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철살IT] 조악한 성능·디자인…샤오미 에어닷, 대륙의 '진짜'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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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실수 원조 샤오미, 에어닷 출시
조악한 디자인과 성능…에어팟 연상안돼
뭉개지고 탁한 음질, 저음 표현 못해
통화시 소리 자주 끊겨 불편
조악한 디자인과 성능…에어팟 연상안돼
뭉개지고 탁한 음질, 저음 표현 못해
통화시 소리 자주 끊겨 불편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의 전자업체들은 저렴한 가격과 우수한 품질, 디자인으로 한국에서 빠르게 성장하며 '대륙의 실수'라는 말을 만들었다. 이는 훨씬 더 비싼 프리미엄 제품에 뒤지지않는 기대 이상의 성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중국 제품들은 애플, 다이슨의 짝퉁으로 불렸지만 강력한 성능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훔쳤다. 200만원대 제품과 엇비슷한 성능을 지닌 30만원 제품을 마다하는 이들은 없었다.
최근 중국이 '선 없는' 코드리스 이어폰 시장에서 또 한번 진격하고 있다. 시장을 개척하고 장악한 애플에 자극 받았다. 코드리스 이어폰은 줄 없이 양쪽 귀에 꽂는 두 개의 유닛으로만 구성된 제품을 말한다. 넥밴드형(목 뒤를 감싸는 넥밴드 포함), 목걸이형(케이블로만 연결한)이 무선 이어폰 1, 2세대였다면 코드리스 이어폰은 3세대라 할 수 있다.
애플은 2016년 아이폰7에 3.5인치 이어폰 단자를 없애면서 코드리스 이어폰 '에어팟'을 내놨다. 발매 초기 콩나물을 연상시키는 디자인과 21만9000원의 비싼 가격 탓에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디자인은 새 트렌드가 됐고 음향, 저전력 기술이 호평 받으며 글로벌 판매량은 2800만대를 넘어섰다. 여기에 국내 통신사들이 에어팟을 아이폰의 사은품으로 지급하며 입소문을 탔고, 위메프·11번가가 10만원 선에 판매하면서 에어팟은 국민 '무선 이어폰'으로 우뚝섰다. 늘 그랬듯 중국 전자업체들은 '원본을 넘는 모방품'을 꿈꾸며 에어팟을 흉내내기 시작했다. TWS의 i9s는 '차이팟'으로 불리며 국내에서 반짝 인기를 끌었지만 곧 외면 받았다. 1.5배 큰 크기, 한쪽만 들리는 통화 수신, 수시로 깜빡이는 LED 불빛 등이 단점으로 꼽혔다. 조악한 성능앞에선 원본과 유사한 겉모습도 2만원대의 싼 가격도 소용없었던 셈이다.
그러던 중 '대륙의 실수' 원조격인 샤오미가 나섰다. 샤오미가 한달 전 내놓은 신제품의 이름은 '에어닷'. 누가 들어도 애플의 '에어팟'이 떠오른다. 가격은 199위안(약 3만2000원). 에어팟 1대로 에어닷 7개를 살 수 있는 수준이다.
기자는 중국 온라인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에서 3만8000원을 결제하고 에어닷을 구입했다. 배송까지 38일이 걸려 12월 19일 제품을 받았다. 박스를 여니 본체, 케이스(보관 및 충전 가능), 이어폰캡(3가지 크기), 충전 케이블이 들어있다. 중국어로만 적힌 설명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디자인은 에어팟과 완전 달랐다. 에어닷은 귀 안으로 들어가는 커널형으로, 에어팟을 상징하는 디자인인 콩나물 형상이 아니다. 오히려 샤오미가 오래전에 출시한 '미 블루투스 와이어리스 이어버드'나 소니 코드리스 이어폰(WF 시리즈)과 흡사했다. 착용감은 시중에 나와있는 저가형 커널형 이어폰과 다를바 없었다.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한걸까. 외부 소음을 조절해 귀를 완전히 막아주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도 물론 없었다.
