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전략적 동반자→경제·안보 라이벌…美·中 패권경쟁 '新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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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수교 40년
中, GDP 40년새 56배↑…'제조 2025'로 기술대국 야심
美, 위협 커지자 "불공정게임 말라" 견제…무역전쟁 선포
안보·기술 전방위 충돌…세계경제 흔드는 최대 리스크로
中, GDP 40년새 56배↑…'제조 2025'로 기술대국 야심
美, 위협 커지자 "불공정게임 말라" 견제…무역전쟁 선포
안보·기술 전방위 충돌…세계경제 흔드는 최대 리스크로
“지난 40년간 중국 경제는 연평균 9.5% 성장했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12월18일 개혁·개방 40년 기념연설)
“중국은 미국, 일본, 유럽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 12월22일 언론 인터뷰)
미·중 수교 이후 40년간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자 거대 소비시장으로 급부상하며 세계 경제의 판도를 바꿔놨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 기적’을 바라보는 미국과 중국의 시각은 확연히 갈린다. 중국은 “세계 발전의 기여자”(시 주석)라고 자부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기술 도둑질”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중국 GDP 세계 비중 1.8%→15.2%
중국은 1978년 12월18일 개혁·개방과 1979년 1월1일 미·중 수교를 계기로 가난한 농업국가에서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탈바꿈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은 1978년 2160억달러에서 2017년 12조2300억달러로 56배 뛰었다. 세계 GDP에서 중국의 비중은 1.8%에서 15.2%로 높아졌다.
HSBC는 보고서에서 중국이 2030년에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구매력(PPP) 기준 GDP로 따지면 2014년 이미 미국을 추월했다.
중국의 부상으로 기존 경제대국들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좁아졌다. 일본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78년 11.9%에서 지난해 6%로 축소됐고 독일은 8.6%에서 4.6%로 줄었다. 미국 비중도 27.9%에서 24%로 감소했다.
중국이 세계 경제에 편입되면서 중국 제품은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 시장에 빠르게 파고들었다. 수교 당시 연간 11억달러였던 미·중 무역 규모(상품 기준)는 지난해 6350억달러로 늘었다. 미국은 값싼 중국 제품 덕에 상당 기간 인플레이션 없이 경제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무역적자가 쌓였다. 미국은 지난해 중국과의 무역에서만 3750억달러 적자를 봤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 역할도 하고 있다. 유엔 자료를 보면 2015년 중국의 제조업 생산은 2조100억달러로 미국(1조8670억달러)을 앞질렀다. 미국은 첨단산업에서 여전히 세계 최고 기술강국이지만 여기서도 중국의 추격은 거세다. 중국은 안면인식 기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인공지능, 5G(5세대) 이동통신, 양자컴퓨터 같은 미래 산업에서도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1980년대 일본보다 더 강한 도전자”
중국이 급성장한 뒤 미국에선 중국 위협론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중국의 패권 도전을 당면 위험으로 여기는 오피니언 리더가 급속히 늘고 있다. 특히 중국이 미국 기업의 기술을 훔치고,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미국 기업에 기술 이전을 강요하며 ‘불공정 게임’을 하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월부터 중국과 통상전쟁을 시작했다. 중국산 수입품 절반(2500억달러어치)에 고율 관세를 물리고, 중국 정부의 첨단산업 육성 정책인 ‘중국제조 2025’를 수정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지난 1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90일 휴전’에 합의하면서도 중국 측에 기술 절도, 기술이전 강요 등과 관련해선 구조적인 개선 방안을 요구했다. 단순히 무역적자를 얼마나 줄일 것이냐가 아니라 첨단산업에서 중국의 힘을 빼놓으려는 전략이다.
중국이 부당한 방법으로 미국의 기술을 가로채고 있다는 불만은 트럼프 행정부를 넘어 워싱턴 정가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미 상원은 지난 12일 중국의 산업 스파이 활동을 콕 집어 청문회를 열기도 했다. 당시 청문회에 출석한 존 디머스 법무부 차관보는 “중국의 전술은 훔치고, 베끼고, (다른 나라 제품을 중국 것으로) 대체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 싸움이 결국 패권전쟁이라는 점은 미국이 동맹국에 세계 1위 통신장비 기업인 중국 화웨이 5G 장비 이용을 제한하는 데서도 잘 나타난다. 미 정부는 중국이 야심적으로 키우려는 반도체 기업 푸젠진화를 기술 절도 혐의로 기소하기도 했다.
중국은 과거 냉전시대의 소련과 1980년대 일본에 이어 2차 세계대전 후 ‘팍스아메리카나(미국 주도의 세계평화 질서)’에 도전하는 세 번째 강대국이다. 특히 세계 2위 경제대국의 도전이란 점에서 미국에선 지금의 중국과 1980년대 일본을 비교하는 시각이 많다. 미국은 1985년 엔화 가치를 대폭 끌어올린 플라자합의를 통해 일본을 주저앉혔다.
