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사진)가 국제사회에서 독일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3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국제사회의 여러 문제는 각국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함께해야만 해결할 수 있다”며 “독일은 세계의 이익을 위해 앞으로 더 많은 책임을 감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어 “인류는 역사 속 혼란을 통해 국제적인 협력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며 “하지만 오늘날 모든 국가가 이런 깨달음을 공유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 노선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메르켈 총리는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을 위한 예산과 국방 예산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더 이상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 대해 국제사회에서 독일의 위상을 높이고 독자적인 방위력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메르켈 총리는 유럽연합(EU)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EU를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 올바른 의사결정 기구가 될 수 있도록 돕겠다”며 “영국이 EU를 탈퇴한 후에도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2005년 11월 취임해 4연임 중인 메르켈 총리는 “지난 1년이 가장 힘들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지난해 3월 네 번째 임기를 시작한 뒤 한동안 연립정부를 구성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고 10월에는 지방선거에서 패해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결국 2021년 9월까지인 이번 임기가 끝나면 정계에서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