이어폰에서 가장 중요한 성능인 '음질'은 최악이었다. 잔잔한 음악을 들을 경우는 그나마 낫다. 그러나 저음과 고음의 갭이 큰 음악의 소리를 감당하지 못했다. 특히 저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킥드럼이나 베이스가 나오면 뭉개진 소리를 냈다. 소리의 선명도도 낮아 탁하게 들렸다. 소리에 민감한 소비자라면 못 들을 음질이다. 기자가 평소 듣던 번들이어폰이 훨씬 더 좋은 소리를 들려줬다.
통화 품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조용한 사무실과 방안에서 통화했는데도 상대방은 계속해서 '여보세요'를 외쳤다. 상대방 소리는 그나마 잘 들리는데 내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짜증나는 상황이 연출됐다. 불편한 사용성도 거슬렸다. 한 번 터치로 재생/일시정지, 2번 터치로 구글 어시스턴트 호출이 가능하지만 별도의 앱을 제공하지 않아 터치 설정이 불가능했다. 자주 사용하는 곡 넘김과 볼륨 조절 등을 사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응용 프로그램이 없으니 배터리 확인 및 페어링 여부를 확인할 수도 없다. 사용자로서 상당히 답답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블루투스 5.0을 적용한 만큼 끊김은 거의 없었다. 사람들이 많은 지하철 안이나 주변에서 블루투스 페어링을 시도할 경우 조금씩 끊기는 경우가 있었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불편함이 없었다. 사용시간은 4시간으로 에어팟보다 1시간 짧았다. 충전 기능이 있는 케이스를 사용할 경우 최대 12시간까지 가능했다. 그러나 별 의미가 없었다. 이런 수준의 음질을 몇시간동안 들을 일도 없을 것 같아서다.
에어닷은 에어팟의 대안이 되지 못한다. 대륙의 실수로 불릴만한 놀라움이 없다. 디자인과 기능 모두 그렇다. 에어닷은 '에어팟'의 브랜드 이미지에 기댄 저가 무선 이어폰일 뿐이었다. 다만 음질을 신경쓰지 않는, 유선 이어폰이 불편한, 소비자들이면 그나마 살만한 제품이다. 유선 이어폰을 낀 대중 속에서 조금이라도 튀어보이고 싶은 이들에게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듯 하다. 그러나 이건 꼭 알아두자. '에어팟' 보고 놀란 가슴 '에어닷' 보고 놀랄 일이 없다는 것을.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최근 중국이 '선 없는' 코드리스 이어폰 시장에서 또 한번 진격하고 있다. 시장을 개척하고 장악한 애플에 자극 받았다. 코드리스 이어폰은 줄 없이 양쪽 귀에 꽂는 두 개의 유닛으로만 구성된 제품을 말한다. 넥밴드형(목 뒤를 감싸는 넥밴드 포함), 목걸이형(케이블로만 연결한)이 무선 이어폰 1, 2세대였다면 코드리스 이어폰은 3세대라 할 수 있다.
애플은 2016년 아이폰7에 3.5인치 이어폰 단자를 없애면서 코드리스 이어폰 '에어팟'을 내놨다. 발매 초기 콩나물을 연상시키는 디자인과 21만9000원의 비싼 가격 탓에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디자인은 새 트렌드가 됐고 음향, 저전력 기술이 호평 받으며 글로벌 판매량은 2800만대를 넘어섰다. 여기에 국내 통신사들이 에어팟을 아이폰의 사은품으로 지급하며 입소문을 탔고, 위메프·11번가가 10만원 선에 판매하면서 에어팟은 국민 '무선 이어폰'으로 우뚝섰다. 늘 그랬듯 중국 전자업체들은 '원본을 넘는 모방품'을 꿈꾸며 에어팟을 흉내내기 시작했다. TWS의 i9s는 '차이팟'으로 불리며 국내에서 반짝 인기를 끌었지만 곧 외면 받았다. 1.5배 큰 크기, 한쪽만 들리는 통화 수신, 수시로 깜빡이는 LED 불빛 등이 단점으로 꼽혔다. 조악한 성능앞에선 원본과 유사한 겉모습도 2만원대의 싼 가격도 소용없었던 셈이다.