일본은 안보를 의존하는 상황이었기에 미국에 맞서기 어려웠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그런 약점이 덜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보다 10배 이상 많은 인구와 핵무기를 보유한 중국은 일본보다 더 막강한 도전자”라고 평가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중국은 미국, 일본, 유럽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 12월22일 언론 인터뷰)
미·중 수교 이후 40년간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자 거대 소비시장으로 급부상하며 세계 경제의 판도를 바꿔놨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 기적’을 바라보는 미국과 중국의 시각은 확연히 갈린다. 중국은 “세계 발전의 기여자”(시 주석)라고 자부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기술 도둑질”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중국 GDP 세계 비중 1.8%→15.2%
중국은 1978년 12월18일 개혁·개방과 1979년 1월1일 미·중 수교를 계기로 가난한 농업국가에서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탈바꿈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은 1978년 2160억달러에서 2017년 12조2300억달러로 56배 뛰었다. 세계 GDP에서 중국의 비중은 1.8%에서 15.2%로 높아졌다.
HSBC는 보고서에서 중국이 2030년에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구매력(PPP) 기준 GDP로 따지면 2014년 이미 미국을 추월했다.
중국의 부상으로 기존 경제대국들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좁아졌다. 일본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78년 11.9%에서 지난해 6%로 축소됐고 독일은 8.6%에서 4.6%로 줄었다. 미국 비중도 27.9%에서 24%로 감소했다.
중국이 세계 경제에 편입되면서 중국 제품은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 시장에 빠르게 파고들었다. 수교 당시 연간 11억달러였던 미·중 무역 규모(상품 기준)는 지난해 6350억달러로 늘었다. 미국은 값싼 중국 제품 덕에 상당 기간 인플레이션 없이 경제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무역적자가 쌓였다. 미국은 지난해 중국과의 무역에서만 3750억달러 적자를 봤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 역할도 하고 있다. 유엔 자료를 보면 2015년 중국의 제조업 생산은 2조100억달러로 미국(1조8670억달러)을 앞질렀다. 미국은 첨단산업에서 여전히 세계 최고 기술강국이지만 여기서도 중국의 추격은 거세다. 중국은 안면인식 기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인공지능, 5G(5세대) 이동통신, 양자컴퓨터 같은 미래 산업에서도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1980년대 일본보다 더 강한 도전자”
중국이 급성장한 뒤 미국에선 중국 위협론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중국의 패권 도전을 당면 위험으로 여기는 오피니언 리더가 급속히 늘고 있다. 특히 중국이 미국 기업의 기술을 훔치고,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미국 기업에 기술 이전을 강요하며 ‘불공정 게임’을 하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월부터 중국과 통상전쟁을 시작했다. 중국산 수입품 절반(2500억달러어치)에 고율 관세를 물리고, 중국 정부의 첨단산업 육성 정책인 ‘중국제조 2025’를 수정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지난 1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90일 휴전’에 합의하면서도 중국 측에 기술 절도, 기술이전 강요 등과 관련해선 구조적인 개선 방안을 요구했다. 단순히 무역적자를 얼마나 줄일 것이냐가 아니라 첨단산업에서 중국의 힘을 빼놓으려는 전략이다.
중국이 부당한 방법으로 미국의 기술을 가로채고 있다는 불만은 트럼프 행정부를 넘어 워싱턴 정가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미 상원은 지난 12일 중국의 산업 스파이 활동을 콕 집어 청문회를 열기도 했다. 당시 청문회에 출석한 존 디머스 법무부 차관보는 “중국의 전술은 훔치고, 베끼고, (다른 나라 제품을 중국 것으로) 대체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 싸움이 결국 패권전쟁이라는 점은 미국이 동맹국에 세계 1위 통신장비 기업인 중국 화웨이 5G 장비 이용을 제한하는 데서도 잘 나타난다. 미 정부는 중국이 야심적으로 키우려는 반도체 기업 푸젠진화를 기술 절도 혐의로 기소하기도 했다.
중국은 과거 냉전시대의 소련과 1980년대 일본에 이어 2차 세계대전 후 ‘팍스아메리카나(미국 주도의 세계평화 질서)’에 도전하는 세 번째 강대국이다. 특히 세계 2위 경제대국의 도전이란 점에서 미국에선 지금의 중국과 1980년대 일본을 비교하는 시각이 많다. 미국은 1985년 엔화 가치를 대폭 끌어올린 플라자합의를 통해 일본을 주저앉혔다.
일본은 안보를 의존하는 상황이었기에 미국에 맞서기 어려웠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그런 약점이 덜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보다 10배 이상 많은 인구와 핵무기를 보유한 중국은 일본보다 더 막강한 도전자”라고 평가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