익 추정치, 48조→42조→38조로 계속 줄어
2차전지·IT부품·기계·섬유 등 일부 업종은 '실적 눈높이' 상향
2014년 약 89조원이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영업이익은 2017년 158조원으로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증가했다. 올해도 190조원대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하지만 시장에는 환호보다 걱정이 가득하다. 올해를 정점으로 상장사들의 실적 증가세가 꺾일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간판기업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빼면 올해 이미 답보상태에 머물렀을 것이란 추정이다. 당장 4분기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어 ‘어닝 쇼크’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눈높이 낮췄지만 불안한 4분기
증권사들은 최근 국내 상장사들의 올해 4분기와 2019년 실적 전망치를 줄줄이 내리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실적 전망치를 내놓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60곳의 올해 4분기 영업이익은 42조4201억원으로 추정된다. 작년 4분기(38조898억원)보다는 11% 많지만, 3개월 전(48조3712억원)과 1개월 전(45조3205억원) 추정치보다는 각각 12%와 6% 줄었다. 코스닥 상장사 51곳의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도 9254억원으로, 3개월과 1개월 전보다 각각 13%와 4% 감소했다.
전망치가 낮아졌지만 실적 발표치가 이에 한참 못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이 누적된 비용을 반영하는 4분기 실적은 매년 예상치를 밑돌지만 이번엔 그 정도가 심할 것”이라며 “4분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영업이익이 38조원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이익 전망 더 떨어진다”
내년 상장사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더 줄어들 것이란 전망에 점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코스닥을 포함한 236개 상장사의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197조9628억원으로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 197조1268억원을 살짝 웃돈다. 그러나 유가증권시장 176개 상장사 기준으로는 내년 영업이익 전망(193조1379억원)이 벌써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193조3910억원)를 밑돌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 기업 이익을 보는 시선이 ‘증가세가 얼마나 둔화될까’에서 ‘이익이 얼마나 줄어들까’로 바뀌고 있다”며 “글로벌 경기 둔화, 수출 동력 약화, 미·중 무역분쟁 여파에 따라 내년 이익이 올해보다 10% 이상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기업 실적 전망치 감소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과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있어 내년 상반기까지는 실적 전망 하향 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안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보면 기업 이익 전망치가 줄기 시작하면 마무리되는 데 평균 18개월 걸렸다”며 “2020년 초까지 전망치 감소가 계속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아직 바닥 안 보이는 반도체
반도체·화학·자동차 등 한국 산업의 중추 역할을 하는 업종 전반에서 실적 전망이 악화되는 것도 불안이 커지는 요인이다. 이 연구원은 “경제의 버팀목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실적 개선 종목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전체 상장사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전체 영업이익의 42%를 차지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한 달 새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가 각각 13.5%와 12.5% 낮아졌다. 2년 넘게 이어진 반도체 호황이 끝났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은 52조4658억원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할 올해(약 62조원)보다 15%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도 내년 영업이익이 18조229억원으로 올해 약 22조원보다 18%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가 3개월 전보다 30.3% 줄어든 제약·바이오를 비롯해 화학(-14.5%) 화장품(-13.5%) 조선(-10.8%) 자동차 및 부품(-10.3%) 인터넷·소프트웨어(-10.0%) 등 주요 업종의 전망치 감소폭도 만만치 않다.
바이오주의 실적 전망치가 하락한 건 업종 대표주인 셀트리온의 주력 제품 ‘램시마’ 가격이 떨어지는 등 수익성이 나빠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휴젤, 유한양행 등도 수출 부진을 겪고 있다. 화학과 자동차도 글로벌 수요가 계속 감소하고 있어 실적 기대치가 낮아졌다.