그러던 중 '대륙의 실수' 원조격인 샤오미가 나섰다. 샤오미가 한달 전 내놓은 신제품의 이름은 '에어닷'. 누가 들어도 애플의 '에어팟'이 떠오른다. 가격은 199위안(약 3만2000원). 에어팟 1대로 에어닷 7개를 살 수 있는 수준이다.
기자는 중국 온라인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에서 3만8000원을 결제하고 에어닷을 구입했다. 배송까지 38일이 걸려 12월 19일 제품을 받았다. 박스를 여니 본체, 케이스(보관 및 충전 가능), 이어폰캡(3가지 크기), 충전 케이블이 들어있다. 중국어로만 적힌 설명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디자인은 에어팟과 완전 달랐다. 에어닷은 귀 안으로 들어가는 커널형으로, 에어팟을 상징하는 디자인인 콩나물 형상이 아니다. 오히려 샤오미가 오래전에 출시한 '미 블루투스 와이어리스 이어버드'나 소니 코드리스 이어폰(WF 시리즈)과 흡사했다. 착용감은 시중에 나와있는 저가형 커널형 이어폰과 다를바 없었다.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한걸까. 외부 소음을 조절해 귀를 완전히 막아주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도 물론 없었다.
이어폰에서 가장 중요한 성능인 '음질'은 최악이었다. 잔잔한 음악을 들을 경우는 그나마 낫다. 그러나 저음과 고음의 갭이 큰 음악의 소리를 감당하지 못했다. 특히 저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킥드럼이나 베이스가 나오면 뭉개진 소리를 냈다. 소리의 선명도도 낮아 탁하게 들렸다. 소리에 민감한 소비자라면 못 들을 음질이다. 기자가 평소 듣던 번들이어폰이 훨씬 더 좋은 소리를 들려줬다.
통화 품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조용한 사무실과 방안에서 통화했는데도 상대방은 계속해서 '여보세요'를 외쳤다. 상대방 소리는 그나마 잘 들리는데 내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짜증나는 상황이 연출됐다. 불편한 사용성도 거슬렸다. 한 번 터치로 재생/일시정지, 2번 터치로 구글 어시스턴트 호출이 가능하지만 별도의 앱을 제공하지 않아 터치 설정이 불가능했다. 자주 사용하는 곡 넘김과 볼륨 조절 등을 사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응용 프로그램이 없으니 배터리 확인 및 페어링 여부를 확인할 수도 없다. 사용자로서 상당히 답답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블루투스 5.0을 적용한 만큼 끊김은 거의 없었다. 사람들이 많은 지하철 안이나 주변에서 블루투스 페어링을 시도할 경우 조금씩 끊기는 경우가 있었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불편함이 없었다. 사용시간은 4시간으로 에어팟보다 1시간 짧았다. 충전 기능이 있는 케이스를 사용할 경우 최대 12시간까지 가능했다. 그러나 별 의미가 없었다. 이런 수준의 음질을 몇시간동안 들을 일도 없을 것 같아서다.
에어닷은 에어팟의 대안이 되지 못한다. 대륙의 실수로 불릴만한 놀라움이 없다. 디자인과 기능 모두 그렇다. 에어닷은 '에어팟'의 브랜드 이미지에 기댄 저가 무선 이어폰일 뿐이었다. 다만 음질을 신경쓰지 않는, 유선 이어폰이 불편한, 소비자들이면 그나마 살만한 제품이다. 유선 이어폰을 낀 대중 속에서 조금이라도 튀어보이고 싶은 이들에게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듯 하다. 그러나 이건 꼭 알아두자. '에어팟' 보고 놀란 가슴 '에어닷' 보고 놀랄 일이 없다는 것을.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