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40~69세 12만명 분석…친구와는 '소주', 스트레스엔 '막걸리·와인'

한국인 중장년층 여성들 사이에서 막걸리 소비가 늘어난 게 전체적인 여성 애주가 증가 추세를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중장년층 중 친구들과 자주 만나는 사람은 소주를,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은 소주와 더불어 막걸리·와인·양주를 함께 많이 마시는 경향도 확인됐다.

서울의대 의과학과 공동 연구팀(최재성·최지엽·강대희)은 2005∼2013년 사이 도시기반 역학조사(코호트)에 참여한 40∼69세 12만9천824명(남 4만3천927명, 여 8만5천897명)을 대상으로 '한국 중장년의 음주 경향'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31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일본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역학 저널'(Journal of Epidemiology) 최근호에 발표됐다.
중장년 '여성 애주가' 늘었다…10년새 막걸리 소비 1.7배↑
조사 참여자들의 음주율은 남성 75.7%, 여성 31.9%였다.

하루 평균 알코올 섭취량은 남성이 21.4g(소주 3잔가량), 여성이 5.5g(소주 1잔 미만, 맥주 반 잔가량) 정도였다.

눈길을 끄는 건 술 마시는 여성의 비율이 남성보다 낮았지만, 전체적인 여성 음주 인구 비율은 2005년 27.1%에서 2013년 32.5%로 꾸준히 증가한 대목이다.

2009년엔 중장년 여성의 음주율이 34.8%로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연령대 여성의 하루 평균 음주량도 2003년 4.6g에서 2009년 5.8g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처럼 여성의 음주량이 증가한 데에는 막걸리 소비가 한몫을 했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중장년 여성이 막걸리로부터 얻은 알코올 비중은 2003년만 해도 4.2%에 머물렀지만 2013년에는 1.7배 늘어난 7.4%로 집계됐다.

성별에 상관없이 고위험 음주율(남성 하루 40g 이상, 여성 하루 20g 이상)은 나이가 적을수록, 담배를 피울수록, 운동에 참여할수록,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친한 사람을 많이 만날수록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또 이런 고위험 음주 유형에 따라 평소 즐기는 주종에도 차이가 났다.

40대 초반의 저연령층은 맥주를, 담배를 피우는 그룹에서는 소주를, 운동을 좋아하는 그룹과 스트레스 그룹에서는 막걸리·와인·양주를, 친구를 자주 만나는 그룹에서는 소주를 각각 가장 많이 즐겼다.

연구팀은 한국에서 음주로 인한 질병 부담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는 상황에서, 주 소비층인 중장년층의 특이적인 음주 경향을 파악한 데 의미를 부여했다.

최지엽 교수는 "한국은 위험 음주 비율이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라며 "이런 위험 음주를 예방하려면 이와 관련된 요인을 심층적으로 찾아내 국가적인 홍보 및 캠페인을 통해 적절한 조처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