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신 씨의 아버지 신모씨(71)가 운을 뗐다. 서울 강북구 자택 앞에서 만난 신 씨는 “아들이 기재부에 가고 나서 ‘이런 일도 하고 저런 일도 한다’고 말하면서 즐거워만 했다”며 “뉴스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우리(가족)도 어제 저녁에 TV를 보고 처음 알게 된 것”이라고 했다.
앞서 신 전 사무관은 30일 유튜브 채널에 ‘내가 기획재정부를 나온 이유’라는 동영상을 올리고 KT&G와 서울신문 사장을 교체하는 데에 청와대의 압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또 고려대 온라인커뮤니티 고파스를 통해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8조7000억원 규모의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압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신 씨는 “아내는 충격을 받아서 앓아 누웠고 나도 만감이 교차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아들에 대해 신뢰를 보였다. 그는 아들에 대해서 “FM스타일(정석대로 일처리를 하는 스타일)”이라고 소개했다. 신 씨는 “재민이는 언제나 성실하고 착한 아이였다”며 “이게(유튜브 폭로) 크게 문제가 돼서 걱정도 되지만 믿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행정학과 04학번인 신 전 사무관은 학창 시절 교육봉사 동아리 ‘운화회’에서 야학 교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기재부 근무 당시 가족들에게 어려움을 토로했었느냐는 질문에는 “재밌다는 이야기랑 어떤 일을 대략 맡게 됐다는 얘기만 했고 그것도 자세히는 얘기하지 않았었다”면서 “뭐 때문에 그만두는지도 가족들이 걱정할까봐 얘기를 안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나(신 씨) 스스로도 아들이 직장 얘기를 하려고 하면 ‘내가 정부에서 일하는 것도 아닌데 공무에 관한 이야기는 나라 사람들이랑 해야지 가족들이랑 사적으로 대화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막았다”고 했다.
신 씨는 아들과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다. 신 전 사무관은 지난 7월 퇴직 후 원래 쓰던 휴대폰 번호를 정지시키고 은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아들이 기재부 사무관을 그만 뒀다는 것도 지난 가을에 세종시 집에 직접 찾아가 보고 알았다”면서 “2014년도에 공직생활을 시작한 뒤로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집에 왔는데 지난 여름부터는 전화도 받지 않고 연락이 안돼 찾아가보니 퇴직을 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신 씨는 “몇 달 전 친구 번호를 통해 ‘걱정마라, 잘 지내고 있다’는 내용으로 문자가 온 게 전부”라면서 “한 달 전 문자 온 것을 모두 지워 지금은 친구 번호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하지만 섭섭한 내색은 하지 않았다. 신 씨는 “기재부를 그만두고 부모와 연락을 두절한 데에도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아란/정의진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