이익 증가가 기대되는 업종과 종목도 있다. 삼성SDI와 삼성전기 등 2차전지·정보기술(IT) 부품주는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가 3개월 전보다 14.6% 늘었다. 기계(5.6%) 섬유·의복(3.7%) 통신(0.4%) 유통·백화점(0.1%) 은행(-0.7%) 건설(-1.0%) 등도 비교적 견조한 편이다. 다만 이들 업종의 영업이익은 다 합쳐야 40조원대로 삼성전자 한 곳과 비슷하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증권사들은 최근 국내 상장사들의 올해 4분기와 2019년 실적 전망치를 줄줄이 내리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실적 전망치를 내놓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60곳의 올해 4분기 영업이익은 42조4201억원으로 추정된다. 작년 4분기(38조898억원)보다는 11% 많지만, 3개월 전(48조3712억원)과 1개월 전(45조3205억원) 추정치보다는 각각 12%와 6% 줄었다. 코스닥 상장사 51곳의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도 9254억원으로, 3개월과 1개월 전보다 각각 13%와 4% 감소했다.
전망치가 낮아졌지만 실적 발표치가 이에 한참 못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이 누적된 비용을 반영하는 4분기 실적은 매년 예상치를 밑돌지만 이번엔 그 정도가 심할 것”이라며 “4분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영업이익이 38조원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이익 전망 더 떨어진다”
내년 상장사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더 줄어들 것이란 전망에 점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코스닥을 포함한 236개 상장사의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197조9628억원으로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 197조1268억원을 살짝 웃돈다. 그러나 유가증권시장 176개 상장사 기준으로는 내년 영업이익 전망(193조1379억원)이 벌써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193조3910억원)를 밑돌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 기업 이익을 보는 시선이 ‘증가세가 얼마나 둔화될까’에서 ‘이익이 얼마나 줄어들까’로 바뀌고 있다”며 “글로벌 경기 둔화, 수출 동력 약화, 미·중 무역분쟁 여파에 따라 내년 이익이 올해보다 10% 이상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기업 실적 전망치 감소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과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있어 내년 상반기까지는 실적 전망 하향 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안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보면 기업 이익 전망치가 줄기 시작하면 마무리되는 데 평균 18개월 걸렸다”며 “2020년 초까지 전망치 감소가 계속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아직 바닥 안 보이는 반도체
반도체·화학·자동차 등 한국 산업의 중추 역할을 하는 업종 전반에서 실적 전망이 악화되는 것도 불안이 커지는 요인이다. 이 연구원은 “경제의 버팀목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실적 개선 종목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전체 상장사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전체 영업이익의 42%를 차지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한 달 새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가 각각 13.5%와 12.5% 낮아졌다. 2년 넘게 이어진 반도체 호황이 끝났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은 52조4658억원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할 올해(약 62조원)보다 15%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도 내년 영업이익이 18조229억원으로 올해 약 22조원보다 18%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가 3개월 전보다 30.3% 줄어든 제약·바이오를 비롯해 화학(-14.5%) 화장품(-13.5%) 조선(-10.8%) 자동차 및 부품(-10.3%) 인터넷·소프트웨어(-10.0%) 등 주요 업종의 전망치 감소폭도 만만치 않다.
바이오주의 실적 전망치가 하락한 건 업종 대표주인 셀트리온의 주력 제품 ‘램시마’ 가격이 떨어지는 등 수익성이 나빠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휴젤, 유한양행 등도 수출 부진을 겪고 있다. 화학과 자동차도 글로벌 수요가 계속 감소하고 있어 실적 기대치가 낮아졌다.
이익 증가가 기대되는 업종과 종목도 있다. 삼성SDI와 삼성전기 등 2차전지·정보기술(IT) 부품주는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가 3개월 전보다 14.6% 늘었다. 기계(5.6%) 섬유·의복(3.7%) 통신(0.4%) 유통·백화점(0.1%) 은행(-0.7%) 건설(-1.0%) 등도 비교적 견조한 편이다. 다만 이들 업종의 영업이익은 다 합쳐야 40조원대로 삼성전자 한 곳과 비슷하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