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내년 원·달러 환율을 ‘상고하저(上高下低)’로 전망했다. 안전자산 선호 경향에 따라 연초엔 환율이 높은 수준(달러 강세)을 유지하겠지만 연말로 갈수록 달러 강세가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국제 유가는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지만 상반기 바닥을 찍고 상승하는 상저하고의 패턴을 나타낼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4원30전 내린 달러당 1115원70전에 거래를 마쳤다. 5일(1114원10전) 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올초와 비교하면 54원50전(5.1%) 상승했다.

달러 1분기 고점 전망…원화 갈수록 오를 듯
전문가들은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 미국 달러화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달러가치가 1분기 고점에 도달한 뒤 상승세가 꺾이면서 원·달러 환율도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주요 기관의 내년 2분기 예상 환율은 달러당 1100원 선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미국의 소비 회복으로 국내 기업의 신규 수주와 대미 수출이 늘면서 원화가치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긴축 속도 조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 정책 강화 등도 달러 강세 둔화를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유가는 내년 상반기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점차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됐다. 27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1.61달러 하락한 44.61달러로 마감했다. 최근 국제 유가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원유 투자 회피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 하락세가 오래가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추가 감산을 공언한 데다 현재 유가 수준에서 미국 셰일기업들이 생산을 더 늘리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KB증권에 따르면 미국 셰일기업의 손익분기점(WTI 기준)은 배럴당 52달러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WTI는 배럴당 60달러 선에서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